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포스코는 왜 해운업 격랑에 뛰어들려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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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 포스코는 왜 해운업 격랑에 뛰어들려 하는가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1.02.18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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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 자회사 만들면 연간 수조원 비용절감 판단… 부인할수록 커지는 ‘해운업 진출설’
2011년 9월 18일 이종철 당시 한국선주협회장은 기자 간담회에서 해운업 진출을 노리는 포스코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했다. /자료사진=한국선주협회
2011년 9월 18일 이종철 당시 한국선주협회장은 기자 간담회에서 해운업 진출을 노리는 포스코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했다. /자료사진=한국선주협회

“포스코가 해운업에 진출하는 것은 산업 질서를 어지럽히는 것이다.”

2011년 9월 18일 제주의 리조트, 기자들 앞에 선 한국선주협회장은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못합니다. 하반기 협회가 이뤄내야 할 과제보다 공룡기업에 대한 불만을 뱉어내는 시간이 더 깁니다. 불만의 표적은 해운업의 위기를 깊게 만드는 ‘2자물류’입니다. ‘대량 화주가 해운사를 차려 자회사의 물건을 직접 나르는 것’. 그 표적의 한 가운데에는 ‘포스코’가 있습니다.

지난해 5월 19일 강무현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포스코가 해운물류 자회사 설립 결정을 철회하지 않으면 한국노총과 연대 등 강경 대응도 검토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료사진=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
지난해 5월 19일 강무현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포스코가 해운물류 자회사 설립 결정을 철회하지 않으면 한국노총과 연대 등 강경 대응도 검토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료사진=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

“포스코의 기업시민 경영가치에 역행하는 자회사 설립을 철회하라.”

2020년 5월 19일 서울의 호텔, 기자들 앞에 선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장은 해운물류 생태계가 급속도로 악화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포스코가 같은 달 초 연간 3조원에 이르는 비용을 아낀다며 포스코GSP 설립을 확정한 뒤 마련한 기자회견입니다. 연합회는 이 자리에서 포스코가 자회사 설립을 철회하지 않으면 한국노총과 강경 대응할 것이라고 밝힙니다.

10년 넘게 업계와 갈등을 보이고 있는 포스코그룹의 해운업 진출의 꿈이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포스코 관계사인 포스코인터내셔널이 흥아해운 2대 주주로 올라서는 시나리오가 그것입니다. 금액 기준으로 흥아해운 최대 채권자인 포스코인터가 출자전환을 통해 장금상선과 함께 흥아해운을 인수하는 구조입니다.

18일 금융권과 해운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수출입, 부산은행 등 흥아해운 채권단은 지난 4일 회의를 열고 흥아해운의 워크아웃 기한을 다음 달 말로 연장하기로 했습니다. 이에 앞서 장금상선은 흥아해운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는데, 여기에는 포스코인터의 출자전환을 통한 공동 인수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업보고서 등에 따르면 포스코인터가 흥아해운 채권자가 된 것은 2015년입니다. 포스코인터는 선주로부터 선박을 빌려 선사에게 임대하는 용대선 사업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3월 말 기준 포스코인터의 용대선 매입 약정금액은 2억830만달러입니다. 이 가운데 흥아해운과 맺은 계약은 3850만달러, 약 430억원 규모입니다.

포스코 최정우 회장(왼쪽)과 포스코인터내셔널 주시보 사장. /사진=포스코,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 최정우 회장(왼쪽)과 포스코인터내셔널 주시보 사장. /사진=포스코, 포스코인터내셔널

이를 포함한 포스코인터의 흥아해운에 대한 채권규모는 1000억원을 웃도는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선박금융채권 규모 등을 감안할 때 포스코인터는 흥아해운의 최대채권자인 것입니다. 흥아해운 최고채권자로서 채권 회수 방안을 고민하던 포스코인터는 장금상선이 단독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이후 직접 인수에 참여의사가 있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포스코그룹이 관련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해운업에 간접 진출하기 위해 손을 내밀었다는 게 업계의 분석입니다. 해운법 제24조에 따르면 대량화주가 해상운송사업에 진출하는 것은 제한되지만 해운물류회사 지분을 40%까지 보유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포스코인터가 1대주주로 나설 경우 포스코의 해운업 진출을 반대하는 여론의 뭇매를 맞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다만 포스코인터는 이에 대해 장금상선과 함께 흥아해운의 공동인수를 타진했으나 채권 회수에 우선 순위를 두되 출자전환은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아주경제에 따르면 포스코인터 관계자는 신문과 통화에서 “그간 장금상선에 대한 최적의 채권 회수 방법을 다각도로 논의한 것은 사실이나, 출자전환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이 같은 입장을 9일 저녁 채권단에 전달했다”라고 밝혔습니다.

경북 포항신항 포스코 제품부두. /사진=포스코
경북 포항신항 포스코 제품부두. /사진=포스코

한편 국내 최대 해운사인 HMM(옛 현대상선)의 민영화가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산업은행의 지분 매각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최대주주인 산은은 HMM 지분 12.61%를 가지고 있습니다. 신용보증기금과 한국해양진흥공사의 보유 지분은 각각 7.51, 4.38%입니다. 이들의 지분율을 모두 합치면 24.5%입니다.

해운업계에서는 HMM의 인수기업으로 포스코와 현대글로비스를 거론합니다. 포스코는 이미 물류 자회사 설립을 추진한 바 있어 가능성을 더 높게 봅니다. 현금성 자산 역시 18조원에 이르러 HMM 인수금액으로 거론되는 1조5000억원을 조달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없습니다. 다만 채권단인 산은과 포스코 모두 지분 거래 여부를 검토한 바 없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지난해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해운업 진출에 전혀 관심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음에도 업계에서는 ‘포스코가 언젠가 해운업을 할 것’이라고 내다봅니다. 신사업 추진이 절실한 최 회장으로서는 HMM은 좋은 먹잇감이기 때문입니다. 10년 전부터 시작된 해운업계와 거대 공룡 포스코의 갈등은 수면 아래에서 현재진행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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