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이 청약, 깜깜이 관리비, 깜깜이 투자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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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이 청약, 깜깜이 관리비, 깜깜이 투자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0.06.10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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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생전의 레이 찰스. /사진=유튜브
생전의 레이 찰스. /사진=유튜브

“보이지 않는다고 눈을 감을 필요는 없다.”

2005년 2월 13일, 제47회 그래미상 시상식에서 8관왕이 탄생합니다. 주인공은 일곱살에 녹내장에 걸려 앞을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 그러나 수상자는 8개월 전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는 소울이라는 장르로 인종차별에 항거한 흑인들의 우상이었습니다. 오늘(6월 10일)은 <I Can't Stop Loving You>의 레이 찰스가 세상을 떠난 지 16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가우디가 설계한 '카사바트요'. /사진=픽사베이
가우디가 설계한 '카사바트요'. /사진=픽사베이

“보이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1972년 11월, 유네스코는 인류의 소중한 문화 및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 ‘세계유산’을 선정합니다. 1852년 스페인에서 태어난 건축가는 여기에 일곱작품이나 이름을 올립니다. “자연은 신이 만든 건축이며, 인간의 건축은 그것을 배워야 한다”. 그의 철학은 장자의 ‘무위자연’과 맞닿아 있습니다. 오늘은 안토니 가우디가 전차에 치여 사망한 지 94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군맹무상(群盲撫象)’. 여러 시각장애인이 코끼리를 더듬는다는 뜻으로, 좁은 소견과 주관으로 사물을 그릇 판단함을 이르는 네 글자입니다. 코끼리의 머리, 코, 상아, 다리 등 특정 부분만 만진 시각장애인의 표현이 모두 달랐던 데서 유래합니다. 어떤 사실에 대해 전혀 모르고 하는 행위, 또는 그런 행위를 하는 사람을 뜻하는 순우리말 ‘깜깜이’로 바꿔 쓸 수 있습니다.

아파트 분양시장에 ‘깜깜이 청약’ 광풍이 불고 있습니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 분양가상한제 적용, 수도권 전매제한 확대 등 규제 강화를 앞두고 자격을 갖추지 못한 예비 청약자까지 뛰어들고 있습니다. 계약금이 없어 당첨을 취소하는 사례까지 발생하는 등 청약 시장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자료=한국감정원 청약홈
/자료=한국감정원 청약홈

최근 분양시장에 나온 신규 아파트 청약경쟁률을 보면 서울 서초구 ‘르엘 신반포 파크애비뉴’ 1순위 114.3대 1, 위례 ‘우미린2차’ 115대 1, 흑석리버파크자이 95.9대 1입니다. 청약가점이 적용되고 사실상 총 분양가격이 9억원을 넘어 대출을 받기 쉽지 않지만, 경쟁률 100대 1은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1~6월 서울 청약 경쟁률(8일 기준)은 평균 98대 1입니다. 지난해 31대 1, 재작년 30대 1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3배 넘게 뛰었습니다. 이처럼 높은 경쟁률에도 큰 인기를 끄는 이유는 시세에 비해 낮은 분양가격 때문입니다. 입주 1년 미만 아파트의 지역별 평균 시세차익은 ▲서울 2억8000만원 ▲세종 1억9898만원 ▲경기 8728만원입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청약시장이 투기화하면서 청약에 당첨될 수 있는 실수요자들의 기회가 뺏길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청약 부적격자가 되면 추후 청약 자격이 일정 기간 박탈되는 등 당사자도 손해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청약 시장의 ‘허수’를 걸러내는 부동산 당국의 보완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단지.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단지.

아파트 청약시장의 깜깜이 열풍과는 달리 오피스텔 시장에서는 ‘깡통전세’가 현실화하고 있습니다. 오늘 한국감정원 통계를 보면 지난달 전국 오피스텔 평균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80.73%였습니다. 전국 평균 매매가는 1억7826만원이었습니다. 오피스텔을 사서 전세를 놓을 경우 3435만원만 있으면 매입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전세가율이 상승하고 있는 오피스텔을 사들일 때에도 고려해야 할 것이 또 있습니다. 깜깜이 관리비입니다. 아파트는 2014년부터 관리비 공개 항목을 세분화하고 유사단지와 비교할 수 있게 했지만 오피스텔 관리비는 여전히 ‘깜깜이’입니다. 아파트보다 진입장벽이 낮지만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보호받는 영역도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9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손병두 부위원장(왼쪽 2번째)이 주재하는 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를 진행했다. /사진=금융위원회
금융위원회는 지난 9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손병두 부위원장(왼쪽 2번째)이 주재하는 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를 진행했다. /사진=금융위원회

이 같은 소식에 누리꾼들은 ‘별따기 당첨’을 호소하며 투기 근절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습니다.

“서울 거주기간 늘려주세요. 집이 없어서 몇 년째 무주택이어도 당첨기회가 없어서 몇 년째 청약만 하고 있답니다. 당첨이 안되네요” “일단 지역에 사는 사람 아니면 청약 못하게 하면 적어도 투기꾼 많이 줄어들고 정말 살고 싶은 사람들 들어갈 수 있다” “집 있는 사람은 청약에서 제외하고 꼭 집이 필요한 사람들을 우선순위 해야지 ㅋ 주택청약으로 지들끼리 다해 처먹는 나라 ㅋ” “청약 당첨시 10년 재당첨 제한인 것처럼 부적격시 1년이 아니라 5년 정도로 해야 신중히 청약하지”.

전세제도 폐지론부터 비싼 집값까지 서민들 넋두리도 이어집니다.

“전에는 월세가 많고 전세도 많았는데 지금은 거의 매매로 거래가 많으니 집값은 계속 오르고 돈 없는 사람들은 대출 없이는 집 마련하기 힘드니.. 집값 좀 내렸으면” “자꾸 이러쿵저러쿵 하지 말고 전세제도 없애라. 다 해결된다. 깡통도 없어지고 투기도 없어지고” “저것도 대부분 전세자금대출 받은 거라서 절반 이상은 은행 거임” “전세금 한푼도 못받았다 전세는 은행에서도 권하지 않음” “보증금 줄이고 반전세나 월세 살든가. 저 가격에 전세 들어가는 호갱님들이문제지”.

금융공공데이터 전면개방 체계도. /자료=금융위원회
금융공공데이터 전면개방 체계도. /자료=금융위원회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어제부터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없던 비상장법인정보 58만건을 무료로 공개했습니다. 공개된 금융 공공데이터는 기업과 금융회사, 통합공시, 자본시장, 국가자산공매 등 5개 핵심분야의 테마정보, 50개 서비스, 5500개 항목입니다. 이에 따라 그동안 문제가 됐던 ‘깜깜이 투자’에 대한 우려도 상당 정도 해소될 전망입니다.

1926년 순종의 장례일인 오늘, 제2의 만세운동이 일어납니다. 3·1운동이 일어난 지 7년 뒤입니다. 이날 오전 8시30분쯤 임금의 상여가 종로를 지날 때 뜨거운 만세 소리와 함께 10만장의 격문이 뿌려집니다. 격문에는 94년 전 선대들이 중요하게 생각했던 ‘가르침’이 씌어 있었습니다. ‘깜깜이’가 없는 현명한 투자의 왕도는 배움입니다.

“우리의 교육은 우리들 손에 맡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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