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 납시오” 사라진 롯데 신동빈의 ‘현장경영’
상태바
“회장님 납시오” 사라진 롯데 신동빈의 ‘현장경영’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0.06.30 10: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실적저조·후계유언 이후 신중·겸손 행보… 이틀 뒤 언론 통해 알려져
지난 3일 안성에 위치한 롯데칠성음료를 방문한 신동빈 회장. /사진=롯데그룹
지난 3일 안성에 위치한 롯데칠성음료를 방문한 신동빈 회장. /사진=롯데그룹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27일 오후 3시 30분쯤 인천 롯데백화점 인천터미널점을 방문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통상 그룹 총수가 현장경영을 할 때에는 안팎으로 대대적인 홍보를 하는 게 관례인데 이날 신동빈 회장의 현장경영은 이틀 뒤인 29일에야 언론을 통해 알려졌습니다. 게다가 신동빈 회장이 이날 현장경영에서 분명히 무슨 말을 했을 것인데, 신 회장의 발언은 어느 언론에도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몰래' 현장경영인 것입니다.

단지 롯데그룹 관계자의 말만 전해졌는데요. 롯데그룹 관계자 역시 “신동빈 회장은 수시로 현장을 방문한다. 이날 인천터미널점 방문도 일반적인 현장방문이었다”라는 짤막한 말이 전부였습니다.

이날 신동빈 회장의 현장 경영에 롯데그룹 차원의 언론 홍보도, 신 회장의 발언도 없는 것을 두고 의견이 분분합니다.

지난해 일본제품 불매운동으로 롯데의 전반적인 영업실적이 하락한 가운데 조심스러운 행보 아니냐, 신격호 선대회장이 ‘신동빈 회장을 후계자로 지정’한 것에 대한 겸손한 행보 아니냐 등인데요.

사실 롯데그룹은 2016년 ‘형제의 난’을 통해 지분구조가 외부에 알려지면서 ‘롯데=일본기업’이라는 공식이 성립됐죠.

실제로 롯데그룹은 지분구조상 일본이 지배하고 있는 형식인데요. 일본의 광윤사(28%)→일본 롯데홀딩스(19.1%)→호텔롯데(13%)→롯데알미늄(15.29%)→롯데제과→각 계열사 식으로 지배구조를 갖습니다.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은 광윤사 28.1%, 종업원 지주회 27.8%, 관계사가 6%를 보유하고 있으며, 의결권이 없는 롯데스트레티직인베스트먼트(LSI)는 10.7%를 가지고 있습니다.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회장이 가지고 있는 지분은 각각 4, 1.6%입니다.

지배구조상 이렇다 보니 롯데는 일본기업이라는 공식이 성립된 것이죠. 이런 공식으로 인해 형제의 난이 시작된 2016년부터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들불처럼 확산된 지난해까지 롯데의 실적은 바닥을 기다시피 했습니다. 여기에 올해는 코로나19로 상황은 더욱 악화했습니다.

롯데그룹에서 한국 롯데의 지배구조상 최정점에 있는 호텔롯데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1조874억원, 영업이익은 -791억원을 기록했는데요.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35%와 적자전환한 수치입니다.

이런 최악의 실적에 롯데그룹의 각 계열사는 인력조정과 급여일부 반납 등 초긴축재정에 들어갔습니다. 신동빈 회장은 4월부터 3개월간 급여 50%를 반납한다고 밝혔고, 롯데지주 임원 33명도 같은 기간의 급여 20%를 반납하기로 했습니다.

호텔롯데는 최근 58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명예퇴직 신청을 받고 있는데요. 이 회사가 명예퇴직을 실시한 것은 2004년 이후 16년 만의 일입니다. 또 직원들은 주 4일 근무 실시로 인한 급여 15~20% 삭감, 유급휴직제도 확대 등도 실시하며 비용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롯데마트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다음 달부터 무급 휴직을 실시합니다. 연말까지 20일 또는 30일 중 기간을 정해 무급으로 쉬도록 할 예정입니다. 롯데마트는 최근 양주점과 천안아산점 점포 문을 닫았고, 7월 안으로 신영통점, 천안점, 의정부점, 킨텍스점 등 4곳을 추가로 정리할 계획이인데요. 이를 통해 하반기에 총 13개 점포가 문을 닫습니다. 백화점은 역시 6월 1곳을 포함해 올해 총 5개 점포를 정리할 계획입니다. 이렇게 매장 정리 과정에서 인력감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위기감 속에 신동빈 회장이 현경경영을 확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 재계의 의견입니다.

여기에 최근 고 신격호 명예회장의 유언장 공개도 신동빈 회장의 행보가 신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옵니다.

롯데그룹은 지난 24일 ‘롯데그룹의 후계자를 신동빈 회장으로 한다’는 내용의 고 신격호 명예회장의 유언장을 공개했는데요. 유언장에는 또 형인 신동주 SDJ홀딩스 회장에 대해서는 ‘연구·개발에 한해 참여하라’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유언장 공개 후 신동빈 회장은 “대내외 경제 상황이 어려운 만큼 선대 회장님의 업적과 정신 계승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며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롯데그룹을 이끌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신동빈 회장의 행보가 신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신동빈 회장이 인천터미널점을 방문한 27일은 주말인 토요일입니다. 그것도 고객들이 붐비는 시간인 오후 3시 이후입니다. 신동빈 회장의 인천터미널점 방문은 지난해 1월 이후 2번째로 알려졌습니다.

이번 현장 점검에는 강희태 롯데그룹 부회장 황범석 롯데백화점 대표 등이 동행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들은 3층에 있는 MVG(우수고객) 라운지에 들어가 고객 반응도 살폈습니다.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주요 사업장 안팎에서 위기감이 고조됨에 따라 신동빈 회장의 현장경영 행보가 최근 확대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한편 지난달 23일 귀국한 신동빈 회장은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 등을 방문했고, 앞서 지난 3일에는 경기 안성에 있는 롯데칠성음료 스마트 팩토리를 둘러봤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