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마다 줄사퇴’ 식품유통 사장님들
상태바
‘2년마다 줄사퇴’ 식품유통 사장님들
  • 이경호 기자
  • 승인 2021.06.14 15: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남양유업 홍원식, 아워홈 구본성, GS25 조윤성 퇴진
2017년과 2019년에는 최호식·박삼구·조남호 물러나
홍원식 남양유업 전 회장(왼쪽)과 구본성 전 아워홈 대표이사.
홍원식 남양유업 전 회장(왼쪽)과 구본성 전 아워홈 대표이사.

식품유통업계 대표이사들이 2년 교체 주기라는 파고를 넘지 못하고 각종 리스크로 줄줄이 떠나고 있다. 산업계 대표이사들이 2017년에 이어 2019년 각종 악재로 줄줄이 경영일선에서 떠나면서 2년 주기 교체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식품유통업계는 이 같은 교체설을 충실히 따르고 있는 모습이다.

올해 상반기에 대표이사가 바뀐 곳은 남양유업, GS25, 아워홈 등이다. 모두 사회적 물의를 책임지고 자리를 뜬 사례다.

올해 가장 큰 이슈는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의 사퇴다. 한때 국내 유가공업계 1위였던 남양유업은 지난 2013년 대리점 밀어내기 강매 사건 이후 ‘갑질 대명사’라는 오명을 썼다. 이후 홍두영 창업주의 외손녀 황하나 마약사건, 경쟁사 비방 등 끊임없는 논란으로 소비자들의 눈총을 받았다.

특히 지난해에는 홍원식 회장 등이 홍보대행사를 동원해 매일유업을 비방하는 글을 올리도록 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홍 회장이 수사를 받는 초유의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올해에는 불가리스가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다는 논란까지 불러 일으키면서 보건당국과 소비자들의 혼란을 부추기는 행태까지 벌였다.

소비자들의 비난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결국 홍원식 회장은 지난달 4일 불가리스 사태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홍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것에 책임을 지고자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면서 “자식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후 남양유업은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에 매각됐다.

아워홈도 이슈의 한 가운데 섰다. 구본성 아워홈 대표이사(부회장)가 보복운전 논란에 휩싸이면서 위기를 맞은 것이다. 결국 구본성 대표는 보복운전 혐의로 실형을 받은 데 이어 여동생인 구지은에게 대표이사 자리도 빼앗겼다.

아워홈은 지난 4일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잇달아 열고 구본성 부회장 해임건과 구지은 전 대표의 아워홈 대표 선임건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구지은 대표는 오빠 구본성 부회장에게 2016년 아워홈에서 밀려난 지 5년 만에 대표이사 자리를 탈환했다. 구본성 부회장은 대표이사에서 해임됐지만 사내이사는 유지하고 있다.

남혐논란에 휩싸였던 GS25도 수장이 바뀌는 수모를 겪었다. GS25가 지난달 1일 행사 포스터에 남성 혐오 상징물을 은밀히 배치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소비자들의 공분을 샀다.

GS25의 남혐논란은 인사 후폭풍으로 이어졌다. GS25에 따르면 논란의 홍보 포스터 이미지를 제작한 디자이너를 징계하고, 조윤성 GS리테일 사장도 이달 말 물러난다.

조윤성 사장은 7월 1일 정기인사를 통해 편의점 사업부장 자리에서 물러나고, 플랫폼BU장만 맡게 됐다. 신임 편의점 사업부장은 오진석 부사장이 맡게 된다. 오 부사장은 그룹 전략과 미래사업 등을 맡아왔다.

이번 조 사장의 인사는 정기 인사의 일부로 알려졌지만 남혐 논란과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조윤성 GS리테일 사장은 남혐 논란이 일자 “5월 캠핑행사 포스터로 논란이 된 부분에 대해 사업을 맡고 있는 최고 책임자로서 1만5000명 가맹점주와 고객 여러분께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또 “이번 사건에 대해 저를 포함한 관련자 모두 철저한 경위를 조사하고 사규에 따라 합당한 조치를 받도록 할 것”이라며 “모든 책임은 저에게 돌려주시고, 신속한 사태 수습과 고객 신뢰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사과한 바 있다.

앞서 산업계 대표이사들은 2년 주기로 각종 악재에 시달리면서 대표이사직에서 줄줄이 물러났다.

먼저 최호식 호식이두마리치킨 회장은 여직원 성추행 혐의로 고소된 후 2017년 6월 9일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호식이두마리치킨 측은 “고객과 가맹점주들에게 죄송스러운 마음과 회사를 위한 도의적 책임을 지기 위해 최호식 대표가 경영일선에서 물러난다”고 전했다.

앞서 최 전 회장은 그해 6월 3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인근 일식당에서 20대 여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피소됐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도 2017년 9월 비서 성추행 혐의로 피소되면서 불명예 퇴진했다. 김 회장은 그해 9월 21일 입장문을 내고 “제 개인의 문제로 인해 회사에 짐이 돼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해 오늘 동부그룹의 회장직과 계열회사의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김 회장 밑에서 3년간 일한 여비서 A씨는 그해 2~7월 사무실에서 자신의 허벅지와 허리 등을 만지는 장면이 찍힌 동영상을 증거자료로 경찰에 제출하며 김 회장을 고소했다. 동영상에는 “너는 내 소유물이다”라며 “반항하지 마라”는 내용도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 측은 “여비서를 만진 건 맞지만 상호 동의하에 이뤄진 일”이라고 변명했다.

고 조양호 한진그룹 전 회장은 2019년 3월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재신임안이 부결되면서 대표이사직을 박탈당했다. 이후 여러 악재에 시달려온 조 전 회장은 그해 4월 8일 LA의 한 병원에서 폐질환으로 별세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전 회장도 그룹 경영 악화에 대한 책임을 지고 2019년 3월 28일 퇴진의사를 밝히고 불명예로운 사퇴를 했다.

박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의 2018년 감사보고서 관련, 그룹이 어려움에 처하게 된 책임을 통감하고 그 책임을 다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아시아나항공은 감사의견 ‘한정’을 받은 후 회사채를 상장폐지 시킬 위기에 몰린 바 있었다.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도 2019년 3월 29일 한진중공업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추천되지 않으면서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조남호 전 회장은 한진그룹 설립자인 고 조중훈 회장의 차남이며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친동생이다.

조 회장의 불명예 퇴진은 자회사인 필리핀 현지법인 필리핀 수빅조선소의 부실 여파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수빅조선소는 그해 1월 자본잠식이 발생했으며, 현재 현지 법원을 통해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하면서 모회사인 한진중공업에 수빅 조선소의 손실이 반영돼 한진중공업도 자본잠식에 빠졌다. 이로써 같은해 두 형제가 대표이사에서 물러나는 수모를 겪었다.

올해 하반기에는 또 어떤 기업의 대표이사가 2년 교체설의 희생양이 될지 주목된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