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 채권단에 한판승’ 태영그룹 윤세영 회장의 ‘무기’ [조수연 만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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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아웃 채권단에 한판승’ 태영그룹 윤세영 회장의 ‘무기’ [조수연 만평]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4.01.25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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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지난해 건설 현장에 문제없다고 호언장담하던 태영건설. 태영건설의 122개 PF 사업장에서 올해 만기가 도래할 것으로 예상하는 채권은 무려 5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다. 부동산 경기가 어려워지자, 지난해 말 91세 회장까지 나서 그룹을 지키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보였고, 태영건설은 일몰했던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을 마치 짜 맞춘 듯 재시행하며 워크아웃 신청에 들어갔다. 대표적 지상파 방송사 SBS를 소유한 태영그룹의 주채권은행은 대한민국 기업 구조조정 역사에 서슬 푸른 저승사자 역할을 도맡아 온 KDB산업은행이다.

산업은행과 금융당국은 태영그룹이 워크아웃 사전 구조조정 요구 단계에서 믿는 구석이 있다는 듯 실망스러운 구조조정안을 내놓자 발끈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SBS를 보유한 태영그룹이 총선을 앞두고 정권에 대항할 빅카드를 쥔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었으나, ‘건방 떨다 한 방 먹은 꼴’인 태영그룹을 보며 내심 고소해 하는 분위기였다. 다만, 태영그룹의 성의 있는 구조조정을 채근하는 단계에서 워크아웃 당사자이며 구조조정 전문 국책은행인 산업은행보다 금융당국의 목소리가 커진 점은 의아한 부분이었다. 이러한 의문은 얼마 지나지 않아 풀렸다.

처음 산업은행은 주채권은행답게 적극적으로 태영그룹을 압박했다. 금융당국도 ‘남의 뼈’를 깎는 구조조정은 안된다고 산업은행에 힘을 보태는 듯했다. SBS라는 총선용 빅 스피커를 가졌음에도 역시 산업은행의 구조조정 기세에 태영그룹도 어쩔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91세 노회장의 눈물 어린(?) 호소와 함께 나온 추가 자구안은 애초 지원하기로 했다가 뻔뻔하게 철회한 것을 되돌리겠다는 것이었고, 특히 SBS를 조건부 담보로 제공하는 등 다소 부족한 내용이었다.

하지만 산업은행은 의외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윤세영 회장이 대통령의 금융계 복심으로 평가하는 이복현 금감원장을 직접 만난 뒤였다. 서울대학교 법대와 보수 정치인 보좌관 출신인 그는 노구를 이끌고 직접 나섰다. 산업은행은 감사원이 대우건설 매각에 관한 감찰에 나서자, 사정 분위기에 휩쓸릴까 예민해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산업은행의 입장 선회에 채권 금융기관은 워크아웃 기준인 75%를 훌쩍 넘어 96% 동의로 화답했다. 결국 91세 윤세영 회장이 채권은행은 물론 정권까지 SBS를 지렛대로 한판승을 거둔 것 아니냐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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