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조원 숨바꼭질’… 은행이 찾아줘라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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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조원 숨바꼭질’… 은행이 찾아줘라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2.04.13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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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숨은 금융자산 찾아주기 캠페인 소식이 전해지자 고객들은 금융권이 먼저 챙겨서 환급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숨은 금융자산 찾아주기 캠페인 소식이 전해지자 고객들은 금융권이 먼저 챙겨서 환급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국민 개인정보 다 알고 있는 정부·은행이 알아서 넣어주면 안 되나?”

‘숨은자산’. 저축을 한 뒤 일정 기간 찾아가지 않은 휴면예금, 지급 사유가 발생한 뒤에도 찾아가지 않은 휴면보험금, 6개월 이상 매매 또는 입출금이 없고 예탁자산 평가액이 10만원 이하인 휴면성증권, 실물 주권을 찾아간 뒤 명의 개서를 하지 않은 주식으로부터 발생한 배당금이나 주식인 실기주과실, 사용하지 않은 신용카드 포인트를 모두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연례 행사나 다름없는 캠페인이 올해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다음 달 20일까지 모든 금융권이 참여하는 ‘숨은 금융자산 찾아주기’입니다. 지난해 말 기준 금융권의 숨은 자산은 16조원에 달합니다. 이만큼 잊고 있던 돈을 찾아준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금융소비자들의 반응은 늘 시큰둥합니다. 찾아가라 하지 말고 ‘알아서 통장에 넣어주면 안 되느냐’라는 것입니다.

1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숨은 금융자산은 모두 15조9015억원입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오랫동안 거래하지 않은 금융자산이 12조366억원 ▲환급 사유가 발생했는데도 찾아가지 않은 휴면금융자산이 1조3977억원 ▲사용하지 않은 신용카드 포인트가 2조4672억원어치입니다. 계좌 수로 따지면 2억개 가량입니다.

숨은 금융자산은 ▲2019년 12조3000억 ▲2020년 14조700억 ▲지난해 15조9015억원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자료=금융감독원
숨은 금융자산은 ▲2019년 12조3000억 ▲2020년 14조700억 ▲지난해 15조9015억원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자료=금융감독원

금융당국과 금융권은 2015년 6월부터 숨은 금융자산 찾아주기 캠페인을 통해 약 3조7000억원을 금융소비자에게 돌려줬습니다. 하지만 숨은 금융자산은 ▲2019년 12조3000억 ▲2020년 14조700억 ▲지난해 15조9015억원으로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이번 캠페인에는 미사용 카드포인트를 새로 포함해 환급 효과가 높을 것이라고 당국은 기대합니다.

숨은 금융자산을 찾으려면 ▲금융소비자정보포털 ‘파인’(fine.fss.or.kr) ▲금융결제원 ‘계좌정보통합관리’ ▲서민금융진흥원 ‘휴면예금 조회’ ▲은행연합회 ‘휴면예금조회’ ▲생보 및 손보협회 ‘내보험 찾아줌’ ▲저축은행중앙회 ‘휴면예금조회’ ▲금융투자협회 ‘휴면성증권계좌 조회’ ▲한국예탁결제원 ‘실기주과실 조회’ ▲여신금융협회 ‘카드포인트통합조회’를 이용하면 됩니다.

이번 캠페인은 문자메시지나 알림 톡, 이메일 등을 통해 해당 고객에게 개별 안내도 이뤄집니다. 금융감독원은 다만 “고객별 안내 과정에서 금융사 등을 사칭한 스미싱이나 보이스피싱이 있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라면서 “금융사나 금융협회는 전화나 문자메시지를 통해 개인정보나 금전의 이체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숨은 금융자산을 찾으려면 금융소비자정보포털 ‘파인’ 등 금융권의 관련 서비스를 이용하면 된다. /자료=금융감독원
숨은 금융자산을 찾으려면 금융소비자정보포털 ‘파인’ 등 금융권의 관련 서비스를 이용하면 된다. /자료=금융감독원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당국과 금융권이 숨은 자산 환급에 더욱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재난지원금 지급처럼 신경만 써도 가능하다는 이야깁니다. 아울러 이번 캠페인으로 보이스피싱이 기승을 부릴 거라며 서로 조심하자고 입을 모읍니다. 신용카드사들의 ‘마일리지 꼼수’에 대한 불만이 눈에 띕니다.

“받아 갈 땐 수단 방법 안 가리고 받아 가고, 줄 땐 따지는 거 많고 복잡한지. 노인들은 어쩌라고” “노인들은 돈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니까 금융기관에서 알려 주면 안 되나요?” “3천원인가 있는 계좌 알고는 있는데 정지해 놔서 찾지도 토스 같은 걸로 못 찾게 하면서 뭘 찾아가래;; 동네에 있던 은행 없어지면서 찾아가려면 교통비가 더 드는데 그걸 찾으러 가라고?” “안 낸 세금은 귀신같이 찾더니” “복지혜택이나 이런 거 좀 적극적으로 알려줬으면. 몰라서 못 받거나 없어지는 거 넘 많음.ㅠ”.

“알아서 통장으로 입금해주면 되잖아 공무원 X들아. 일 좀 해라. 제발” “찾아가라고 홍보하는데 돈 들고 개인이 알고 찾으려 할 때도 시간 들고 돈 들고 하니까 16조를 우리나라 인구로 나누면 대략 1인당 30만원 정도 되는데 그냥 정부에서 다 걷어다가 생활자금 지원금으로 나눠줘” “개인정보 계좌·주소 있는데 그냥 통장에 입금하면 될 것 같은데. 돌려주려고 하니 그렇고 계속 시간만 늦추는 것 같다. 국가에서 줄 마음만 있으면 재난지원금처럼 한 달 안에 지급될 것 같네요”.

“보이스피싱 활개를 치겠네” “이거 가지고 보이스피싱 많이 생기겠네. 모두 조심 또 조심 귀찮아도 은행에 직접 가시길” “이런 거 선전해 괜히 보이스피싱범 미끼로 사용하질 않길 바란다” “개인의 온갖 금융 상태를 한눈에 꿰차고 있다는 방증이라 하나도 안 반갑다. 심지어 카드포인트까지. 끔찍한 빅브라더” “카드사 마일리지 현금화 못 하게 하려고 마일리지로 상품 받게 하는 꼼수 부리지 마라. 마일리지는 2만포인트면 상품은 2천원짜리 거지 같은 거랑 교환 가능하다며 집요하게 전화질. 이런 건 제재 못 하나요?”.

숨은 금융자산 찾아주기 캠페인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다양한 환급 방안을 내놓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숨은 금융자산 찾아주기 캠페인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다양한 환급 방안을 내놓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한편 영국에서는 15년 이상 거래가 없는 예금을 사회적 목적으로 재투자하는 <휴면예금법>을 운영 중이고, 일본도 비영리·공익단체에 나눠주는 법을 마련했습니다. 관련 법규가 없는 우리나라는 2008년 휴면예금관리재단(지금의 서민금융진흥원)을 설립, 저소득 취약계층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숨은 돈이 꼭 필요한 이들을 ‘돈쭐’ 내는 데 쓰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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