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히트 주가, 걸리버는 알고 있다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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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히트 주가, 걸리버는 알고 있다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0.10.19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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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남해회사'의 주식 사재기 열풍을 그린 작품. /사진=위키피디아
'남해회사'의 주식 사재기 열풍을 그린 작품. /사진=위키피디아

“천체의 운동은 계산할 수 있지만 인간의 광기는 계산할 수 없다.”

1711년 영국, 노예를 중개하는 ‘남해회사’가 세워집니다. 경영이 신통치 않던 회사는 복권발행에 이어 금융회사로 변신을 꾀합니다. 주식과 국채 교환으로 버블을 만들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리고 9년 뒤 영국 정부는 거품회사를 청산합니다. 1000파운드 주식이 33파운드가 된 뒤입니다. 7000파운드를 땄던 과학자 뉴턴에게도 2만파운드의 적자 장부가 남겨집니다.

‘의무보유’. 기관이 공모주를 많이 배정받는 조건으로 이를 일정 기간 팔지 않고 가지고 있는 것을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공모주의 의무보유를 명시한 약정을 의무보유확약이라고 부릅니다. 젊은 층의 주식투자 열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빅히트 주식 약 4000억원어치를 사들인 개인 투자자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습니다. 의무보유 종료 물량이 대기 중이기 때문입니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앞으로 한달 안에 의무보유 기간을 마치고 시장에 풀리는 기관투자자 보유 빅히트 주식은 총 152만7000여주에 이릅니다. 이들 주식은 기관이 이번 공모에서 배정받은 총 428만2309여주 중 35.68%에 해당합니다. 이 가운데 20만여주는 의무보유 기간이 15일, 132만여주는 1개월입니다.

현재 유통 가능한 빅히트 주식이 약 670만주임을 고려하면 약 23%에 해당하는 물량이 시장에 새로 추가됩니다. 게다가 이미 상장된 보통주 외에 상환전환우선주 88만8000여주도 언제든지 보통주로 전환돼 추가 상장될 수 있습니다. 이 상환전환우선주는 중국 벤처캐피털인 레전드캐피털이 웰블링크(Well Blink Limited) 명의로 보유한 것입니다.

기관 의무보유확약 기간별 주식 배정수량. /자료=빅히트 증권발행실적보고서
기관 의무보유확약 기간별 주식 배정수량. /자료=빅히트 증권발행실적보고서

이에 따라 빅히트 주가가 지난달 상장한 카카오게임처럼 수급 영향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카카오게임즈는 상장 한달 뒤인 지난 12일 1개월 의무보유 기간을 끝낸 물량이 시장에 나오자 주가가 7.36% 급락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조만간 시장에 풀릴 빅히트 물량의 비중이 같은 기간 카카오게임즈보다 상대적으로 더 크다는 점입니다.

카카오게임즈는 상장 한달 동안 454만여주가 풀렸는데 최초 유통 가능 주식의 약 30%, 전체 보통주 대비 지분율은 6.16%였습니다. 빅히트의 경우 상환전환우선주까지 더하면 한달 안에 새로 나올 수 있는 물량은 총 241만6000여주로 현재 유통 가능 주식의 약 32%, 전체 보통주 대비 지분율은 6.96%입니다. 물량 자체는 적지만 비중은 카카오게임즈보다 높습니다.

한편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빅히트(352820)는 전거래일보다 1만1500원(5.74%) 내린 18만900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상장 직후 반짝 ‘따상’(공모가 2배에서 시초가가 형성된 뒤 상한가 기록) 가격인 35만1000원에서 46% 급락한 수준입니다. 다만 공모가(13만5000원)와 비교해 수익률은 40%입니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39억, 82억원을 순매도했고 개인만 홀로 111억원을 순매수했습니다. 이날을 포함해 3거래일 동안 외국인은 870억, 212억원을 순매도했고 개인은 4149억원을 순매수했습니다. 상장 직후 12조원을 넘어서기도 했던 시가총액은 6조3969억원으로 내려앉았습니다. 이는 코스피 전체 40위(우선주 제외)에 해당합니다.

빅히트의 주가가 속절없이 떨어지는 가운데 이제 핵심은 적정 주가가 얼마인지 가늠하는 것입니다. 증권가에서는 현재 빅히트가 적정 주가를 찾아가는 과정을 거치고 있어 당분간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20만원 중반에서 안정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빅히트 주가 추이. /자료=네이버 증권정보
빅히트 주가 추이. /자료=네이버 증권정보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빅히트 목표주가 26만4000원을 제시하며 “여전히 엔터주 최선호주로 추천하며 주가 상승여력은 32% 보유해 매수구간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 근거로 ▲출회물량 부담은 상당히 해소된 것으로 파악되며 ▲현 주가가 주가수익비율(PER) 38배로 적정 트레이딩 구간(35~50배)의 하단부에 진입했다는 설명입니다.

이기훈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하반기 매출액이 컨센서스 수준인 4000억원이면 하락한 현 주가 수준이 매우 적정하고 5000억원 내외면 하반기만 1000억원, 2021년은 약 2000억원을 과소추정하는 것”이라면서 “당사는 빅히트의 실적이 너무 과소 추정돼 비싸 보이기 때문에 주가가 부진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이 같은 소식에 누리꾼들은 투자광풍을 부동산에 빗대며 공모주 정책의 보완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부동산의 미래를 보는듯 하다” “개미 피빠는 공모주정책” “시장에 풀릴 전체물량 중 95%가 기관과 외국인 보유.. 저걸 왜 사는지.. 하긴 우리나라만의 이상한 공모방식.. 개인물량은 극소량이고 기관과 외국인 배정물량 90% 이상인데.. 일반인이 돈 수십조 있지 않은 이상 기껏해야, 몇주 받고.. 언론에서는 몇백대 1이라 기사 내고.. 멍청한 개미들 불러들여 매도물량 받아내게 하고.. 공모주방식을 기관과 외국인 그리고 일반인 똑같이 청약 받아 분배하면 최소한 저런 일은 절대로 안 일어난다” “그렇게 물고 빨고 따상 노래 부르던 언론들 니들 책임이 크다”.

“빅히트를 장중에 매수했다는 것 자체가 주린이임. 주식 절대 하지 말아야 하는 사람들임. 액면가 500원에 대한 개념도 없을 것이고. 영업이익과 시총에 대한 의미도 모를 것이고. 적정가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도 안해봤을 것임. 몇 달 내에 5만원 보는데. 터무니없다 생각하는 사람들은 JYP YG SM 시총이나 주가는 모르고 묻지마 투자하는 사람들일 것임. 방탄 하나에 목매는 거 자체가 빅히트 종목의 한계이고 문제는 지금이 정점임. 상장 시점을 염두에 두고 빌보드 1위 만들려고 싱글 덤핑하고 리믹스 10종 가까이 뿌린 거고 한탕해서 빠져나오는 거지”.

휴이넘은 걸리버를 만나고서 야후들이 충분한 양의 먹이를 주어도 다투는 습성이 '탐욕'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휴이넘은 걸리버를 만나고서 야후들이 충분한 양의 먹이를 주어도 다투는 습성이 '탐욕'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SNS와 인터넷 게시판 등에는 이번에 주식 거래를 처음 시작한 ‘아미’(BTS 팬)들을 중심으로 “빅히트 주식을 환불받고 싶다”는 불만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미를 아내로 둔 40대 남성은 “빅히트는 무조건 뜬다며 그동안 모아온 5000만원으로 빅히트 주식을 샀는데 벌써 1500만원 넘게 손해를 봤다”고 털어놨습니다.

레버리지에 나선 투자자는 “증시 전문가들이 상장 후 이틀간은 상한가를 찍을 거라고 해서 은행에서 대출받아 34만6000원에 3000주 넘게 샀는데 계속 떨어져 잠이 안 온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투자자는 “전세금 받은 것 잠깐 굴리려고 빅히트 주식을 샀다가 전세금을 못 돌려줄 위기에 처했다. 아내는 이혼하자고 난리”라고 하소연했습니다.

“런던 사람들에게 종교를 물으면 남해회사 주식이라고 답한다”. 1745년 오늘(10월 19일) 세상을 떠난 조너선 스위프트는 당시 투자광풍을 이렇게 표현합니다. 걸리버는 말이 주인공인 나라 ‘휴이넘’에서 인간을 닮은 야만적 동물 ‘야후’ 취급을 받습니다. 걸리버 여행기에서 이름을 딴 미국 포털 ‘야후’가 대한민국에서 철수한 이유는 ‘지식검색’ 대결에서의 참패였습니다.

“지식에 대한 투자는 최고로 좋은 이자를 지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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