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의 장소 국도극장, ‘추억’이 사라진다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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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의 장소 국도극장, ‘추억’이 사라진다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0.10.21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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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1968년 7월 16일 국도극장에서 개봉한 영화 ‘미워도 다시 한번’에서 모자 역할을 맡았던 문희와 김정훈.
1968년 7월 16일 국도극장에서 개봉한 영화 ‘미워도 다시 한번’에서 모자 역할을 맡았던 문희와 김정훈.

“저녁에 신영균이랑 문희 나왔던 극장 앞에서 보자”

1968년 7월 16일, 극장 문을 나서는 이들은 붉어진 눈시울을 감추지 못합니다. 93분 동안 관객의 눈물을 쏙 뺀 이른바 최루 영화는 <미워도 다시 한번>. 당시 서울 인구의 10%인 38만명이 유일무이한 개봉관을 찾았으니 인기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국도극장’은 그 후로 오랫동안 미도파백화점, 뉴욕제과점과 함께 3대 만남의 장소가 됩니다.

시간여행을 그린 영화 ‘빽투더퓨처’. /사진=영화 스틸컷
시간여행을 그린 영화 ‘빽투더퓨처’. /사진=영화 스틸컷

“마티 맥플라이가 드로리안을 타고 돌아왔다”.

2015년 오늘(10월 21일), 개봉한 지 30년이 지난 영화가 첨단 기술로 다시 태어납니다. 최초 상영부터 맞춤법에 어긋난 한글 표기로 관객을 사로잡은 <빽투더퓨처>. 제목 그대로 시공간을 초월할 수 있었던 까닭은 ‘디지털 리마스터링’ 덕분입니다. 원본을 훼손하지 않고 화질 등 품질을 향상한 기법에 관객들의 30년 전 추억도 더욱 또렷해집니다.

‘영상산업’. 영사막이나 텔레비전 등의 화면에 나타나는 영상과 관련한 산업을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인터넷으로 각종 영상을 제공하는 서비스인 OTT(Over The Top)가 영화뿐 아니라 영상산업 전반을 흔들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의 장기화로 특히 영화업계는 생존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관객이 급감하자 관람료를 올리고 극장을 싼값에 개인에게 빌려주고 있습니다.

CGV 홈페이지 공지사항.(CGV영등포 기준)
CGV 홈페이지 공지사항.(CGV영등포 기준)

코로나19가 재유행한 지난달 극장을 찾은 관객이 역대 9월 관객 수 가운데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21일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9월 극장 관객 수는 299만명으로 1년 전보다 79.7% 줄었습니다. 이는 영진위가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을 가동한 2004년 이후 성수기로 꼽히는 9월의 관객 수를 집계한 수치 중 최저치입니다.

이처럼 관객이 배 가까이 줄어들자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극장 CGV가 오는 26일부터 관람료를 올리기로 했습니다. 주중(월~목) 오후 1시 이후 일반 2D 관람료를 1만1000원에서 1만2000원으로, 주말(금~일) 오후 1시 이후 관람료도 1만2000원에서 1만3000원으로 조정합니다. 이코노미·프라임 등 좌석 차등제는 폐지하고 앞좌석인 A열과 B열은 1000원을 할인합니다.

영화업계는 관람료 인상에 앞서 자구책도 잇따라 실시하고 있습니다. CGV는 서울랜드와 함께 지난 7월 국내 테마파크에서는 처음으로 자동차 극장을 개관했습니다. ‘거리두기’가 이뤄져도 관람객을 끌어 모을 수 있는 방안이기 때문입니다. 바다 건너에서는 싼값에 극장을 개인에게 빌려주는 고육지책을 내놨습니다.

미국 최대의 영화관 체인 AMC는 극장에서 영화를 보기 원하는 고객을 위해 99달러(11만2860원)에 극장 전체를 빌려주는 서비스를 최근 내놓았습니다. 1회 극장 임대에 가족과 친구 등 최대 20명까지 입장이 가능하고, 가족용 애니메이션 <몬스터 주식회사>와 <슈렉>을 비롯해 핼러윈 시즌 공포 영화, 최신 개봉작 가운데 1편을 골라 관람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동영상 콘텐츠를 감상하는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인터넷에서 동영상 콘텐츠를 감상하는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이 같은 소식에 누리꾼들은 이젠 ‘집에서 영화 보는 시대’라며 관람료 인상에는 ‘불매’로 대처하겠다는 반응입니다.

“일반 영화관보다 사운드나 화면이 강조된 프리미엄 영화관만 살아 남는다. 그 정도 메리트 아니면 집에서 영화 봄” “내 집에서 보는 것도 나름 편해. 75인치에 우퍼 방음해두니까” “요즘 시대에 필름 돌리는 거도 아니고 파일로 만들어서 티비 보듯이 대형 빔프로젝트에 틀어 주는데 솔직히 영화관 필요 없음. 집에도 요즘 화면이 커져서 결제해서 티비로 보면 됨. 아니면 드라마처럼 티비에 방영하든지~ 개인적인 의견이니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도 있겠지만 시대에 흐름에 따라 없어지는 것도 있을 수 있다는 말. 생활에 꼭 필요한 건 아니니”.

“지금 경제활동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관람료를 인상한다는 건 너무한 거 같은 데요. 지금도 비싸지 않나요? 수요는 줄고 관객은 감소하는데 관람료 인상이라니 서민 입장에서는 반갑지 않네요” “내려도 가볼까? 하는 생각 해볼까 말까인데 올린다굽쇼? 극장에서 영화 보지 말란 얘기?” “올려라 ㅋㅋㅋ 안가고 말지 ㅋㅋ 진즉에 메가만 다니고 있음” “그냥 바로 옆에 롯데나 메박 가면 됨 ㅋㅋ 올리던지 말던지” “잘 나갈땐 물가 오른다고 가격 올리고 관객 없을땐 적자라고 가격 올리고” “기왕 올릴 거 1인당 10만원으로 해서 폐점 가즈아~”.

누군가는 극장의 감동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영화관에서 보는 것과 집에서 보는 것의 차이는 여러 사람과 같은 영상을 실시간 같이 보면서 웃고 울고 감정을 공유하느냐 하지 못하느냐의 차이도 있는 것 같다. 내 경우는 영화관에서 사람들과 그 순간의 분위기, 감정들을 공유하는 게 더 좋다”.

행복지수 1위 국가 부탄의 영화 ‘교실 안의 야크’의 한 장면. /사진=영화 스틸컷
행복지수 1위 국가 부탄의 영화 ‘교실 안의 야크’의 한 장면. /사진=영화 스틸컷

“극장가 숨은 강자, CGV아트하우스 박스오피스 및 예매율 1위”. 지난 추석, 영화 마니아들은 놀라운 경험을 합니다. 하루에 단 서른차례 상영작이 이룬 기적입니다. 주인공은 부탄 어린이들의 선한 영향력을 보여준 <교실 안의 야크>. 영화 속 대사입니다. “국민총행복지수 1위인 부탄에서도 잘 나가고 많이 배운 사람들은 다른 나라에 가서 행복을 찾으려 한다”.

“이제 다이너마이트로 불러”. 임마누엘의 셋째 아들은 자신의 이름을 붙였던 폭약 발명품을 고쳐 부르기로 합니다. 임마누엘은 아들들을 이렇게 평가합니다. “투기에 밝은 첫째. 뛰어난 재능의 둘째, 가장 부지런한 셋째”. 1833년 오늘은 알프레드 노벨이 태어난 날입니다. 최고의 상으로 인류를 행복하게 만든 그도, 다이너마이트로도 해결하지 못하는 일이 있습니다.

“돈은 상속할 수 있지만 행복은 상속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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