불법만 막겠다는 금융위 대책, ‘공매도 맛집’ 그대로?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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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만 막겠다는 금융위 대책, ‘공매도 맛집’ 그대로?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2.08.09 14: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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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업무보고서 ‘적발·처벌 강화’에 무게… 불법 94%는 외국인, 과태료 평균 ‘3900만원’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왼쪽 2번째)이 지난달 28일 관계기관 합동 불법공매도 근절 대책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김주현 금융위원장(왼쪽 2번째)이 지난달 28일 관계기관 합동 불법공매도 근절 대책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공매도와 관련하여 (1)공매도 제도개선 사안이 있고, (2)불법 공매도 형사처벌법 제정 사안이 있습니다. 공매도 제도개선은 기관과 외인의 대차 상환기한을 60일로 개인과 동일하게 하는 것이 가장 크고(중요하고), 불법 공매도 적발 전산화 시스템 구축이 다음입니다. 불법 공매도 형사처벌법은 미국처럼 20년 이상 징역형, 10배 이상 벌금으로 법 제정이 필요합니다.”

어제(8일) 윤석열 대통령이 김주현 금융위원장의 업무보고를 받은 뒤 “불법 공매도 등 다중 피해를 일으킬 수 있는 불법 행위를 철저히 감시하고 엄단하기 바란다”라고 지시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한 누리꾼의 반응입니다. ‘jish****’라는 아이디의 이 누리꾼은 다음 날 올라온 네 건의 관련 기사에 똑같은 주장을 ‘복붙’(복사하여 붙이기)하고 있습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28일 대검찰청, 금감원, 한국거래소와 함께 내놓은 공매도 제도 보완 방안. /자료=금융위원회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28일 대검찰청, 금감원, 한국거래소와 함께 내놓은 공매도 제도 보완 방안. /자료=금융위원회

9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김주현 위원장은 전날 윤 대통령에게 ‘취약부문의 민생안정과 금융산업의 건전성 강화, 금융산업 혁신’을 주요 내용으로 금융정책 방향에 대해 업무보고를 했습니다. ‘업무보고’란 정부 부처의 업무 현황과 함께 앞으로 추진해야 할 정책 과제 등을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것을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금융위 업무보고 내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물적분할을 통한 자회사 상장 때 공시·상장 심사를 강화하고, 분할에 반대하는 주주에게는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합니다. ▲대주주와 임원이 주식을 매도할 때는 처분계획 사전 공시의무를 부과할 계획입니다.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서는 과징금 부과와 함께 증권거래 제한을 도입합니다.

금융위는 3분기 안에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도를 대폭 확대, 공매도 비중이 30% 이상인 종목을 과열종목으로 지정토록 요건을 신설해, 지정종목이 이전보다 13.8% 늘어날 전망이다. /자료=금융위원회
금융위는 3분기 안에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도를 대폭 확대, 공매도 비중이 30% 이상인 종목을 과열종목으로 지정토록 요건을 신설해, 지정종목이 이전보다 13.8% 늘어날 전망이다. /자료=금융위원회

▲상장폐지 때 기업 회생 가능성을 신중히 고려해 이의신청 대상을 확대하는 등 관련 제도도 손질하기로 했습니다. 특히 공매도 제도 개선과 관련 ▲불법 공매도와 그 연계행위에 대해서 적발과 처벌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90일 이상 장기 대차 및 대량 공매도 투자자에 대한 상세 대차 정보 보고를 의무화하고, 공매도 과열 종목 지정을 확대하는 등의 내용입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을 해소하기 위해 투자 관련 절차나 공시 등도 선진국 수준으로 개편할 계획입니다. ▲중소기업의 회계 부담을 조정하는 방안도 추진합니다. 자산 1000억원 미만인 상장회사는 내년부터 내부회계관리제도 외부 감사를 받아야 하는데, 이를 면제해주기로 했습니다. 아울러 중소기업 회계지원센터를 거래소에 설립하기로 했습니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지난해 2월 한 달간 ‘공매도 폐지와 금융위 해체’ 문구가 부착된 버스를 운행했다. /사진=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지난해 2월 한 달간 ‘공매도 폐지와 금융위 해체’ 문구가 부착된 버스를 운행했다. /사진=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물적분할과 관련, 특정 기업을 들먹이며 반자본시장적인 행태를 꾸짖고 있습니다. 공매도와 관련해서는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의 불만들이 다시 터져 나옵니다.

“OO부터 조사해라. 본보기가 얼마나 무서운지 OO에게 알려줘라. 물적분할 찌라시 기사가 나온 지 3일째이고 주식이 20%나 떨어졌는데 회사는 전화조차도 받지 않는다~ 정부 방침이 이런데도 물적분할 기사 내고 주주들을 기만하고 있다. 윤석열정부를 얼마나 우습게 봤으면 이런 행동을 하나. OO부터 본보기 조사부터 들어가야 한다” “△△는 주주명부 주기로 해놓고 뒤통수칩니다” “동일 업종 쪼개기 물적분할은 금지해라. 스톡옵션 남발하는 대주주 제한해라. 주식매수청구권 세금 22~27%다. 물적분할은 적폐다. 대주주 주식매도, 수십억 수백억 챙기고. 얌체족 대주주 널렸다. 철저 조사해라”.

“그냥 말장난이구먼. 외인·기관도 상환기간 설정하고 공평하게 하라고. 그게 그리 어렵나?” “공매도 금지만 해도 지지율 당장 10~20%는 올라간다. 공매도 금지라는 가장 확실한 방법 외에 나머지는 효과 없다” “불법 공매도 단속으로는 기관과 외국인들이 수백만 개미들 등쳐 돈 벌어먹는 짓거리 못 막는다니까. 수백만 개미들을 보호하려면 당장 공매도 자체를 금지해야 한다. 그리고 물적분할 시 주식매수청구권을 준다는데 주가가 많이 하락한 상태에서 그런 걸 주면 무슨 의미가 있냐. 답답하네” “이런 게 개인투자자들 더 열받게 하는 거라고. 90일 이상 공매도한 거 우리가 알아서 뭐하냐. 언제 숏커버링 들어올지도 모르는데”.

올해 들어 공매도 과열 종목으로 지정된 건수는 1월 4일 안랩부터 전날(8일) 삼표시멘트까지 모두 188건이었다. 중복을 제외하면 모두 107개 종목이다. /자료=한국거래소
올해 들어 공매도 과열 종목으로 지정된 건수는 1월 4일 안랩부터 전날(8일) 삼표시멘트까지 모두 188건이었다. 중복을 제외하면 모두 107개 종목이다. /자료=한국거래소

한편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공매도 과열 종목으로 지정된 건수는 1월 4일 안랩부터 전날(8일) 삼표시멘트까지 모두 188건이었습니다. 중복을 제외하면 모두 107개입니다. 종목별로 보면 ▲아주IB투자(7건) ▲박셀바이오(6건) ▲하림지주, HK이노엔, HLB생명과학(각 5건) ▲성우하이텍, KG이니시스(각 4건) 순이었습니다. 외국인들에겐 ‘공매도 맛집’입니다.

앞서 이정문 의원실이 공개한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2010년 이후 불법 공매도로 적발된 사례는 모두 127건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93.7%인 119건이 외국인이었습니다. 반면 2017년 이후 5년간 적발된 불법 공매도 과태료는 아웃라이어 급을 빼면 ‘3900만원’ 수준이었습니다. 과연 금융당국이 애면글면하는 선진시장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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