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샘’ 눈독 들이는 롯데, 또 빈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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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샘’ 눈독 들이는 롯데, 또 빈손?
  • 이경호 기자
  • 승인 2021.09.03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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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사 M&A로 외형 확장 때마다 ‘머뭇’… 한샘 인수가 기폭제 되나
롯데그룹이 한샘을 인수하면서 M&A 시장에서 두각을 보일지 주목된다./사진=롯데지주
롯데그룹이 한샘을 인수하면서 M&A 시장에서 두각을 보일지 주목된다./사진=롯데지주

롯데그룹이 M&A(기업 인수합병) 시장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잇따라 빈손으로 돌아간 가운데 최근 국내 1위의 가구·인테리어 업체인 한샘 인수 의사를 밝혀 이번엔 M&A에 성공할지 이목이 집중된다.

3일 유통업계와 투자은행(IB) 업계 등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와 한샘 공동인수를 위한 막바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앞서 IMM PE는 지난달 15일 한샘 최대주주인 조창걸 명예회장과 특수관계인 7명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을 1조5000억원에 인수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한 바 있다. 인수금액은 금융권과 전략적 투자자를 통해 절반씩 조달할 계획이다.

IMM PE의 자금조달 계획을 감안할 때 롯데가 IMM PE와 공동인수가 확정되면 롯데는 한샘을 인수하는 특수목적법인(SPC) 지분의 30~40%를 보유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샘 인수를 위한 최종결정은 신동빈 회장이 일본에서 귀국하는 9월 중순쯤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롯데가 한샘 인수에 성공한다면 유통경쟁사와 가구·인테리어 분야에서 또 한판 승부가 예상된다. 유통경쟁업체인 신세계는 까사미아를, 현대백화점은 리바트를 각각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한샘이 M&A 시장에 매물로 나와 있어 검토하는 단계일 뿐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롯데가 이같은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올해 M&A 시장에서 이름이 꾸준히 거론됐으나 실제로 성사된 경우는 없어, 혹시 한샘 인수가 안 될 경우를 대비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롯데는 이베이코리아, 인터파크, 다나와 등 이커머스와 배달애플리케이션 요기요 등 올해 M&A 시장에 매물이 나올 때마다 인수후보로 거론됐다. 하지만 이름만 올랐을 뿐 실제로는 M&A에 적극 뛰어든 경우는 한 번도 없다.

롯데가 M&A에서 주춤하는 사이 경쟁사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며 대조를 이뤘다. 신세계그룹의 경우 3조4000억원을 베팅해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며 외연을 확장했다.

신세계는 또 스타벅스코리아 지분 17.5%를 4742억원에 추가 인수한데 이어 프로야구단 SK와이번스를 1000억원에 사들였고, 온라인 패션 플랫폼 W컨셉도 품에 안았다. 신세계가 올해 M&A에 쏟아부은 돈만 4조원에 달한다.

현대백화점도 SK그룹의 화장품 원료회사 SK바이오랜드를 1205억원에, 계열사 한섬을 통해 클린젠코스메슈티칼도 100억원에, 복지몰 이지웰은 1250억원에 인수하는 등 M&A에 공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롯데는 2015년대 이후 M&A를 통한 외형확장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당시 그룹 안팎으로 각종 악재에 시달린 것이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2015년은 신동빈 회장과 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SDJ코퍼레이션 회장)의 경영권 분쟁이 시작된 시기다. 이후에는 국정농단 사태로 인한 오너 부재, 일본 불매 운동,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 배치 경제 보복, 그리고 최근엔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며 투자 여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앞서 롯데는 2015년 이전까지 통큰 M&A로 덩치를 키웠다. 2006년에 4667억원에 우리홈쇼핑(현 롯데홈쇼핑)을 인수한데 이어, 2008년에는 대한화재(롯데손해보험, 3526억원), 2008년 두산주류(현 롯데주류, 5030억원), 2009년 중국타임스(7300억원) 등 굵직한 M&A를 성사시켰다.

2010년에는 GS리테일 백화점·마트 부문 인수(1조3000억원), 말레이시아 석유화학 회사 타이탄(1조5000억원), 2012년에는 롯데하이마트(1조2480억원)도 품었다. 특히 2015년에는 삼성그룹의 화학계열사인 삼성SDI 케미칼사업부분 및 삼성정밀화학(현 롯데정밀화학), 삼성BP화학(현 롯데BP화학)을 약 3조원에 인수하는 등 롯데그룹 역사상 최대 규모의 M&A를 성사시키기도 했다. 그해 롯데렌탈도 당시 시장 예상의 2배에 가까운 1조원에 사들였다.

이후에는 각종 악재로 인해 M&A에서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올해 잇따라 M&A 시장에서 이름이 거론되며 M&A 시동을 걸었고, 첫 단추가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 ‘중고나라’였다.

롯데쇼핑이 지난 3월 중고나라 지분 93.9%(1000억 원)을 인수하는 사모펀드 유진-코리아오메가에 약 300억원을 투자해 공동 인수한 것이다.

같은 달에는 엔지켐생명과학 지분 일부를 인수하는 등 바이오 시장 진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 이렇다 할 진전은 없는 상황이다.

그간 M&A 시장에서 정중동을 지켰던 롯데가 한샘 인수를 계기로 적극적인 모습으로 변할지 관심이 쏠린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은 미래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다양한 영역에서 전방위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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