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극단적 선택’… 우리은행, 한달 사이에 무슨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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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극단적 선택’… 우리은행, 한달 사이에 무슨 일?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1.12.02 09: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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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여직원, 직장 내 괴롭힘 의혹… “유서에 심각한 내용, 내부에서는 덮으려고만” 주장도 나와
또 다른 지점 부지점장은 고객돈까지 횡령… 피해자 딸 “언론 접촉 시 명예훼손 고발 협박” 주장
우리은행에서 한 달 동안 2명의 직원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사진=우리금융그룹
우리은행에서 한 달 동안 2명의 직원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사진=우리금융그룹

우리은행에서 한 달 새 2명의 직원이 ‘극단적인 선택’을 해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한 명은 여직원이고, 한 명은 부지점장인데요. 우리은행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기에 이처럼 안타까운 사건이 일어난 걸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여직원은 직장 내 괴롭힘 때문에, 부지점장은 고객 돈을 횡령한 직후에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일 우리은행 등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인천 송도 한 지점의 20대 여직원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는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글이 올라오면서 알려졌는데요. 해당 글에 따르면 이 여직원은 직장 내 괴롭힘으로 고충을 겪었다고 합니다. 현재 원글은 삭제된 상태입니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27일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게시판에는 내부에서 이러한 상황을 덮으려 한다는 글이 올라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작성자는 <우리은행 직원 자살사건>이라는 제목을 통해 “어제 우리은행 송도에 있는 한 지점에서 20대 여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면서 “내부에서는 이걸 덮으려고만 하는데, 듣기로는 유서에 심각한 내용이 있다 한다”고 적었습니다. 또 “해당 유력 당사자는 공교롭게 오늘부터 휴가를 간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블라인드는 은행 라운지든 우리은행 게시판이든 물 불 안가리고 누군가의 신고로 지워지는 중”이라며 해당 사건을 덮으려 한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면서 블라인드에서 삭제된 글을 공유하면서 “(이 글을) 삭제시 언론에 제보한다”고 했습니다.

삭제된 블라인드 글은 <더 이상 참지 않는다>라는 제목으로 “나의 동료는 이제 돌아오지 않는다. 각종 유언비어들이 망자의 마지막 길을 더럽히고 있다”면서 “모든 경영진과 관련부서는 숨김없이 모든 걸 밝혀주길 바란다”고 촉구했습니다.

또 다른 누리꾼은 블라인드에 직장 내 괴롭힘을 암시하는 글을 남겼는데요. 작성자는 “이런 일 곳곳에 은연중에 종종 있다. 1명 찍어서 단체로 욕하는 모습 저희도 있다”면서 “방관하는 책임자들, 동료 직원들, 장들 다 나는 아닐거야 하지만 똑같은 가해자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우리은행 측은 “”여직원 사망 사실은 맞다“면서도 ”집단 내 괴롭힘으로 인한 극단적 선택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라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습니다.

반면 또 다른 직원으로 보이는 누리꾼은 이번 사건은 직장 내 괴롭힘보다는 성과를 인정해 주지 않는 직장 내 문화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이 누리꾼의 글에 따르면 해당 여직원은 일을 열심히 했으며, 그 결과 상을 받을 거라 했는데 지점장이 승진 예정자에게 상을 양보하라는 말을 듣고 매우 힘들어했다고 합니다.

또 다른 직원으로 보이는 누리꾼도 블라인드에 “본인이 상 받을 것 같다고 지인들에게 이야기한 카톡도 있고 증거도 다 있다”면서 “새로운 지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말 의문이다. 본인들만 알고 있고 묵인하려 하겠지. 지점장님 지점의 문제가 전혀 없다라고 하고 싶나. 비통하다”라며 울분을 터뜨렸습니다.

우리은행 부지점장이 자신의 어머니 돈을 횡령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뒤, 은행 측이 나 몰라라 하고 있다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
우리은행 부지점장이 자신의 어머니 돈을 횡령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뒤, 은행 측이 나 몰라라 하고 있다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

앞서 우리은행 전주금융센터의 부지점장은 지난 9월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데요.

해당 부지점장은 10년 넘게 관리해온 고객의 계좌에 있던 5000만원 상당을 가로챈 사실이 고객에 의해 들통 났고, 부지점장은 전산처리에 실수가 있었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런데 해명을 한 다음 날 부지점장은 자신이 거주하던 원룸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채 발견됐습니다.

이후 조사 결과 해당 부지점장은 이미 다섯 차례에 걸쳐 피해 고객의 돈에 손을 댄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방법은 치밀했습니다. 피해 고객의 서명과 인감 등을 위조해 새로운 통장을 만들었고, 예금을 이체한 뒤 전부 출금했습니다. 또 혹시 모를 내부 감사에 대비해 피해 고객 스스로 중도인출과 계좌이체를 한 것처럼 확약서를 꾸미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문제는 우리은행의 태도인데요. 우리은행 측은 해당 부지점장의 개인 일탈이라며 피해보상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것입니다.

더 큰 문제는 그 이후에 일어났습니다. 스스로 피해자의 딸이라고 밝힌 A씨가 지난달 2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해당 부지점장의 극단적인 선택 뒤 우리은행 측이 보인 황당한 태도를 고발했는데요.

청원인은 “OO은행 전주금융센터 △부지점장이 저희 어머니가 은행에 예치한 고객예탁금을 횡령하고 자살했으나 은행 측은 개인의 일탈이라며 피해보상을 안하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면서 “은행 측은 변호사를 데리고 나타나 겁을 주고 언론 접촉 시 명예훼손으로 고발할 수 있다며 협박을 하고 갔다”고 밝힌 것입니다.

이어 “어머니는 하루하루 너무 괴로워하고 있다. 대기업을 상대로 계란으로 바위 치는 싸움을 하고 있는 저에게 모든 것을 잊고 포기하자고 하지만 옆에서 지켜보는 딸의 입장에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고 너무 억울해 도저히 포기할 수가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억울함을 어디에서도 풀어주지 않아 국민청원을 올린다”고 했습니다.

이 같은 협박을 했다는 주장에 대해 우리은행 측은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안내일 뿐 협박은 아니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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