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재매각”… 남양유업 홍원식은 ‘양치기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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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 “재매각”… 남양유업 홍원식은 ‘양치기 소년’?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1.09.01 1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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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앤컴퍼니 “홍 회장 측이 부당한 요구 내세워 거래 이행 거부” 소송
홍 회장 측 “비밀유지 위반… 한앤컴퍼니에 주식매매계약 해제 통보”
회장 사퇴 공언 123일, 주식매매계약 체결 공시 97일 만에 계약 파기
홍 회장 “법적 분쟁 정리되는 대로 즉시 매각 절차 다시금 진행할 것”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회사를 매각키로 한 계약을 파기했다. /사진=남양유업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회사를 매각키로 한 계약을 파기했다. /사진=남양유업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였습니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회사를 매각하겠다고 한 공언(公言)이 결국 공언(空言)이 돼 버렸습니다. 회사를 매각하기로 약속한 대국민 발언이 없던 일로 돼버린 것입니다.

홍원식 회장은 1일 경영권을 넘겨주기 위한 계약 상대방인 한앤컴퍼니에 주식매매계약 해제를 통보했습니다.

홍 회장이 자사의 발효유 불가리스가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다는 과장 광고로 보건당국으로부터 철퇴를 맞은데 이어 국민적 공분을 사자, 지난 5월 4일 모든 책임을 지고 회장직에서 물러나고 자식에게도 경영권을 물러주지 않겠다고 대국민 사과를 한 지 123일 만입니다.

또 지난 5월 27일 최대주주인 홍원식 외 2명이 남양유업 보유주식 전부를 매각가 3107억원에 한앤컴퍼니로 양도하는 주식양수도 계약(SPA)을 체결했다고 공시한 지 97일 만입니다. 결국 홍원식 회장의 대국민 공언(公言)은 결국 100일 만에 대국민 공언(空言)이 돼버렸습니다.

앞서 홍원식 회장의 공언(空言)을 예견할 수 있었던 행보들이 있긴 했지만, 혹시나 했었습니다.

지난 7월 30일 예정돼 있던 홍원식 회장 일가의 주식과 경영권을 매각하기 위한 임시주주총회를 돌연 9월 14일로 6주나 연기하면서 의구심이 생긴 것인데요. 게다가 임시 주총 당일 연기 의사를 밝힌 것이어서 의구심은 더욱 증폭됐었습니다.

당시 업계에서는 ‘매각 거래 결렬 수순에 돌입한 것 아니냐’, ‘매각 대금을 높이기 위한 전략 아니냐’ 등 확인되지 않은 소문만 무성했습니다.

실제로 한앤컴퍼니로의 매각 발표 후 남양유업의 주가는 급격히 올라 시총은 4100억원대를 형성하고 있었는데요. 남양유업과 한앤컴퍼니간 체결한 주식 매매대금(3107억원)보다 1000억원 가량 많았습니다. 여기에 부동산 등 유형자산 가치를 감안하면 홍 전 회장 입장에서 매각 금액이 아쉬웠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당시 업계에서는 “오너가 입장에선 헐값이라 생각할 수 있어, 위약금을 물더라도 거래를 파기하는 것이 이득이라고 판단한 듯하다”는 추측이 나왔습니다. 또 “위약금을 물어주겠다며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한 제3의 매수자가 나타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여기에 회장직을 여전히 유지하며 올해 상반기 보수로 8억800만원을 받은데 더해 회사 자금 유용 의혹으로 보직 해임됐던 장남을 복귀시키고 차남은 승진시키면서 “경영권을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겠다”는 대국민 사과의 진정성이 의심을 받기도 했습니다.

특히 장남 홍진석 상무의 경우 보직 해임된 지 한 달여 만인 지난 5월 26일 전략기획담당 상무로 슬그머니 복직했는데요. 공교롭게도 이날은 남양유업이 한앤컴퍼니에 경영권을 넘기는 주식 매매계약 체결 하루 전입니다. 장남이 복직한 날, 차남인 홍범석 외식사업본부장도 미등기 임원으로 승진했습니다.

게다가 모친 지종숙씨와 장남 홍진석 상무를 등기임원에서 사임시키겠다는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고, 심지어 홍 회장의 부인 이운경 고문도 전무 직급의 상근직으로 회사에 출근하고 있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말로만 오너경영 체제를 포기하고 실제로는 오너 경영 체제를 더욱 굳건히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에 한앤컴퍼니 측에서는 8월 30일 “매각을 예정대로 진행하라”며 홍 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릅니다. 한앤컴퍼니는 이날 “홍 회장 측이 거래 종결을 미루더니 돌연 대주주 일가와 관련된 사항을 ‘선결 조건’으로 내세워 추가 협상을 제안해 왔다”고 공개했습니다. 구체적인 선결 조건은 거론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한앤컴퍼니 측은 ▲계약상 근거나 사전 언급이 없었던 점 ▲상장회사의 53% 남짓한 지분을 매매하는 주체끼리 임의로 정할 수 없는 사안인 점 ▲남양유업 임직원이 위기를 타개함에 결정적 장애가 될 만한 무리한 요청이라는 점을 감안해 거절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럼에도 홍 회장 측 일가가 부당한 요구들을 내세워 거래의 이행을 거부하고 있어 소송을 진행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홍원식 회장 측은 이날 “한앤컴퍼니가 비밀 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며 반박하더니, 이틀 후인 오늘(1일) 돌연 한앤컴퍼니를 상대로 주식매매계약 해제를 통보해 버린 것입니다.

홍원식 회장은 법률대리인인 LKB앤파트너스를 통해 “일각에서 나오는 이야기와 달리 계약 당시 합의되지 않았던 그 어떠한 추가 요구도 하지 않았다”며 “한앤컴퍼니 측과 계약 체결 이전부터 쌍방 합의가 됐던 사항에 한해서만 이행을 요청했으나 매수자 측은 계약 체결 후 태도를 바꾸어 사전 합의 사항에 대한 이행을 거부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매도인은 남양유업 경영권 이전을 포함한 지분 매매계약 종결을 위해 노력했으나, 매수인 측의 약정 불이행으로 부득이하게 매매계약 해제를 통보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해당 분쟁이 종결되는 즉시 남양유업 재매각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홍 회장도 입장문에서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음에도 경영권 매각 약속을 지키려는 저의 각오는 변함없이 매우 확고하다”며 “매수인과의 법적 분쟁이 정리되는 대로 즉시 매각 절차를 다시금 진행할 예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남양유업의 경영권을 넘기는 매각 작업은 결국 법정으로 가게 됐습니다. 법정에서 홍원식 회장 측이 한앤컴퍼니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승리할 경우, 홍원식 회장의 재매각 공언이 지켜질지 국민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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