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 승전고 울린 ‘공매도 금지’… 랠리 끝은?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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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개미 승전고 울린 ‘공매도 금지’… 랠리 끝은?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0.06.04 13: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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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동학개미 승전고. /사진=픽사베이
동학개미 승전고. /사진=픽사베이

“이 금고를 인수하면 935억원을 무이자로 지원받는다.”

2000년 6월 1일, 금융감독원은 한 상호신용금고의 인수자 선정 설명회를 갖습니다. 금감원은 이 금고에 대해 스스로 일어설 기회를 줬으나 경영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힙니다. 예금고객 등 거래자 보호를 위해 불가피하게 제3자 인수를 추진했다고 덧붙입니다. 이 금고는 ‘주식 공매도 사고’로 영업정지 중인 우풍상호신용금고입니다.

1995년에 나온 우풍상호신용금고의 홍보용 공중전화 카드. /출처=온라인 커뮤니티
1995년에 나온 우풍상호신용금고의 홍보용 공중전화 카드. /출처=온라인 커뮤니티

“우리 금융시장은 외국보다 높은 기준을 갖고 있다.”

세계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9월 22일, 금융감독원 자본시장서비스국장은 ‘네이키드 쇼트 셀링(naked short selling)’이라는 영어표현을 써가며 입장을 밝힙니다. 세계 각국의 ‘공매도 일시금지’ 대열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이유는 “단기적인 시장 방책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그리고 정확히 열흘 뒤 금융위원회는 연말까지 모든 종목의 공매도를 금지합니다.

6월1일자 코스피시장 공매도 잔액비중 상위 종목. 팝업창의 골드만삭스 등은 셀트리온의 대량 보유자 현황이다. /자료=한국거래소
6월1일자 코스피시장 공매도 잔액비중 상위 종목. 팝업창의 골드만삭스 등은 셀트리온의 대량 보유자 현황이다. /자료=한국거래소

‘차익실현’. 물건 따위를 사고파는 가격 사이에 차이가 발생하여 이익을 얻음을 뜻하는 네 글자입니다. 올해 초부터 주식시장에서 ‘동학개미운동’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킨 개인투자자들이 신나는 ‘차익실현’에 나섰습니다. 코로나19로 기관과 외국인이 팔아치운 우량주를 낮은 가격에 사들인 개인들이 1차 동학전쟁에서 승리하며 1조원이 넘는 전리품을 챙긴 것입니다.

어제(3일) 코스피시장에서 동학개미는 시가총액 상위 대형주를 되팔며 대거 차익실현에 성공했습니다. 이날 개인은 삼성전자(6820억원), SK하이닉스(3000억원), KODEX 레버리지(1397억원), 현대차(792억원), 신한지주(673억원), 포스코(567억원) 등을 집중적으로 순매도했습니다. 그동안 개인 순매수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종목들로 저가에 사서 비싸게 되판 것입니다.

이들 종목은 지난달까지 코스피지수 상승률보다 저조했지만 이날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6% 이상 급등했고, 현대차(5.85%), 신한지주(11.72%), 포스코(7.14%) 등 경기민감주인 자동차·은행·철강 업종 관련 대형주도 일제히 올랐습니다. 이날 하루에만 1조3000억원이 넘는 매물을 쏟아낸 동학개미들은 넉넉한 실탄을 바탕으로 2차전쟁을 준비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승전고를 울리고 있는 동학개미운동의 시작은 금융위원회의 공매도 금지 의결에서 비롯된다는 시각이 우세합니다. 지난 3월 16일부터 6개월간 공매도가 사라지자 개인들은 적극적인 매수세로 돌아섰습니다. 시장의 우려와 언론의 부정적 보도가 쏟아졌지만 개인들은 주식을 저가에 쓸어 담기 시작했습니다. 공매도가 사라지니 ‘예측 가능한 시장’이 됐기 때문입니다.

공매도 잔액 대량보유자 현황. 3거래일이 지난 오후 6시 이후 공개돼 6월 1일이 최신 공시 발생일자가 된다. 자료=한국거래소
공매도 잔액 대량보유자 현황. 3거래일이 지난 오후 6시 이후 공개돼 6월 1일이 최신 공시 발생일자가 된다. 자료=한국거래소

이 같은 소식에 누리꾼들은 이번 기회에 공매도를 완전히 없애라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정상적인 주식시장을 위한 공매도 영구폐지 찬성” “공매도 폐지해야 코스피3000 코스닥1000간다우리나라 너무 저평가다” “10년이상 박스피다. 이래도 공매도가 정당한가? 미국시장의 꼬딱지보다도 작은 규모에서 중국이 재채기하면 폐렴 걸리는 우리 주식시장이 강대국 사이에 끼어서 지수가 10년 이상 기고 있으니 기업이 주식시장에서 어떻게 자금을 조달하고 성장하며 새로운 벤처기업이 탄생되겠는가. 성장을 방치하고 공매도를 옹호한 금융당국은 직무유기다. 개인투자자도 미국시장으로 점점 떠나고 있다. 개인투자자 없이 기관,외인만 있으면 시장이 유지될 거 같으냐? 당장 공매도 금지해라”.

서로서로 신중한 투자를 당부하는 ‘동료애’도 피어납니다.

“기관 외국인이 팔고 개인이 샀어야 이긴 거지? 같이 올린 걸 이겼다고. 그러다 한방에 털고 나가는 종족이 이기는 거여. 눈치싸움. 절대 개인은 기관과 외인의 프로그램 사용과 공매도등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조금이라도 드셨으면 나오는 게 익절” “공매도가 없기에 가능한 거지” “ 수익실현하고 튀는 현명한 개미가 꼭 많았으면 좋겠다” “난 졌어. 예전에 물려있었거든” “전투에서 승리한 거지 전쟁에서 승리한 건 아니다. 동학개미 이후에 계속 상승장이었다. 하락장까지 거친 후 평가해야 옳다”.

오늘의 ‘베댓’입니다. 그래도 묻지마 투자는 안 됩니다.

“3월 20일경... 나는 주식 안사고 뭐했을까? 아무거나 샀어도 다 올랐는데 ㅜㅜ”.

뉴욕 증권거래소. /사진=픽사베이
뉴욕 증권거래소. /사진=픽사베이

코로나19 확산세가 여전한 가운데 우리나라를 비롯한 글로벌 주식시장의 이번 호황기는 언제까지 이어질까요. 윤영교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실적시즌과 주도주 교체가 맞물리는 7~8월에 한차례 조정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라며 “빠르게 회복된 금융시장을 근거로 미국 연준이 추가 유동성 공급에 대한 회의적인 견해를 내놓을 수 있다”라고 내다봤습니다.

보수적인 관점에서 시장에 접근하라는 조언은 이어집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유동성이 강세장을 만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기본을 벗어나서 시장이 움직이지는 않는다”라며 “2차 충격이 온다고 하더라도 깊이는 덜하고 대신 조정시간은 길어질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유럽이 코로나19 진정국면을 유지하는 가운데 미국의 재확산이 가시화한다면 유로 강세, 달러 약세가 전개될 것”이라며 “원자재, 신흥국 증시에 긍정적인 변화라고 볼 수 있다. 어쩌면 하반기 달러 약세국면 진입, 글로벌 유동성 흐름의 변화(선진국·미국→신흥국)의 시작일 수 있다”라고 전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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