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대표가 대기업 롯데 신동빈과 맞짱 뜬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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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대표가 대기업 롯데 신동빈과 맞짱 뜬 사연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1.05.14 1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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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전·현직 경영진으로부터 매장 강탈·강매당했다”… 임원 9명 고소
“회사 압박해 보상금 받아내려는 전형적인 을의 횡포” 롯데도 맞고소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 왼쪽)과 강희태 롯데쇼핑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 왼쪽)과 강희태 롯데쇼핑 부회장.

중소 프랜차이즈 업체가 거대기업 롯데그룹의 총수인 신동빈 회장과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어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립니다. 일식 프랜차이즈 업체를 운영하는 A 대표가 롯데의 갑질로 회사가 무너졌다며 신동빈 회장 등 경영진을 고소하자 롯데도 ‘을의 횡포’라며 무고·공갈 혐의로 맞고소한 것인데요.

14일 업계에 따르면 A 대표는 1999년 일식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설립해 운영하면서 한때 평가액 300억원을 웃돌 정도로 승승가도를 달렸는데 롯데와 연을 맺으면서 사세가 기울기 시작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사건은 A 대표가 2011년 3월 롯데마트 잠실점을 기점으로 롯데백화점과 마트, 아울렛 등에 입점하면서 시작됩니다. A 대표의 가맹점 매장 실적이 좋아지자 롯데쇼핑 대표 등 임원 또는 그들의 지인들과 강제 가맹 계약을 맺도록 하는 등 수년간 롯데로부터 갑질을 당했다는 것입니다. A 대표에 따르면 총 13곳의 매장 중 롯데백화점 수원·평촌·구리점, 롯데아울렛 이천점 등 5곳의 매장을 롯데가 강탈해갔다고 합니다.

실제로 롯데아울렛 이천점과 롯데백화점 수원점은 신헌 전 롯데쇼핑 대표의 지인이 운영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롯데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일부 매장에 문제가 생기자 다시 인수해 가라는 요구까지 했다는 게 A 대표의 주장입니다. 이 때문에 빚까지 져가며 계획에 없던 매장 3곳을 인수해야 했다고 합니다.

2014년 신 전 대표가 횡령 및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되고 검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지인에 대한 조사가 시작되자 롯데 측은 이 두 매장을 다시 A 대표에게 맡으라고 요구했다고 합니다. A 대표는 당시 롯데와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던 입장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인수했다고 주장합니다. 이 과정에서 막대한 금전적 피해를 입었다는 것입니다.

10억원에 가까운 인수대금을 부담해 결국 이 두 매장을 인수했지만 당시 가맹점을 관리할 여력이 되지 않았던 A 대표는 결국 약 8억원의 손실을 입고 다른 사람에게 매장을 넘겼습니다.

결국 A 대표는 롯데 측에 보상을 요구했습니다. 롯데는 2017년 11월 합의금 명목으로 3억원을 건넸습니다. 하지만 A 대표는 피해액이 60억원에 달한다며 법원에 50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냅니다. 법원의 조정에 따라 롯데는 2019년 11월과 2020년 2월 등 2차례에 걸쳐 총 16억원을 추가로 A 대표에게 건넸습니다.

롯데 측은 지난해 초 법원에 낸 답변서를 통해 “분쟁이 계속될 경우 롯데의 명예와 이미지가 중대하게 훼손될 것이 뻔하다”며 “A 대표에게 위로금조로 지급하고 분쟁을 마무리하고자 한다”고 밝혔습니다.

A 대표는 합의금과 별개로 40억원의 추가 피해 보상을 요구하며 지난해 10월 공정거래위원회에 롯데를 신고했습니다. 같은 해 11월에는 배우자 명의로 업무 방해 및 강요죄 등으로 고소한데 이어 지난달에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해서도 강요방조죄 및 업무방해 방조죄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신 회장이 그룹 계열사의 범죄 행위를 인지하고도 어떠한 위로나 반성도 없이 금전적으로 사태를 해결하려 했다는 것이 A 대표의 주장입니다.

또 A 대표는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 등 8명을 강요죄, 업무방해죄, 증거인멸죄로 고소했는데요. 이 때문에 지난 6일에는 강희태 대표가 남대문 경찰서에 출석해 조사를 받기도 했습니다.

롯데 측은 “일부 문제가 있었던 부분도 있지만 합의가 이뤄졌다”면서 “합의금을 지급한 것도 A 대표의 주장을 인정하고, 이에 대해 피해 보상을 진행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회사의 주요 경영진을 불미스러운 일과 연관시켜 입에 오르내리게 함으로써 회사에 압박을 가해 보상금을 받아내려는 전형적인 ‘을의 횡포’”라고 지적했습니다.

롯데는 A 대표와 그의 배우자를 무고 및 공갈 혐의로 고소했으며,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제기했습니다.

중소 프랜차이즈 대표와 거대기업 총수가 맞짱을 뜬 상태에서 어떤 결론이 나올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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