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연임 쓴잔’ 우리은행 권광석, 토사구팽? 계파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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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연임 쓴잔’ 우리은행 권광석, 토사구팽? 계파 갈등?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2.02.07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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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승 회장 DLF 사태 위기 때 구원투수로 등판해 조직 안정화
호실적에 결격사유 없는데… 통상 임기 3년도 못 채우고 물러나
권광석 우리은행장이 재연임에 실패하자 뒷말이 무성하다. /사진=우리금융그룹
권광석 우리은행장이 재연임에 실패하자 뒷말이 무성하다. /사진=우리금융그룹

“토사구팽이다” “계파갈등 때문이다”.

권광석 우리은행장이 재연임에 실패하자, 이를 두고 뒷말이 무성합니다. 2020년 당시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 직을 함께 맡고 있던 손태승 회장이 해외금리연계 DLF(파생결합펀드) 사태로 위기에 빠졌을 때 구원투수로 등판해 뛰어난 실적을 올리고 내부 평가도 좋았기 때문입니다.

업계에서는 지난 2년간 호실적 행진을 이끌면서 역량을 입증한 권 행장이 연임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우리은행의 지난해 1~3분기 누적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0.9% 급증한 1조993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역대 최대 실적입니다. 4분기 누적으로는 사상 첫 2조원 순이익 돌파도 유력합니다.

통상 행장의 임기가 3년이 보장되는 것도 권 행장의 재연임에 힘이 실렸습니다. 2020년 취임 당시 권 행장에게는 임기 1년이 주어졌습니다. 지난해 3월 연임할 때도 1년만 받았습니다. 따라서 올해 1년 임기 연장은 당연한 수순으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완전 민영화(지난해) 이후 처음 꾸려진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는 지난달 28일 회의에서 차기 은행장 후보군으로 이원덕 지주 수석부사장과 박화재 은행 여신지원그룹 부행장, 전상욱 리스크관리그룹 부행장보를 선정했습니다. 하지만 현직인 권 행장은 제외됐습니다.

이를 두고 은행권에서는 의아하다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결국 권 행장은 ‘1+1’ 행장으로 생명력을 다하게 됐는데요. 2014년 우리은행이 민영화된 이후 이광구, 손태승 전 행장이 ‘1+2’ 또는 ‘2+1’로 ‘3년’의 임기를 채운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통상 은행장의 임기에 미치지 못했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손태승 회장이 위기에 빠졌을 때 구원투수로 등판해 어수선한 조직 분위기를 다잡고 호실적을 이끌면서 조직 안정화를 이룬 대가로는 너무 가혹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권 행장의 재연임 탈락을 두고 ‘토사구팽’이 아니냐는 뒷말이 나옵니다.

권 행장 선임 당시 손 회장이 DLF 사태 등으로 당국의 제재(문책경고)를 받아 지배구조가 불안한 속에서도 완전 민영화 과제를 달성하는 등  위기를 극복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임기 내 안정적으로 조직을 이끌어온 데다 별다른 결격 사유도 없습니다.

여기에 우리금융 내부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계파갈등’의 영향이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옵니다.

1998년 한일은행과 상업은행이 합병해 세워진 우리은행은 내부에서 출신별 파벌 문화가 잠재해 온 것은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죠. 실제로 이광구 전 행장 사임을 부른 특혜채용 문건 유출이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간 계파갈등에서 비롯됐다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손 회장은 한일은행 출신입니다. 반면 권 행장은 상업은행 출신입니다. 차기 은행장 후보군에 이름을 올린 인사 중 가장 유력한 후보가 이원덕 수석부사장인데요. 역시 손 회장과 같은 한일은행 출신입니다.

손 회장 입장에서는 그룹 내에서 순익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자회사에 자신과 가까운 인물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이 수석부사장은 손 회장과 오랜 기간 발을 맞춰오면서 중요한 일을 논의하는 상대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계파갈등설을 잠재우기 위해 그룹에 부회장직을 신설해 상업은행 출신인 권 행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그룹 1·2인자를 모두 한일은행 출신이 차지하면 계파갈등이 다시 고개를 들 수 있기 때문이란 설명입니다.

한편으로 상업은행 출신인 박화재 부행장이 낙점되면 같은 상업은행 출신인 권 행장의 부회장 자리도 물 건너 갈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금융 측은 “차기 우리은행장 선정은 자추위가 진행하고 있다”며 “발표 전까지 알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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