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증권 물고 한투증권 물리고… 증권산업은 ‘세렝게티’ [조수연 만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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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증권 물고 한투증권 물리고… 증권산업은 ‘세렝게티’ [조수연 만평]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4.03.13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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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H지수 ELS의 대규모 손실이 눈앞에 현실로 닥치자, 금융감독원이 중재하겠다고 전면에 나섰다. 우리은행을 제외한 국민, 신한, 하나, 농협, SC 등 5개 은행과 한투, 미래, 삼성, KB, NH, 신한 등 6개 증권회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인 결과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엄연히 시행되고 있음에도 금융회사는 금융소비자를 보호하는 데 소홀함을 금감원은 확인했다. 금감원 추산 손실액 5조8000억원에 이르는 홍콩 H지수 ELS 사태는 2019년 금리 연계 DLF로부터 시작한 사모펀드 사태의 연장이었다. 여전히 금융회사의 이익 추구에 금융소비자는 재물일 뿐이다.

그러나 금융회사의 희생양은 금융소비자뿐만 아니었다. 그들은 피 냄새를 쫓는 포식자처럼 작은 이익일지라도 보이면 서로 물어뜯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 12부는 한국투자증권이 KB증권을 상대로 제기한 투자자 보호 의무 위반 손해배상 소송에서 지난달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2019년 KB증권이 호주 정부 장애인 주택임대 관련 사업에 투자하는 사모펀드를 판매했는데, 현지 사업자가 투자금으로 엉뚱한 부동산에 투자했고 서류 위조 사실도 드러났다. 호주판 옵티머스 펀드 사태로 보이는데 이러한 사기극을 골라낼 능력이 두 회사에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투증권이 2020년 소송을 제기했는데 KB증권과 관련 자산운용사가 투자자 보호 의무를 위반했다고 재판부가 판단했다. 한투증권은 손실액의 90%인 60억원을 돌려받게 되었다.

이들 증권사가 소송을 불사한 것은 재판 결과로 훼손할 금융회사로서의 평판보다 당장 재무 이익 60억원이 더 컸다는 판단 때문이었을 것이다. 두 증권사 모두 금융 당국이 인정하는 초대형 투자은행으로 이번 사건의 투자자 보호 피해자는 자기자본 8조원이 넘는 한국투자증권이었고, 가해자는 자기자본 6조원이 넘는 KB증권이었다. 이 같은 외형만으로 보통의 금융소비자는 이들이 자본시장의 최고 전문가로 소비자를 보호할 역량과 도덕성을 가졌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선입견이자 환상이었음을 한국투자증권과 KB증권의 소송 사건은 시사한다. 즉 자본시장 초대형 금융회사도 얼마든지 무지한 투자자가 될 수 있고, 반대로 무자비한 이익 추구를 상징하는 샤일록이 될 수 있다. 금융소비자들에게 이러한 금융회사와 함께하는 금융시장은 약육강식이 지배하는 ‘세렝게티 초원’이라는 심증이 더욱 굳어졌을 것이다. 과연 금융소비자는 누굴 믿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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