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청와대 빽’… 공기업에 내려앉은 행정관 출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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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청와대 빽’… 공기업에 내려앉은 행정관 출신들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1.09.08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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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수석실 행정관 출신 황현선, 유암코 이어 성장금융에 둥지
총무비서관실 행정관 지낸 천경득은 금융결제원 상임감사로
대통령실 여성가족비서관 경력 김유임은 LH 비상임이사에 선임
문재인정부 종료를 1년도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잇따라 공기업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낙하산 논란이 거세다. /사진=청와대
문재인정부 종료를 1년도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잇따라 공기업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낙하산 논란이 거세다. /사진=청와대

내년 5월 종료를 앞둔 문재인정부의 ‘청와대’ 인사들이 잇따라 공기업 주요 자리를 꿰차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거셉니다. ‘적폐청산’의 과업을 기치로,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현 정부가 1년도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보은성 낙하산 인사가 아니냐는 것입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청와대 행정관 출신들이 공기업에 내려앉는 일이 잦아지면서 ‘보은성’에 대한 의혹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현 정부의 청와대 출신 인사로 금융 공기업에 둥지를 튼 대표적인 인물들은 황현선 한국성장금융 투자운용2본부장, 천경득 금융결제원 상임이사, 김유임 LH(한국토지주택공사) 비상임이사를 꼽을 수 있습니다. 이들은 모두 8~9월에 금융 공기업에 새롭게 취직(?)한 인사들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8개월을 남긴 시점이기도 합니다.

황현선 본부장의 경우 연합자산관리(유암코)에 이어 한국성장금융으로 취업이 이어지면서 정치권을 시끄럽게 했던 인물인데요. 금융 경력이 전무한 인사가 단지 청와대 행정관 출신이라는 이유로 금융 공기업 주요 자리에 앉은 것 아니냐는 시선과 함께 낙하산 논란이 특히 거셌습니다.

황 신임 본부장은 더불어민주당 기획조정국장 출신으로, 2017년 대선 때 문재인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전략기획팀장을 지낸 인물입니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인 2017~2019년에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행정관을 지냈습니다. 전형적인 정치권 인사로 분류되는 인물입니다.

황 본부장은 2019년 행정관에서 부실채권 처리 전문회사인 유암코 상임감사로 자리를 옮겼는데요. 이 때도 낙하산 논란이 일었습니다. 채권 관련 경력이 전무했기 때문입니다. 황 본부장은 유암코에 이어 한국성장금융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또다시 낙하산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황 본부장이 선임된 한국성장금융의 투자운용2본부장은 지난 8월 조직개편 때 신설된 자리로, 일각에서는 황 본부장을 위해 없던 자리까지 새로 만든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불거졌습니다. 특히 2본부장 채용은 공모가 아닌 추천으로 진행돼 논란을 더욱 부추겼습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한국성장금융은 청와대·정부와의 소통이 중요하다며 무자격자라도 상관이 없다고 했다”면서 “무자격자를 낙하산 태워 모셔오기 위해 기존 제도에 없던 본부장 자리를 새로 만들었다고까지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양준우 국민의힘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해도 해도 너무하다. 본인들 돈이라면 무경험자 낙하산 인사가 운용하는 펀드에 투자하겠나”면서 “그래놓고 국민들에게 권하는 건가”라고 질타했습니다. 청와대는 발끈했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국성장금융 투자운용본부장 관련해서 이것은 청와대가 관여하는 인사가 아니다”라며 낙하산 인사라는 표현에 유감을 표했습니다.

지난달 금융결제원 상임감사로 발탁된 천경득도 현 정부의 청와대 출신입니다. 천 감사는 서울대 졸업 후 변호사로 활동하다 2005년 유시민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 비서관으로 활동하면서 정치권에 발을 들였는데요. 2012년과 2017년 대선 때 문재인 캠프에서 활동했습니다.

20대 국회가 출범한 2016년에는 약 5개월간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근무한 경력도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 지난해 5월까지 대통령비서실 총무비서관실 선임행정관으로 일한 뒤 법무법인 화우에서 근무했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8월에 금융 공기업인 금융결제원 상임감사 자리를 꿰찼습니다. 금융결제원 상임감사는 통상 경제 관리들이 기용됐던 자리로, 이번에 청와대 출신 법조인이 임명된 것을 두고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지난달 LH 비상임이사로 선임된 김유임은 청와대 비서관 출신입니다. 김 이사는 지난 5월까지 대통령실 사회수석비서관실 여성가족비서관으로 재직했습니다. LH의 비상임이사 선발 절차가 시작되기 한 달 전입니다. 사실상 청와대를 나온 뒤 곧바로 LH 비상임이사로 자리를 옮긴 셈이 됐습니다.

김유임 이사는 청와대 입성 전 LH 자회사인 LH주거복지정보 사장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지만, 이 회사는 민원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로 공공임대주택과 임대주택 건설 등 LH본연의 경영 목적에는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입니다. 일각에서는 정치활동을 하다 낙마 후 자리를 마련해준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보냅니다.

실제로 김 이사는 민주당 소속으로 다양한 선거 경력을 가지고 있는데요. 1998년부터 2006년까지 고양시의원을 역임했고, 2006년에는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고양시장 후보로 나섰지만 낙선했습니다. 2010년과 2014년 지방선거에서는 민주당과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으로 경기도의원에 출마해 당선됐습니다. 그러다가 2018년 더불어민주당 고양시장 경선에 참여했으나 낙마했고, 이후 LH 비상임이사 자리를 내어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습니다. 김 이사는 최근 이재명 캠프의 여성미래본부에서 활동 중이기도 합니다.

이밖에도 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각 공기업에서 둥지를 틀고 있는데요. 강희중 전 청와대 정무수석실 행정관은 지난 1월 승강기안전공단 이사, 노정윤 전 민정수석실 행정관은 지난해 7월 한국조폐공사 비상임이사, 홍희경 의전비서실 선임행정관은 지난해 10월 한국문화정보원장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보은 인사, 낙하산 인사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민주당 또한 “관치는 독극물이고 발암물질”이라고까지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임기 초에는 대선 캠프 출신 인사들에 대한 낙하산 논란이 불거지더니 임기 말에는 청와대 출신으로 낙하산 논란이 확대해 가면서 그 상황이 악화하는 모양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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