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 1부와 21세기판 ‘조선책략’ [영화와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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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 1부와 21세기판 ‘조선책략’ [영화와 경제]
  • 김경훈 칼럼니스트
  • 승인 2022.08.04 0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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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외계+인’ 1부의 한 장면. /사진=CJ ENM
영화 ‘외계+인’ 1부의 한 장면. /사진=CJ ENM

이제는 아스라해진 도시 홍콩의 무협 영화들을 볼 때마다 할리우드 마블 영화들과 다르지 않구나 하고 애정했었다. 영화 <외계+인>은 이런 판타지적 요구에 정확히 응답한다.

과거나 미래의 시간 속으로 어떻게 미끄러지든 도사와 외계 생명체의 조우는 필수 불가결하다. 그들은 큰 타자로서 서로에게, 고통스러운 현세의 업에 말려든 주체가 환상 가로지르기를 시도할 때, 환상공식의 ‘a’(대상적 타자, 즉 큰 타자의 결함을 드러내는)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를 근간으로 하는 서방세계 동맹체의 일원이 되더라도 중국이나 러시아 등 유라시아의 자원 대국들과의 교역을 훼손당하고 싶지 않은 것처럼, <외계+인>에 나오는 ‘무륵’은 자기모순 적이다. 도사인 그가 외계에서 온 빌런(악당)들의 우두머리 설계자임을 자각하는 순간, 어떤 내적 갈등에 빠질지는 예상만큼 가늠하기 쉽지 않다. 우리 앞에 놓인 길이 뻔하지 않은 것처럼.

따라서 우리는 19세기 후반 일본 주재 청나라 공사관 관리였던 황준헌이 김홍집에게 건넸던 ‘조선책략’을 다시 꺼내 볼 필요가 있다. 150년 전 조선책략이 쓰여질 때와 역할 혹은 상황적 여건으로 가장 많이 달라진 것은 미국이다. 그 당시에 미국은 고립주의 노선을 걸으며 서구 제국주의 열강들과는 다른 입장에서 식민지 국가에 우호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물론 지금은 동맹의 중심으로서 주권국가인 우리에게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패권국가로 작동한다.

미국의 대중 전략의 구멍은 이미 세계 자본주의 경제시스템에 깊게 달라붙어 있는 중국을 뼈를 발라내듯이 쉽게 분리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이로 인해 동맹의 결속력은 냉전시대와는 사뭇 다를 것이고 러시아와의 관계개선은 점점 중요한 테제로 떠오를 것이다.

러시아는 그때와 마찬가지로 남진의 목표 의식을 갖고 있지만, 부동항을 확보해서 제국주의 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한 야심이 아닌, 서유럽과의 교역이 제약받고 있는 상황을 탈피하기 위해서 중국이나 인도와의 무역을 늘리고자 하는 대체적이고 임시적인 몸짓일 가능성이 크다.

만약 러시아가 중국과 유로 정도의 단일 통화를 기반으로 하는 경제공동체를 구성할 여지가 있다면 세상은 달라지겠지만, 러시아의 눈빛은 서유럽을 향할 때만 반짝거린다.

19세기 후반 남하하는 러시아를 가장 큰 위협으로 여기며 견제했던 중국은 이제 미국과 G2를 이루며 바야흐로 그들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결전을 앞두고 있지만, 미국의 두 차례에 걸친 타격(재무적, 군사적)을 받아내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국민국가는 카리스마가 아닌 구성원의 동의나 참여를 기초로 하는데, 여기에 의구심이 생기고 있다. 수천 년 역사를 자랑하는 중국이 과거 소련처럼 심각해지지 않을 만큼의 구심력과 복원력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냉전시대 그들이 미국과의 데탕트(긴장 완화)를 시작으로 산업화에 가속 페달을 밟았듯이 러시아 또한 끊임없이 미국으로부터의 구애에 노출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반도 주변의 또 다른 당사국 일본에서 최근에 발생한 우익 정치인에 대한 테러가 도쿠가와 막부를 무너뜨리고 메이지 유신으로 가는 길을 열었던 ‘존왕양이’(왕을 높이고 오랑캐를 배척)파나 그 동전의 뒷면이었던 ‘신센조’ 같은 조직 혹은 세력이 태동하고 있다는 징후로 보기도 어려워, 일본은 낡은 보수 우익과 함께 서서히 약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지금처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위와 같이 중국과 러시아가 단일 화폐를 사용하는 경제공동체로 묶이지 않는 한 중국이 미국의 재무적, 군사적 공격을 이겨낼 가능성이 크지 않지만, 그러는 사이에 세계 자본주의 경제시스템은 대공황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붕괴할 것이다.

우리는 지혜를 모아 ‘연미’(聯美)를 유지하고 ‘친중’(親中)을 포기하지도 않고 인도, 동남아시아, 이란 등 중동, 동유럽과의 교역을 늘려 대혼돈의 시대에도 살아남을 리좀(Rhizome) 식 경제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무륵이 분열된 주체를 극복하고 외계 빌런이 지닌 힘에 미혹되지 않고 이안과 처음 만난 날, 소년의 당당함과 용기 그것이 향하는 연심에 붉게 물들어간 날을 긍정해야만 비로소 미륵이 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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