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에게 생선 맡긴 수자원공사… ‘제2의 LH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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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에게 생선 맡긴 수자원공사… ‘제2의 LH사건’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1.10.26 10: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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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개발사업 회계 담당자가 취득세 허위 청구해 7년간 85억 ‘꿀꺽’
개인일탈로 치부한 수자원공사, 허술한 ‘내부 회계관리 시스템’은 인정
한국수자원공사 부동산 개발사업 직원이 7년간 85억원을 횡령했으나 공사 측에서는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한국수자원공사
한국수자원공사 부동산 개발사업 직원이 7년간 85억원을 횡령했으나 공사 측에서는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한국수자원공사

“부동산 개발 관련 사업을 담당하는 직원이 85억원을 횡령했으나 7년간 몰랐다.”

한국수자원공사가 자체 감사를 실시한 결과, 드러난 사실입니다. 이번 수자원공사 직원의 횡령 사건을 발견한 과정은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올해 부동산 개발 토지 보상과 관련한 회계를 살펴보던 도중 취득세를 미납한 부분이 나오면서 밝혀진 것인데요. 문제는 국가기관이 어떻게 7년 동안 이 같은 부정 회계 사실을 모르고 지나치는 ‘엉터리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냐는 것입니다.

이번 횡령 사건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수자원공사는 2012년부터 2018년까지 부산 에코델타시티(EDC) 사업을 진행 중인데요. EDC 가운데서도 세물머리 지구 84만평(여의도 규모)을 스마트시티 국가 시범도시로 개발해 아파트와 에코타운, 상업 및 업무시설을 복합적으로 조성하는 사업입니다.

개발사업을 위해서는 해당 지역의 토지를 구매하고, 이 금액에 대한 취득세와 지방세를 납부해야 합니다. 국가사업이다 보니 토지 보상 개념으로 진행되는데요. 에코델타시티 사업 부지에 대한 보상은 2013년부터 실시됐습니다.

해당 사업의 취득세 관련은 회계금전출납 담당자 A씨가 맡았는데요. A씨의 횡령은 이듬해부터 시작됐습니다. A씨는 취득세 납부 과정에서 세액을 중복 청구하는 방법으로 2014년부터 2020년까지 7년간 무려 85억원을 빼돌린 것입니다. 2013년부터 진행된 에코델타시티 사업 부지 보상은 7500여건에 이르렀는데요.

A씨는 토지 보상 후 소유주에서 수자원공사로 소유권이전등기를 위한 취득세 납부 과정에서, 이미 납부한 취득세 고지서 사본을 수차례 재첨부 청구한 뒤 추가 인출해 편취하는 방식으로 횡령을 저질렀습니다. 이에 대해 수자원공사 측은 사업비가 2조7000억원에 달해 취득세 부분은 도드라지지 않아 밝혀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습니다.

문제는 수자원공사가 회계의 기본 원칙조차도 제대로 지키지 않은 탓에 7년 동안 눈치도 못 챈 거액의 ‘깜깜이 횡령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입니다. 수자원공사는 자체 종합감사를 실시한 결과, A씨가 7년간 85억원을 횡령한 사실을 뒤늦게 발견하고 지난 1일 A씨를 수사기관에 형사고발해 수사가 진행 중입니다.

현재 A씨는 육아휴직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수자원공사 측은 이런 범법행위를 알고도 A씨를 직위 해제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수자원공사는 이번 횡령 사건을 개인의 일탈행위로 여기고 수사기관의 조사를 지켜만 보고 있는 것입니다. 공사 관계자는 “이번 일을 계기로 내부 통제 기능을 더 정교하게 설계할 계획”이라며 “직원 교육을 철저히 하는 한편 처벌 규정을 강화해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수자원공사의 횡령 사건은 공기업 직원이 부동산 개발 사업을 통해 개인의 이익을 챙겼다는 점에서 지난 3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건과 비슷합니다. 하지만 개발정보를 이용한 LH 사건과 달리 사업 자체에서 횡령을 했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는 지적입니다.

수자원공사 직원의 횡령 사건은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알려지지 않다가 경찰이 수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면서 일파만파 커지고 있습니다. 결국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 21일 박재현 수자원공사 사장을 불러 긴급 현안보도를 들었는데요.

박 사장은 “A씨 등 신병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건이 외부에 알려지면 신병 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경찰 의견이 있었다”며 “공금횡령 의혹 사건이 발생해 죄송하게 생각하고, 국정감사 때 국회에 소상히 설명하지 못한 점도 죄송하다”고 머리를 숙였습니다.

그러면서 7년 만에 횡령 사건이 밝혀진 데 대해 “올해 (취득세) 미납된 건이 발생했다. 지불이 된 걸로 나온 부분이 미납이 된 사실이 밝혀지면서 드러났다”면서 “어떻게 이런 시스템이 있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결국 수자원공사의 수장이 허술한 내부 관리 시스템을 인정한 것입니다.

윤준병 의원은 “앞으로도 이 같은 유형의 사고가 재발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는데 이 사건이 터지고 수자원공사가 급하게 내놓은 대책들을 보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며 “수자원공사는 직원 비위가 발생한 후 안이한 접근과 대응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습니다.

수자원공사는 이번 거액의 횡령 사건에 대해 단지 개인의 일탈행위로 치부하며 책임을 회피하려는 모습인데요. 하지만 수자원공사의 허술한 내부 관리 시스템에 대한 비난은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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