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중앙화 역행일까… 세계 최초 ‘코인 트래블룰’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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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중앙화 역행일까… 세계 최초 ‘코인 트래블룰’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2.03.25 15: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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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세계 첫 ‘코인 트래블룰’ 도입을 놓고 갑론을박을 펼치고 있다. 가상화폐 투자 여부에 따라 찬반이 갈리는 것으로 보인다. /사진=픽사베이
세계 첫 ‘코인 트래블룰’ 도입을 놓고 갑론을박을 펼치고 있다. 가상화폐 투자 여부에 따라 찬반이 갈리는 것으로 보인다. /사진=픽사베이

“범죄의 고도화·지능화 등에 따라 새로운 유형의 자금세탁 위험이 점점 커지고 있다.”

임인년 보름이 지난 다음 날, 금융위원회 아래에 있는 금융정보분석원(FIU)은 <2022년 검사업무 운영 방향>을 내놓습니다. 가상자산사업자 29곳의 ‘자금세탁 리스크 변화’에 검사의 돋보기를 갖다 대겠다는 것입니다. 그로부터 한 달여 뒤, 코인원을 시작으로 종합검사가 시작됩니다. FIU는 ‘트래블룰’을 잘 지키고 있는지도 꼼꼼히 살펴보겠다고 강조합니다.

금융위원회 아래에 있는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지난 1월 16일 올해 검사업무 운영방향을 내놨다. /자료=금융정보분석원
금융위원회 아래에 있는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지난 1월 16일 올해 검사업무 운영방향을 내놨다. /자료=금융정보분석원

‘트래블룰’(travel rule). 나라와 나라 사이에 돈이 이동할 때 따라야 할 규칙을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자금세탁을 차단하는 조치로, 각국의 은행 등은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의 표준화된 코드(스위프트 코드)를 통해 이 규칙을 적용합니다. 가상화폐에 대한 트래블룰은 2019년 6월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권고안을 발표하면서 본격화했습니다.

25일 FIU에 따르면, 이날부터 가상자산사업자가 100만원 이상의 가상자산을 다른 사업자에게 이전하면 송·수신인 정보를 이전받는 사업자에게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합니다. 1년 전 바뀐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에 따라, 이 같은 내용의 ‘트래블룰’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됐기 때문입니다. 기존 금융권이 아닌 가상자산업계에 적용한 것은 우리나라가 처음입니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우리나라 가상자산업계에 트래블룰 제도가 적용됐다. /자료=금융정보분석원
세계에서 처음으로 우리나라 가상자산업계에 트래블룰 제도가 적용됐다. /자료=금융정보분석원

트래블룰 적용 대상은 가상자산사업자가 표시하는 가상자산 가액을 원화로 환산해 ‘100만원 이상’인 경우입니다. 가상자산을 이전하는 사업자는 가상자산을 보내는 고객과 받는 고객의 이름, 가상자산 주소 등을 이전받는 사업자에게 제공해야 합니다. 또 금융정보분석원장이나 이전받는 사업자가 요청할 경우, 3영업일 안에 고객의 주민등록번호 등을 제공해야 합니다.

아울러 가상자산사업자는 트래블룰에 따라 수집된 송·수신인의 정보를 거래관계가 끝난 때부터 5년간 보존해야 합니다. 이를 어기면 최대 3000만원의 과태료가 매겨집니다. 금융위는 트래블룰 의무를 위반할 경우, 검사 및 감독 결과에 따라 사업자에 대한 기관주의, 기관경고, 시정명령 등 조치와 함께 임직원 징계 조치 요구도 내려질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해외 가상자산사업자는 우리나라와 달리 트래블룰 의무가 없습니다. 따라서 국내 가상자산사업자가 다른 나라 사업자로 가상자산을 넘길 때는, ‘송·수신인이 동일한 것으로 확인되고 해외 가상자산사업자의 자금세탁 위험이 낮은 것으로 평가되는 경우’에만 가상자산을 이전해야 합니다.

서로 다른 트래블룰 솔루션을 사용하는 가상자산거래소 이용자는 100만원 이상 거래에 대해 한 달간 입출금이 제한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자료=업비트
서로 다른 트래블룰 솔루션을 사용하는 가상자산거래소 이용자는 100만원 이상 거래에 대해 한 달간 입출금이 제한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자료=업비트

국내 4대 가상자산거래소는 이번 트래블룰 시행으로, 이날부터 다음 달 24일까지 100만원 이상 입출금이 제한됩니다. 업비트와 빗썸·코빗·코인원, 두 진영 간의 관련 솔루션 연동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업비트는 트래블룰 솔루션으로 ‘베리파이바스프’(VerifyVASP)를, 빗썸·코인원·코빗은 ‘코드’(CODE)를 이용할 예정입니다.

따라서 서로 다른 트래블룰 솔루션을 사용하는 이용자는 100만원 이상 거래에 대해 한 달간 입출금이 제한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 다만, 개인지갑으로 이전한 뒤 입금하는 방식을 통해 가상자산을 다른 거래소로 이전할 수 있습니다. 이들 거래소는 공지를 통해 “트래블룰 솔루션 연동 작업을 신속히 마무리해서 불편을 최소화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금융정보분석원은 자금세탁 위험이 신속히 통제될 수 있도록 집중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진=픽사베이
금융정보분석원은 자금세탁 위험이 신속히 통제될 수 있도록 집중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진=픽사베이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세계 첫 ‘코인 트래블룰’ 도입을 놓고 갑론을박을 펼칩니다. 가상화폐 투자 여부에 따라 찬반이 갈리는 것으로 보입니다.

“지갑에서 스테이킹 중인 코인을 빼려면 2주가 걸리는데, 공지는 며칠 전에 띄우고, 투자자들만 또 손해 보게 만든다. 욕 나오네” “말 그대로 가상에 투자하는 건데 뭔 실명제?? 또 세금 목적이냐??” “세금 떼갈 거 생기면 아주 눈에 불을 켜는구먼. 코인 떨어지면 보상도 해주나” “불편해 죽겠네, 정말. 시대에 역행하네. 발전 좀 하자, 불편하게 만들지 말고 쫌” “준비되지도 않은 거 졸속 시행하면서 피해는 이용자 몫이지” “지금까지 문제가 없었는데 문제를 만들고 있네” “탈중앙화라며. 몽땅 다 바이낸스로 가겠네” “수수료 횡포나 막아라. 겁나 비싸다”.

“어차피 세탁하려고 가상화폐 하는 건데. 폭망하겠구나” “진즉 해야 했다. 세력 형님들 자금세탁 오지게 했을 듯” “혼란 정도겠니. 세탁기 못 돌리는데 폭망이지ㅋㅋ” “제2의 금융실명제네요. 바람직!!” “모든 돈은 투명해야 한다. 금융실명제” “대통령님 가상화폐 이익분 세금 부과해서 환수 바랍니다!” “이거 또 99만원씩 보내면 안 걸리고 그러는 거 아니지????” “(가상자산거래소 위반 과태료) 3천만원~퉤퉤~” “3천만원 너무 작다 거래소가 버는 돈은 엄청나다. 최대 3천억 해라” “한국코인이 다른 나라보다 10~20퍼 비쌌던 거품 빠지려나”.

디지털자산 공포지수가 25일 오후 3시 30분 현재 ‘58.97’로 탐욕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자료=두나무
디지털자산 공포지수가 25일 오후 3시 30분 현재 ‘58.97’로 탐욕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자료=두나무

한편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FIU가 전날(24일)부터 가상자산거래소 고팍스에 대한 현장검사를 실시함에 따라, 고팍스가 다섯 번째 ‘원화마켓’이 될지 관심입니다. 당초 이달 초 검사를 마친 코인원에 이어 업비트, 빗썸, 코빗 가운데 하나가 뒤따를 것으로 봤기 때문입니다. 앞서 고팍스는 지난 7일 원화마켓 재개를 위해 사업자변경 신고서를 제출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코인 트래블룰’을 시작한 날, 대표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은 오후 3시 30분 현재 5319만원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달러 거래가 막힌 러시아가 비트코인 결제를 고려한다는 소식에 다시 오르고 있습니다. 같은 시각 두나무의 디지털자산 공포지수는 ‘58.97’로 탐욕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지난 1월 코인 거래소 첫 검사소식에 달린 댓글입니다.

“세탁기로 백만번 돌리면 못 찾는다고? 백만번 조사해서 돈세탁 엄벌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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