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임 임원을 위한’ 공기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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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임 임원을 위한’ 공기업인가?
  • 이경호 기자
  • 승인 2022.02.08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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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정규직 신규 채용 ‘반토막’… 상임 임원은 되레 2배 증가
공기업이 상임 임원들을 위한 신의 직장이 됐다. /사진=펙셀즈
공기업이 상임 임원들을 위한 신의 직장이 됐다. /사진=펙셀즈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공기업이 상임 임원들의 천국이 돼 버렸다. 정규직 신규채용은 절반으로 줄어든 반면 상임 임원은 배로 늘었기 때문이다. 8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의 공기업 신규 채용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공기업(시장형, 준시장형) 35곳의 일반정규직 신규 채용 인원은 5917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9년 1만1238명과 견줘 47.3% 줄어든 수치다. 해산된 한국광물자원공사를 제외하고 조사대상 35개 공기업 가운데 23곳에서 신규 채용 인원이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이들 공기업의 상임 임원 신규채용은 45명에서 91명으로 2배 증가했다.

지난해 정규직 신규 채용 인원이 가장 많이 줄어든 공기업은 한국마사회, 강원랜드, 그랜드코리아레져 등이다. 2019년 41명을 채용했던 한국마사회는 지난해에는 정규직 신규 채용을 하지 않았다. 무기계약직도 2019년 480명에서 98명으로 380명 이상 줄였다. 반면 상임 임원은 2019년 3명에 이어 지난해에도 2명을 신규 채용했다.

강원랜드와 그랜드코리아레져는 2019년 각각 154명과 58명이던 신규채용 인원을 지난해에는 각 3명으로 90% 이상 줄였다. 반면 상임 임원은 4명씩 신규로 뽑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직원들의 땅 투기 사태 이후 정규직 신규 채용이 2019년 664명에서 17명으로 급감했다. 하지만 상임 임원 신규 채용 인원은 2019년 3명에서 지난해에는 6명으로 2배 늘었다.

이에 대해 LH 측은 “변창흠 전 사장의 장관 임명 이동과 투기 사태 이후 임원 총 자진 사퇴로 결원이 생기면서 결원에 대한 신규 채용이 있었던 것”이라며 “지난해 임원 자리(TO)가 늘어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해마다 1000명 이상의 대규모 신규 채용을 하는 한국철도공사, 한국전력공사도 지난해 일반 정규직 신규 채용이 2019년과 견줘 대폭 줄었다. 한국철도공사는 3964명에서 1426명으로, 한국전력공사는 1772명에서 1047명으로 각각 감소했다. 한국전력은 같은 기간 신규임원 채용은 1명에서 4명으로 증가했다.

또 한국전력 관계회사 10곳 가운데 한국남부발전(-62.8%), 한국중부발전(-51.4%), 한전KPS(-42.8%). 한국전력공사(-40.9%), 한국서부발전(-34.4%), 한전KDN(-22.2%) 등 6곳도 신규 채용인원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규직 신규 채용이 늘어난 관계회사는 한국남동발전(27.4%), 한국동서발전(4.4%), 한국전력기술(4.8%), 한국수력원자력(1.1%) 등이다.

정규직 신규 채용이 가장 많이 증가한 공기업은 주택도시보증공사로 2019년 46명에서 지난해 82명으로 78.3% 늘었다. 한국부동산원도 75명에서 122명으로 62.7% 증가했다. 이처럼 상임 임원들의 급격한 증가는 정권 말기에 임기가 보장된 ‘알박기’ 인사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편, 공기업의 신규채용 인원 가운데 92%는 청년이었으며 여성은 26.4%였다. 고졸 채용 인원은 2019년 2181명에서 지난해 821명으로 62.3% 감소했다. 전체 채용 비중에서도 19.4%에서 5.4%p 감소한 14.0%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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