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고객돈 횡령에 “시스템 정비”만 외친 우리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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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고객돈 횡령에 “시스템 정비”만 외친 우리은행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1.11.30 1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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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 정비”→부지점장이 고객돈 20억원 횡령 후 잠적→“시스템 재점검”
11억7000만원 가로챘으나 2년 뒤 적발→“직원 교육 통해 재발 방지 노력”
“시스템적 보완 이뤄졌다”→10년 관리해온 고객돈 횡령→‘개인일탈’로 치부
우리은행이 직원들의 횡령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시스템 정비"만 외치고 있어 임시 무마용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사진=우리은행
우리은행이 직원들의 횡령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시스템 정비"만 외치고 있어 임시 무마용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사진=우리은행

“재발방지를 위해 직원 교육을 철저히 하고 시스템을 정비하겠다.”(2013년 10월, 12억원 횡령사건 당시)

“이번 일을 계기로 금융사고 예방 시스템 전반을 재점검할 방침이다.”(2015년 6월, 20억원 횡령사건 당시)

“시스템적으로 막을 수 없었지만 직원 교육을 통해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2016년 3월, 11억원 횡령사건 당시)

“현재는 시스템적으로 많은 보완이 이뤄졌다.”(2016년 3월 횡령사건 이후)

우리은행이 직원들의 고객돈 횡령 등 금융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시스템 정비”를 외쳤지만 똑같은 사고가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어 은행의 대처가 임시 무마용이 아니었나 하는 의구심마저 듭니다. 심지어 은행의 시스템 문제를 지적하기보다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는 경우까지 있어 고객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9월 우리은행 한 지점의 부지점장이 10년 넘게 관리해온 고객 A씨의 계좌에 있던 5000만원 상당을 가로챈 사실이 A씨에 의해 들통났습니다. A씨는 해당 부지점장으로부터 전산처리에 실수가 있었다는 해명을 들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부지점장은 다음 날 극단적인 선택을 한 채 발견됐습니다.

조사 결과 해당 부지점장은 이미 5년 전 다섯 차례에 걸쳐 A씨 돈에 손을 댄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방법은 치밀했습니다. A씨의 서명과 인감 등을 위조해 새로운 통장을 만들었고, 예금을 이체한 뒤 전부 출금했습니다. 또 혹시 모를 내부 감사에 대비해 A씨 스스로 중도인출과 계좌이체를 한 것처럼 확약서를 꾸미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문제는 고객돈 횡령에 대한 우리은행 측의 태도입니다. 은행 측은 직원 개인의 일탈로만 취급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은행 직원들의 고객돈 횡령은 앞서 수차례 발생했는데요. 그때마다 시스템 점검과 재정비를 외쳤습니다.

2012년 6월에는 우리은행 경기도 일산의 한 영업점에서 차장급 직원이 고객돈 30억원 가량을 횡령하다 걸렸고, 2013년 10월에는 서울 동대문 지점 직원이 고객돈 12억원을 5차례에 걸쳐 빼돌리다 덜미가 잡혔습니다. 당시 우리은행 측은 12억원이 빼돌려지는 동안 상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가 고객의 신고 뒤에야 사건을 인지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사건 발생 당시 우리은행 측은 “고객의 신뢰가 가장 우려스럽다”면서 “재발방지를 위해 직원 교육을 철저히 하고 시스템을 정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우리은행의 이같은 공언은 헛말이었습니다. 시스템 문제로 고객돈 횡령사건이 계속해서 발생한 것인데요.

2015년 6월에도 우리은행 직원이 고객돈을 수십억원을 횡령했는데요. 이번에도 부지점장의 소행이었습니다. 우리은행 여의도 금융센터 부지점장이 고객돈 20억원을 빼낸 뒤 호주로 잠적한 것입니다.

해당 부지점장 자신이 관리하던 고객 예금계좌에서 20억원을 다른 은행 계좌들로 빼돌리는 방법으로 고객돈을 횡령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당시 사건 발생 후 우리은행 측은 “이번 일을 계기로 금융사고 예방 시스템 전반을 재점검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횡령 사실을 발견하지 못하고 2년 뒤에 드러난 사건도 있습니다. 2013년부터 2014년까지 우리은행 대전충남지역본부에서 전문계약직으로 근무하던 세무담당 직원이 고객에게 절세해주겠다며 접근해 11억7000만원을 가로챘으나 이를 발견하지 못한 것입니다. 이 사건은 2년이 지난 2016년 3월에야 드러났습니다.

검찰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해당 세무담당 직원은 2014년 은행에 세무상담을 받으러 온 고객에게 부동산 양도소득세 30억원을 23억원으로 줄여줄 수 있다며, 일단 12억원을 주면 세금을 대신 납부해주겠다고 거짓말해 피해자로부터 12억원을 교부받았습니다. 이후 다운계약서 및 부동산매매계약서를 위조해 반포세무서에 신고하는 과정에서 8억7000만원을 편취했습니다. 같은 해 12월에는 피해자에게 세금 감면에 대한 수고비로 3억원을 주지 않으면 세금 탈루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3억원을 추가로 갈취했습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해당 사건은 우리은행이 전문계약직에 대한 내부 통제 시스템을 강화하게 된 계기”라며 “고객과 개인적으로 자금을 수취하는 방법이었기에 시스템적으로 막을 수 없었지만 직원 교육을 통해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사건 후 우리은행 측은 “현재는 시스템적으로 많은 보완이 이뤄졌다”면서 “앞서 언급된 사건들과 같이 불미스러운 일이 재발하지 않기 위해 본점 차원에서 클린뱅크 달성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직원들에게 교육자료를 배포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지난 9월 우리은행 한 지점의 부지점장이 10년 넘게 관리해온 고객돈을 또 다시 빼돌린 사건이 발생하면서 은행 측의 시스템적으로 보완이 이뤄졌다는 말에 의구심이 듭니다.

지난 9월 기준 최근 4년 8개월 동안 우리은행에서 발생한 금융사고는 22건에 달합니다. 같은 기간 사고 금액은 423억원에 이르는데요. 이는 시중은행 중 최고 금융사고 금액입니다. 4대 시중은행인 하나은행(142억원), 신한은행(104억원)보다 300억원 가량 많습니다.

금융사고 발생을 막기 위한 내부통제 장치와 시스템 정비가 거짓말이었다는 게 확인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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