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은행이 접수한’ 우리금융, 계파갈등 수면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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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은행이 접수한’ 우리금융, 계파갈등 수면 위로?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2.02.09 11: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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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승 회장 이어 차기 은행장에 한일은행 출신 이원덕 내정
상업은행 출신인 권광석 행장은 조직 안정 공로에도 물러나
한일·상업은행 출신 번갈아 회장과 은행장 맡는 관례마저 깨져
손태승 회장(왼쪽)에 이어 이원덕 은행장 내정자까지 우리금융그룹의 1, 2인자 자리를 모두 한일은행 출신이 차지하면서 계파갈등이 다시 고개를 들지 주목된다. /사진=우리금융그룹
손태승 회장(왼쪽)에 이어 이원덕 은행장 내정자까지 우리금융그룹의 1, 2인자 자리를 모두 한일은행 출신이 차지하면서 계파갈등이 다시 고개를 들지 주목된다. /사진=우리금융그룹

우리금융그룹의 서열 1·2위 자리가 모두 한일은행 출신으로 채워지면서 해묵은 ‘계파갈등’이 다시 고개를 들지 주목됩니다.

우리금융은 지난 7일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자추위)를 열고 이원덕 수석부사장을 차기 우리은행장 단독후보로 선정했습니다. 이 내정자는 다음달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우리은행장에 공식 선임될 예정입니다.

이원덕 우리은행장 내정자는 한일은행 출신인데요. 이로써 우리금융그룹은 한일은행 출신의 손태승 회장과 함께 1·2인자 자리가 모두 한일은행 출신이 차지하게 됐습니다. 이에 따라 계파갈등이 다시 고개를 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옵니다.

우리은행은 1998년 한일은행과 상업은행의 합병으로 탄생한 뒤 꾸준히 계파갈등에 시달려야 했는데요. 회장과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은행장 간의 갈등이 그것입니다. 이 때문에 우리금융 회장직을 한일은행 출신이 맡으면, 은행장은 상업은행 출신이 맡는 관례가 있었습니다.

현재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권광석 우리은행장도 각각 한일, 상업은행 출신입니다. 하지만 손 회장은 상업은행 출신의 권 행장이 선임될 당시 마땅치 않아 했다는 뒷얘기도 돌았는데요. 그래서인지 권 행장은 ‘임기 2년에 1년 연장(2+1)’이라는 금융권 관행이 아닌, 1+1로 임기를 시작했습니다. 일각에서 손 회장의 ‘은행장 힘 빼기’란 얘기가 나온 이유입니다.

결국 권 행장은 지난달 28일 자추위에서 차기 은행장 후보군에 이름조차 올리지 못했습니다. 권 행장은 2년(1+1년)의 임기를 끝으로 다음 달 물러납니다. 앞서 권 행장이 차기 은행장 후보군에서 제외되자 각종 뒷말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손 회장이 해외금리연계 DLF(파생결합펀드) 사태로 위기에 빠졌을 때 구원투수로 등판해 조직을 안정화시키는 데까지만이라는 ‘토사쿠팽설’이 그 중 하나입니다.

권 행장이 취임한 지 1년 만인 지난해 1~3분기 우리은행의 누적 순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70.9% 급증한 1조993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역대 최대 실적입니다. 4분기 누적으로는 사상 첫 2조원 순이익 돌파도 유력합니다. 이처럼 뛰어난 실적에 내부 평가도 좋아, 권 행장이 연임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차기 은행장 후보군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여기에 ‘계파갈등설’도 돌았는데요. 손 회장이 상업은행 출신인 권 행장보다는 자신과 가까운 한일은행 출신에게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솔솔 나온 것입니다. 실제로 한일은행 출신인 이원덕 수석부사장은 최종 후보군에 오른 데 이어 은행장 후보로 내정됐습니다.

이 내정자는 1990년 한일은행으로 입행해 우리은행 미래전략단장, 경영기획그룹장, 우리금융지주 전략부문 부사장 등을 거쳐 2020년 12월부터는 지주 업무를 총괄하는 수석부사장을 맡고 있습니다. 특히 손 회장과 함께 우리금융의 사내이사로 유일하게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같은 한일은행 출신인데다 오랜 기간 손발을 맞춰온 것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이원덕 수석부사장의 은행장 내정으로 손 회장과 ‘원팀’ 시너지를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그룹 1·인자 자리를 모두 한일은행 출신이 차지하면서 그간 숨어 있던 계파갈등에 불씨를 제공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앞으로 우리금융그룹의 행보에 이목이 쏠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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