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수육 이자’에 방값 올리니… ‘반값’에 열광하다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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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수육 이자’에 방값 올리니… ‘반값’에 열광하다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0.06.03 14: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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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탕수육. /사진=픽사베이
탕수육. /사진=픽사베이

“우리 동네 짜장면은 1500원!”

1990년대 이야기가 아닙니다. 최근 코로나 사태로 손님이 줄어들자 서울을 비롯한 전국의 짜장면 가격이 서민을 유혹합니다. ‘요리’의 대명사 탕수육을 9000원에 대접하는 식당까지 생겨났습니다. 90년대 중반 무렵, 짜장면을 1500원에 먹을 수 있었으니 단순 물가로만 따지면 25년 전으로 타임머신을 탄 것입니다.

짜장면값 추이. /그래픽=뉴스웰
짜장면값 추이. /그래픽=뉴스웰

“사상 첫 마이너스… ‘D 공포’ 엄습”

2019년 9월 3일, 언론들은 일제히 통계청 발표 자료를 전하며 경제 충격파를 걱정합니다. ‘-0.038%’. 전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사상 최초로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디플레이션이 고개를 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디플레이션(D)은 상품·서비스 가격이 계속 하락하는 현상을 뜻합니다. ‘D’는 1930년대 대공황과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의 방아쇠였습니다.

‘마이너스(minus)’. 뺄셈을 비롯한 여러 가지 뜻을 가진 기호를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벌이보다 씀씀이가 많은 적자, 전류를 받아들이는 음극 등 다양한 표시를 나타냅니다. 어제(2일) 나온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습니다. 8개월 만이자 사상 두번째입니다. 디플레이션 우려에 정부는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5월 소비자물가 동향. /자료=통계청
5월 소비자물가 동향. /자료=통계청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 물가지수는 104.71로 1년 전보다 0.3% 하락했습니다. 국제유가 급락으로 석유류 가격이 18.7% 떨어지며 전체 소비자물가를 0.8%p 끌어내렸습니다. 공공서비스 물가도 1.9% 하락해 전체 물가를 0.27%p 낮췄습니다. 대구시의 고등학교 1학년 등록금 감면, 지자체 상하수도 요금 감면 등도 전체 지수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사상 두번째 마이너스 물가에 ‘디플레이션이 시작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하지만 정부는 일시적인 공급 요인 때문이라며 디플레이션으로 보는 건 부적절하다는 입장입니다. 기획재정부는 다만 소비와 투자가 지연되고 성장세 둔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책적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변동 추이.
한국은행 기준금리 변동 추이.

소비자물가에 이어 예금 금리도 여러 지표들을 감안하면 사실상 ‘마이너스’입니다.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치인 0.5%로 내린 지 일주일도 안 돼 시중은행의 예·적금 금리 인하가 시작됐습니다. 이제 1000만원을 1년간 맡겨도 이자로 5만원밖에 받을 수 없게 됩니다. 웬만한 중식당의 탕수육 두 접시 가격입니다.

KB국민은행은 최근 주력 예금상품인 ‘국민수퍼정기예금’의 기본금리를 0.3%p 내렸습니다. 이 상품의 1년 계약기준 기본금리가 0.9%에서 0.6%가 된 것입니다. 돈을 3년간 맡겨도 금리는 0.75%로 1%에 미치지 못합니다. 1000만원을 맡긴다고 가정할 경우 1년 기준 세금을 제외한 이자는 5만원, 3년 기준 19만원에 그칩니다.

사실상 마이너스 금리는 고스란히 서민들의 고통으로 전가되고 있습니다. 은행에 돈을 맡겨도 금리가 낮자 집주인들이 전세보다 반전세나 월세를 선호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현상은 전세금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전세가율이 1년4개월 만에 상승 전환하는 등 갭(매매가와 전세금 차이)이 다시 줄어들기 시작하면서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집니다.

최근 강남 3구(강남·송파·서초구)를 중심으로 전세금이 급등하고 있습니다. 직장인 연봉으로는 2년마다 갱신해야 하는 전세금 상승분도 내기 어렵습니다. KB국민은행 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금은 4억8656만원으로 1년 전보다 2414만원(5.2%) 상승했습니다. 평균 전세금은 2년 전과 비교하면 3647만원이나 올랐습니다.

강남구 아파트 전월세가격.(단위 ㎡,  만원) /자료=서울부동산정보광장
강남구 아파트 전월세가격.(단위 ㎡, 만원) /자료=서울부동산정보광장

이 같은 소식에 누리꾼들은 물가와 현실의 괴리를 지적하며 경기침체를 걱정합니다.

“시장 나가서 장 봐봐라. 물가가 떨어졌는지” “정부 소비자 물가 통계의 괴리를 보여주고 있네요.. 이 지표를 가지고 정책을 펴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소비자 물가 산출기준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경기침체 현실화. 금융위기 때도 강남권 아파트 먼저 떨어지고 비강남권은 오르다가 둘 다 하락. 이번에도 그러리라 봄” “일본처럼 장기불황 대비해라 일본 전철 따라간다. 인구는 일본보다 더 심각 절벽상태 집값 대폭락 대비나 해라”.

빛보다 빠른 예금금리 인하에 나선 은행들을 질타합니다.

“시민들 예금적금 금리는 잘 내리면서 대출이자는 올랐으면 올랐지 내리지 않는 은행들,,,앞뒤가 맞지 않는 이놈의 시스템들,,,,,,,우리들 이자금리 내리면,,,좋다 이거야,,,대출이자도 같이 내려.....은행 너네들 급여만 올리지 말구” “점심시간에는 영업을 하지 않겠다고 하지를 않나, 빌려준 돈 이자는 따박따박 올리면서 받아놓은 예금 이자는 내리고 직원들 급여는 나날이 인상되고 ㅎ 이래서 부자들이 금고에 골드바 쟁여놓고 있는 건가”.

월세 상승 우려와 함께 전세금 상승을 부추기는 언론을 싸잡아 비난합니다.

“전세 오르다가 월세도 오르겠지” “금리 제로의 시대가 곧 옵니다. 전세라는 개념 자체가 사라지는 시대가 온다는 소리죠. 내 집이 있거나, 월세로 살거나. 둘 중 하나가 되겠죠” “다시 시작이구나..근데 매번 알면서 당하는구나ㅠ” “집은 남아돈다. 지금 보니 모든 경제신문이 강남전세가 상승 다 똑같네.. 강남 아니면 죽니? 빌라에 살어.. 수준에 맞춰서...아주 대놓고. 인상을 부추기네... 걸레같은 신문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오늘 한국감정원 청약홈에 따르면 동탄2신도시에서 1순위 경쟁률 150대 1을 기록한 단지가 나왔습니다. ‘반값’ 이상 싼데다 교통호재가 예상되자 청약에 몰린 통장만 5만6000개였습니다. 오늘부터 온라인 판매를 시작한 면세품 쇼핑몰에서는 접속자가 몰려 서버가 마비됐습니다. 명품을 ‘반값’까지 판다고 하자 광클릭 경쟁이 벌어진 것입니다.

반값 아닌 제값에도 지갑이 열리는, 빼기 아닌 ‘더하기 경제’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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