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꼬우면 좋은 집 들어가든가”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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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꼬우면 좋은 집 들어가든가”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0.10.14 16: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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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서울의 아파트촌. /사진=픽사베이
서울의 아파트촌. /사진=픽사베이

“야, 아니꼬우면 군대 일찍 들어오든가.”

가방끈이나 ‘민증’이 아닌 계급장이 최우선인 곳에서 고참병이 흔히 내뱉는 말입니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강동구에 장기전세 임대주택을 공급하면서 평면도만 보여줘 입주예정자의 불만이 커지고 있습니다. 바로 옆 분양아파트는 견본주택은 물론 구경하는 집까지 제공합니다. SH의 태도는 사라져야할 군사문화와 다르지 않습니다. “아니꼬우면 좋은 집 들어가든가”.

‘특별공급’. 정책·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계층의 주거 안정을 위해 일반 청약자들과 경쟁을 하지 않고 아파트를 분양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줄임말 ‘특공’으로 곧잘 부르는데, 신혼부부·다자녀·노부모 부양 등으로 지원 항목이 나뉩니다. 국토교통부령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따라 일반공급 물량의 10% 이하를 특공으로 배정할 수 있습니다.

/자료=국토교통부
/자료=국토교통부

오늘(14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개최한 제8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발표한 주택 특별공급 제도개선 방안에 따르면 소득이 많은 맞벌이 신혼부부도 특공에 청약할 수 있도록 소득 요건을 민영주택에는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140%, 맞벌이는 160%까지 확대했습니다.

요약하면 30~40대 맞벌이 신혼부부의 소득이 1억원이어도 신혼부부 특별공급 청약을 할 수 있도록 자격요건을 완화합니다. 연봉 1억668만원에 자녀 한명인 맞벌이도 민영주택 신혼부부 특별공급에 청약을 넣을 수 있습니다. 신혼희망타운 분양 소득 요건의 경우에도 기존 월평균 소득 120%(맞벌이 130%)에서 130%(맞벌이 140%)로 상향해 청약 문턱을 넓혔습니다.

홍 부총리는 “보다 많은 실수요 계층이 내집 마련 기회를 더 가질 수 있도록 신혼부부·생애최초 특별공급 소득기준 추가 완화를 추진한다”라며 “무주택 신혼가구 약 92%가 특별공급 청약자격을 갖게 되며 기존 신혼부부 자격대상가구 대비 공공분양은 8만1000가구, 민영은 6만3000가구에 특별공급 기회가 신규 부여되는 효과를 기대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및 공공주택 특별법 시행규칙(국토교통부령) 등 관계 법령 개정 절차에 즉시 착수해 내년 1월까지 완료할 계획”이라며 “이번 제도개선에 따라 지난 8·4 공급대책 및 3기 신도시 사전청약 등을 통해 확대되는 주택 공급에서 맞벌이가구 등 보다 많은 실수요 계층이 내집 마련 기회를 갖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제8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한 홍남기 부총리. /사진=기획재정부
제8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한 홍남기 부총리. /사진=기획재정부

이 같은 소식에 누리꾼들은 저마다 처한 상황에 따라 ‘공평한 기회’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결혼해서 초6아이 하나 있고 지금까지 무주택.. 뼈빠지게 모아서 여기까지 왔는데 역차별 당할 생각하니 울화가 치미네요. 저같은 사람은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신혼부부보다 중고생 애키우는 부모에게 특공이 더 필요하다” “왜 40~50 대는 차별하는 거냐 ? 이들은 오랜 기간 세금 내며 나라에 기여했는데, 왜 40,50대는 차별하냐” “모두가 특혜로 가면 그건 특혜가 아니라 다 같이 평범해지는 거다.... 그냥 수년간 성실히 점수 쌓아온 40~50대 가장들만 엿 먹는 거지” “애 셋 이상이면 무조건 당첨시켜줘야지 않나?” “국회의원들 자녀들이 저기에 해당되나 봄” “이건 또 뭐예요? 2030 하고 4050하고 싸움시키는 건가요” “그냥 특별공급 없애요. 청약저축순으로”.

“우리 문학이 다루고 있는 공통된 주제가 개인이 겪은 역사적 상처라는 것을 발견했다”. 오늘은 평론가 김치수 선생이 세상을 떠난 지 여섯돌입니다. 그는 해방 이후 한글로 교육받고 4·19혁명과 함께 문학을 시작했습니다. 나라의 주인을 치유하는 정책은 우리의 문학과 다르지 않습니다. 4·19 정신처럼 시민이 주인인 부동산대책을 기대합니다.

“문학은 개인이 입은 상처와 고통의 정체를 밝혀주고 그 치유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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