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별 차등? 우린 반댈세!… ‘윤석열표 최저임금’ 물거품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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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종별 차등? 우린 반댈세!… ‘윤석열표 최저임금’ 물거품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2.06.17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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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인효과’ 우려, 최임위 공익위원 대부분 반대표… 이젠 ‘최저임금 인상률’ 싸움 시작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6일 4차 전원회의에서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안을 표결에 부쳐 부결됐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해 6월 현대자동차 노사의 임단협 협상 모습. /사진=현대자동차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6일 4차 전원회의에서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안을 표결에 부쳐 부결됐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해 6월 현대자동차 노사의 임단협 협상 모습. /사진=현대자동차

“최저임금에 대해서도 지역, 업종별 차등적용에 대한 전향적 검토가 시작돼야 할 것이다.”

지난해 8월 22일, 전직 검찰총장은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들과 만나 이렇게 강조합니다. 그러면서 “(대통령)선거 의제로 끌고 가서 집권 후에는 자영업의 애로사항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서 조치해갈 생각이다”라고 로드맵까지 설명합니다. 이른바 ‘윤석열표 최저임금 인상안’의 탄생입니다.

윤석열정부의 공약이던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 적용’이 결국 물거품이 됐다. /자료=최저임금위원회
윤석열정부의 공약이던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 적용’이 결국 물거품이 됐다. /자료=최저임금위원회

17일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에 따르면, 윤석열정부의 공약이던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 적용’이 결국 물거품이 됐습니다. 최임위는 전날 4차 전원회의에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자는 안건을 표결에 부쳤습니다. 근로자·사용자·공익 위원 9명씩 참여한 투표 결과 찬성 11, 반대 16표가 나왔습니다. 사용자, 근로 위원을 빼고 공익위원 대부분이 반대했다는 얘기가 됩니다.

이날 모두발언에서 노동계를 대표하는 근로자위원인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최저임금은 1988년 이후 35년간 전(모든) 산업 단일로 계속 적용돼오며 사실상 제도의 근간을 유지해오고 있다”라며 “(최임위는) 특정 업종의 구분 적용은 저임금 업종 ‘낙인효과’, 노동력 상실 등의 이유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제시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생산성이나 지불 능력이 떨어지는 업종을 대상으로 최저임금을 구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진은 경총이 입주한 서울 마포구의 경총회관. /사진=뉴스웰DB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생산성이나 지불 능력이 떨어지는 업종을 대상으로 최저임금을 구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진은 경총이 입주한 서울 마포구의 경총회관. /사진=뉴스웰DB

‘낙인효과’란 한번 부정적인 인식이 심어지면 낙인처럼 사라지지 않는 경우를 일컫는 네 글자입니다. 최임위가 2017년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에서 업종별 차등적용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린 이유입니다. 당시 TF는 다수 의견으로 “최저임금이 구분 적용되면 저임금 업종의 낙인효과가 발생하고, 업종별 구분의 합리적 기준이나 통계도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처럼 업종별 최저임금 적용은 5년 전 ‘부적합’ 결론이 났음에도, 경영계는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을 앞세워 전원회의에 앞서 언론플레이에 나섰습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 13일 <최저임금의 업종별 구분 적용 쟁점 검토>를 통해 “지불 능력 고려가 없는, 급격하고 일률적 최저임금 인상은 특정 업종에서 수용성이 떨어지고 고용 축소를 초래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5차 전원회의부터 가장 중요한 내년 ‘인상 수준’을 논의한다. 근로·사용자 위원이 각각 요구안을 제시하고, 공익위원의 중재 아래 차이를 좁혀나가는 방식이다. /자료=최저임금위원회
최저임금위원회는 5차 전원회의부터 가장 중요한 내년 ‘인상 수준’을 논의한다. 근로·사용자 위원이 각각 요구안을 제시하고, 공익위원의 중재 아래 차이를 좁혀나가는 방식이다. /자료=최저임금위원회

경총의 류기정 전무는 이날 전원회의에서도 “소상공인들이 한계 상황에 도달해 최저임금 업종 구분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절규하고 있다”라며 “올해는 대표적으로 생산성이나 지불 능력이 떨어지는 업종을 대상으로 최저임금을 구분 적용해서 반드시 시행해야 한다”라고 앵무새처럼 반복했습니다.

하지만 최임위는 이날 자정 넘게 논의를 이어갔지만, 결국 업종별 차등적용은 ‘없던 일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제 다음 전원회의부터는 가장 중요한 최저임금 ‘인상 수준’을 논의합니다. 근로·사용자 위원이 각각 요구안을 제시하고, 공익위원의 중재 아래 차이를 좁혀나가는 방식입니다. 8월 5일까지 고시해야 하는 최저임금 인상률 심의는 ‘7월 중순’이 데드라인입니다.

수요가 견조한 흐름을 유지하고 상품 가격이 오른데 힘입어 국내 기업들의 올해 1분기 매출이 증가세를 유지했다. /자료=한국은행 경제통계국
수요가 견조한 흐름을 유지하고 상품 가격이 오른데 힘입어 국내 기업들의 올해 1분기 매출이 증가세를 유지했다. /자료=한국은행 경제통계국

한편 최저임금 회의가 열린 날, 한국은행은 외부감사대상 법인기업 2만120곳의 1분기 경영분석을 내놨습니다. 매출액은 1년 전보다 17.0% 늘었고, 총자산 증가율은 3.73%로 역대 최고치였습니다. 아울러 수익성 지표도 나아졌습니다. 같은 기간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6.3, 세전 순이익률은 8.1%였습니다.

같은 날 윤 대통령은 앞으로 경제정책 방향을 제시하며 “정부는 기업이다. 민간주도·기업주도 이런 말들을 많이 하지만 정부와 기업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내세운 이명박정부 시절이 떠오릅니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급 9160원’(월급 191만4440원)입니다. 최저임금 공익위원들은 업종별 차등에 왜 반대표를 던졌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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