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오른팔까지… 롯데의 한여름 ‘인사태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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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오른팔까지… 롯데의 한여름 ‘인사태풍’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0.08.19 12: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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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두 축 롯데쇼핑과 롯데케미칼, 최악의 2분기 실적에 창립 이래 첫 8월 임원인사
신동빈 오른팔 황각규 퇴임… 후임 이동우, 과거 조리사에 폭언 갑질 논란에 진통 예상
누군가는 책임져야 한다는 문책성 인사 평가… 롯데 “체질개선 속도 높이기 위한 인사”
사진=롯데그룹 홈페이지
사진=롯데그룹 홈페이지

12월 정기임원 인사를 고집하던 롯데그룹에 이례적으로 한여름인 8월 ‘인사태풍’이 불어 주목됩니다. 롯데가 정기 인사철이 아닌 8월에 임원인사를 단행한 것은 회사 창립 이래 처음 있는 일입니다.

특히 신동빈 회장의 오른팔로 불리며 롯데그룹 2인자로서 영원할 것 같은 황각규 부회장마저 한여름 인사 태풍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주목됩니다. 황각규 부회장은 1979년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 평사원으로 입사해 롯데지주 부회장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로 샐러리맨 산화의 주인공인데요. 결국 40여년 만에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게 됐습니다. 하지만 롯데맨이라는 명찰은 여전히 붙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롯데지주 이사회 의장직은 계속 수행할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황각규 부회장 후임에는 이동우 롯데하이마트 대표이사 사장이 내정됐습니다. 또 롯데지주 경영전략실은 ‘경영혁신실’로 개편하고, 경영혁신실장 자리에 이훈기 롯데렌탈 대표이사 전무를 앉혔습니다. 윤종민 롯데지주 경영전략실 사장은 롯데인재개발원으로 이동했고, 전영민 롯데인재개발원 원장은 롯데엑셀러레이터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김현수 롯데물산 대표는 롯데렌탈 대표이사로, 류제돈 롯데지주 비서팀 전무는 롯데물산 대표로 이동했습니다.

이번 롯데그룹의 이례적인 깜짝 임원인사 배경에는 ‘실적 악화’가 있었다는 게 지배적인 시각입니다. 중국의 사드 보복과 지난해부터 시작된 일본제품 불매운동 여파가 최근까지 이어지면서 악재로 작용한데 이어 올해에는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면서 사상 최악의 실적을 낸 것인데요. 창업 이래 최대 위기 상황에서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한다는 문책성 인사라는 평가입니다.

롯데그룹 측은 “디지털 전환 등 그룹의 체질개선 과정 중에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변화 속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면서 “조직과 인력을 재정비하고 위기상황에 신속한 의사결정으로 대응하기 위한 인사”라며 문책성 인사에 선을 그었습니다.

황각규(왼쪽)와 이동우
황각규(왼쪽)와 이동우

롯데그룹이 임원인사를 단행한 시기(13일)는 2분기 실적이 공개된(7일) 일주일 후였는데요. 가장 처참한 실적을 성적표를 받아들인 곳이 다름 아닌 그룹의 두 축인 롯데쇼핑과 롯데케미칼입니다.

롯데쇼핑의 경우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며 창사 이래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습니다. 롯데쇼핑의 2분기 매출은 4조45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21%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14억원으로 무려 98.5%나 쪼그라들었습니다. 증권가의 영업이익 전망치 288억원에 훨씬 못 미치는 실적입니다. 결국 분기 순이익은 -1990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습니다. 롯데쇼핑 측은 “부실징후를 보이는 점포에 대해 미리 회계장부에서 손실처리를 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롯데쇼핑의 올 상반기 전체 매출은 8조1226억원, 영업이익은 535억원을 각각 기록했는데요.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8, 82% 줄어든 수치입니다.

롯데쇼핑은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하이마트, 롯데슈퍼, 롯데홈쇼핑 등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롯데쇼핑에 가장 큰 타격을 입힌 곳이 롯데마트입니다. 롯데마트의 2분기 매출은 전년보다 8.5% 감소한 1조4650억원이었습니다. 영업이익은 -578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롯데마트 측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임시휴점과 단축영업 그리고 긴급재난지원금 사용처에서 대형마트가 빠진 것도 매출 부진이 심화한 요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롯데슈퍼 역시 실적이 부진했는데요. 매출은 429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2% 줄었고, 영업손실도 96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롯데백화점도 2분기 실적은 전년에 비해 좋지 않았지만 1분기에 비해서는 소폭 개선된 모습을 보였습니다. 2분기 매출 6665억원과 영업이익 439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기간과 비교해서는 매출은 12.3%, 영업이익은 40.6% 줄었습니다. 다만 1분기 실적(매출 6063억원, 영업이익 285억원)과 비교하면 다소 개선된 수치입니다. 해외 명품과 가전·가구 등이 소비 회복세를 타고 매출을 견인했다는 분석입니다.

롯데시네마 등을 운영하는 롯데컬처원스는 영화관 관객 감소 등으로 실적 부진을 면치 못했습니다. 2분기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2.2% 감소한 317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영업손실은 매출액을 웃도는 506억원을 올렸습니다.

반면 비대면 소비 확산에 따라 하이마트와 롯데홈쇼핑은 호실적을 거두며 롯데쇼핑 내 다른 계열사와 대조를 이뤘습니다. 하이마트 2분기 매출액은 전년 같은기간 대비 4.2% 오른 1조1157억원, 영업이익도 51.1% 증가한 693억원을 기록했습니다.

하이마트의 이같은 호실적에 이동우 하이마트 대표가 황각규 부회장 후임 자리에 내정된데 큰 역할을 한 것이 아니냐는 평가입니다. 한편으로 이동후 대표는 앞서 갑질 논란을 빚은 바 있어 적잖은 진통이 예상됩니다. 2012년 롯데월드 대표(부사장) 재임시절 조리사에 폭언했던 육성파일이 롯데하이마트 대표 재임 중이던 2017년 공개돼 파문이 일었던 것이죠. 여기에 실적부진 등으로 매년 임원인사에서 용퇴가능성이 점쳐진 인물이기도 했습니다.

롯데홈쇼핑의 2분기 매출은 2598억원, 영업이익 376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0.1%, 13.3% 늘면서 하이마트와 함께 롯데쇼핑의 더 이상의 악화 방어에 일조를 했습니다.

롯데쇼핑의 이같은 실적부진은 시대 흐름에 빠르게 대처하지 못한 것이 요인으로 꼽히고 있는데요.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소비가 활성화 되고 있는 상황에 뒤늦게 지난 4월 말에 유통 전 계열사를 통합한 온라인 쇼핑서비스 ‘롯데온’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에 롯데쇼핑은 온라인사업 강화와 더불어 부실 점포 정리를 앞당겨 현재의 위기를 타개한다는 계획입니다.

앞서 롯데쇼핑은 지난 2월 “운영효율성과 수익성 개선을 위해 백화점, 마트, 슈퍼, 롭스 등700여개 점포 중 30%인 200여개 점포를 향후 3~5년간 순차적으로 정리하겠다”고 발표했다가, 지난 5월 1분기 실적 발표 후 콘퍼런스콜에서 매장 폐점 일정을 앞당기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롯데케미칼도 뼈아픈 성적표를 내놨습니다. 롯데케미칼의 2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기간 보다 무려 90.5%나 급감한 329억원을 기록했습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32.1% 줄어든 2조6822억원, 당기순이익은 88.7% 감소한 307억원을 올렸습니다.

롯데케미칼 측은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전방산업의 수요 약세와 지난 3월 발생한 대산공장 사고에 따른 기회 손실과 일회성 비용이 반영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업별로 보면 기초소재사업은 매출액 1조4501억원, 영업이익 69억원을 기록했는데요. 일부 제품 수요가 회복되며 수익성은 개선됐다는 게 롯데케미칼 측의 설명입니다. 첨단소재사업은 매출액 7226억원, 영업이익 243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감소했습니다. 코로나19로 미주와 유럽 지역의 주요 고객사 공장이 가동률을 조정했기 때문입니다.

롯데케미칼타이탄은 매출액 4432억원, 영업이익 326억원으로 같은 기간 성장했습니다. 1분기 정기보수 이후 공장을 안정적으로 운영했고 저가 원료를 투입한 데 따른 효과가 나타난 것입니다. LC USA는 매출액 997억원, 영업손실 128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미국 내 단기적 에탄 수급이 불균형을 이루며 에탄 가격이 급등했고, 주요 제품의 수요는 약세로 적자전환한 것입니다.

롯데케미칼은 “하반기에는 대산공장 사고 관련 2분기에 반영된 일회성 비용 제거와 글로벌 경기 회복과 함께 주요 제품 수요 증가 등으로 상반기보다 나아질 것”이라며 “하반기 원가 경쟁력을 높여 기존 사업 경쟁력을 회복하고, 고부가 제품과 친환경 제품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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