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손실’로 산업은행 부실화? [조수연 만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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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손실’로 산업은행 부실화? [조수연 만평]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4.03.22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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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인플레이션으로 전 국민이 고통받는 상황에서도 세 차례나 전기료를 인상한 한국전력이 대규모 손실을 기록했다. 2023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한전의 순손실은 2021년 5조2155억, 2022년 24조4291억원에 이어 지난해에도 4조7161억원을 기록하며 3년 누적 34조원을 넘기게 되었다. 이에 따라 한전의 자기자본은 2021년 말 72조원에서 지난해 37조원으로 48.6%나 감소했다.

이 같은 한전의 손실은 도미노처럼 악영향을 파급하고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한전의 최대 주주, KDB산업은행이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말 기준 한전의 지분 32.9%를 가지고 있다. 산업은행은 한전을 관계기업으로 회계에 반영하고 있어 지분법을 적용해 보유 지분을 평가하는데, 지분법은 보유 지분율만큼 관계기업의 당기순손실을 지분 소유 기업 회계에 반영한다. 한전의 손실이 산업은행 경영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이유다. 결국 한전 손실 중 11조원 이상이 산업은행 이익과 자기자본을 상쇄했거나, 상쇄할 예정이다.

국제금융시장에서 자본을 조달하거나 투자하는 산업은행은 국제적 은행 건전성 기준인 BIS 비율이 중요하다. BIS 비율은 은행의 위험을 초래하는 추정 자산 금액과 이에 대응하는 자기자본의 비율로 은행의 위험 대처 능력이며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국제적으로 엄격하게 관리하는 중이다. 아무리 일을 잘해도 은행은 뱅크런이 발생하면 끝이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이 공시한 지난해 9월 기준 총자본은 약 40조원으로 BIS 비율 13.66%를 기록했다. 정부 관리 권고 기준 13%를 간신히 넘긴 것이다. 은행연합회가 공시한 지난해 12월 기준 시중은행의 BIS 비율이 평균 18.51%, 특수은행이 16.11%인 점을 감안하면 산업은행은 분명 개선이 필요한 상태다.

이렇게 산업은행의 건전성 지표가 경계 상태인 가운데 한전의 누적 손실 11조원은 커다란 영향을 끼치고 있음이 틀림없다. 지난해 9월 기준 총자본 40조원에 지난 기까지의 한전 누적 손실 9조7000억원이 반영되어 있다고 보면, 이번 기말에는 약 1조6000억원의 손실이 추가 반영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정부는 2조원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식을 산업은행에 현물 출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태영건설 워크아웃도 정부의 산은 출자를 서두르게 한 원인이다. 정부는 과거에도 중요한 금융기관 부실을 메우기 위해 현물 출자를 단행하고는 했다. 어쨌든 한전의 손실은 산업 육성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산업은행의 기능 약화와 국제적 신용평가 악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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