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나루] 정용진의 ‘어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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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나루] 정용진의 ‘어그로’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1.05.10 15: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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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 “이 XXX들… 발라버리고 싶다” 등 과격한 발언 공개 표출
누리꾼 “관종 떠는 거 보면 진짜 싫다… 베끼는 것 밖에 못한다” 비판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사진=정용진 SNS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사진=정용진 SNS

정용진(신세계그룹 부회장) SSG랜더스 구단주의 자극적인 발언이 관심을 받고 있는 가운데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런 정용진 부회장을 향해 ‘어그로 장인’이라는 별칭을 붙이기도 합니다. ‘어그로’는 보통 부정적이거나 자극적인 이슈를 내세워 관심을 모은다는 긍정적인 의미로 작용합니다.

여기에 온라인이나 SNS상에서 무리한 행동을 하는 사람을 비하하는 ‘관종’(관심병 종자)이라는 부정적인 뜻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 프로농구의 댈러스 매버릭스 구단주인 마크 큐번의 별명이 관종입니다. 마크 큐번은 IT계의 거물로 꼽히지만 농구장에서 심판이나 상대 선수를 비난하는 일이 잦아 유별난 별명이 붙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비상한 구설은 구단의 가치를 상승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정 부회장의 자극적인 발언들 역시도 이 같은 행보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정 부회장의 어그로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향한 발언에서부터 주목받았는데요.

정 부회장은 2021 KBO리그 개막 직전에 롯데를 향해 “본업(유통)과 야구를 서로 연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며 “우리는 본업과 연결할 것이다. 게임에선 우리가 질 수 있어도 마케팅에서 만큼은 반드시 이기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걔네(롯데)는 어쩔 수 없이 우리를 쫓아와야 할 것”이라고 거친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이어 지난 4월 27일 신동빈 회장이 6년 만에 야구장을 방문한 것을 두고 정 부회장은 클럽하우스라는 SNS에서 “동빈이형(신동빈 회장)은 원래 야구를 좋아하지 않는데 내가 일전에 롯데자이언츠를 도발한 것 때문에 이날 야구장에 왔다”며 도발적인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정 부회장은 “계속 도발하겠다. 내가 도발하자 롯데가 불쾌한 것 같은데, 그렇게 불쾌할 때 더 좋은 정책이 나온다”며 “롯데를 계속 불쾌하게 만들어서 더 좋은 야구를 하게 만들겠다”고도 했습니다.

정 부회장이 강도 높은 발언을 이어가자 일부 팬이 자제를 요청했으나 그는 멈출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그는 “롯데랑 사이가 안 좋거나 그런 건 아니다. 이런 라이벌 구도를 통해 야구판이 더 커지길 원한다”면서 “지금이라도 동빈이형이 연락해서 ‘너 그만하라’고 얘기하면 그만하겠다. 하지만 아직 전화가 안 왔다”고 했습니다.

정 부회장의 어그로는 키움히어로즈를 상대로 절정을 이뤘습니다.

롯데자이언츠 외에 라이벌로 생각하는 구단이 있느냐는 질문에 정 부회장은 “키움히어로즈”라면서 “과거 키움히어로즈가 넥센히어로즈일 때 야구단을 인수하고 싶어서 전전긍긍하고 있는데, (넥센 측이) 나를 X무시하며 자존심이 땅에 떨어질 정도로 내몰았다”고 분노를 표출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에 우리(SSG랜더스)가 키움을 밟았을 때 기분이 좋았다. 이 XXX들 잘됐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며 과격한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정 부회장은 키움히어로즈 이사회 의장인 허민을 언급하며 “허민과는 개인적으로 매우 친하지만 키움은 발라버리고 싶다”고도 했습니다.

정 부회장은 본인을 본 딴 캐릭터 ‘제이릴라’(Jrilla)에 대해서도 어그로성 발언을 투척했는데요. 최근 자신의 SNS에 제이릴라와 연관된 게시물을 올리고는 “아 진짜 너무 짜증나는 고릴라 X끼. 진짜 나랑 하나도 안 닮았고 J는 내 이니셜도 아님”이라고 적었던 것입니다.

정용진 부회장의 이같은 험한 말은 ‘동네 형’처럼 친숙하게 느끼게 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관심을 보이고 싶어 한 것이나 다름 아니죠.

실제로 정 부회장은 지난 2월 클럽하우스에서 NC다이노스 구단주인 김택진 대표가 야구팬들과 게이머들 사이에서 ‘택진이 형’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것에 대해서 자신을 “‘용진이 형’이라고 불러도 좋다”며 김택진 대표를 부러워했습니다.

팬들과의 활발한 소통으로 연일 이목을 끄는 정 부회장은 어그로 발언에 만족하는 느낌이지만 누리꾼들은 다른 생각인 듯합니다. 누리꾼들은 ”부러우면서 인스타에서 관종 떠는거 보면 진짜 싫다“ 등 비호감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정 부회장은 어그로 발언이 기업 이미지와 가치를 상승시키고 있는 마크 큐번을 흉내(?) 내고 싶어 한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정 부회장이 손 댄 사업이 잇따라 실패한 것을 두고 누리꾼들의 반응이 싸늘하기 때문입니다.

누리꾼들은 “베끼는거 밖에 못 하잖아요” “용지니 하고 싶은거 그만해라” “따라만 하니 그 다음은 없고” “저한테 정용진은 항상 ‘망’이라는 이미지” “차라리 돈 많은 백수로 사는게 낫겠다. 능력도 없으면서 일단 벌이고… 수습하는 직원들만 불쌍하다” “망해도 짤리지도 않고 자기 하고 싶은거 다하고 어쩌다 얻어 걸려서 성공하면 능력 있는 사업가 되도” 등 비난 일색입니다.

실제로 정용진 부회장이 손 댄 ‘분스’, ‘부츠’, PK피코크, 삐에로쇼핑‘, ’제주소주‘ 등이 5년을 넘기지 못하고 잇따라 실패한 이력이 있습니다.

재벌가 오너로서 대중과의 활발한 소통은 기업 가치와 이미지 개선에 매우 효과적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파격을 떠나 도를 넘는 관종적 행보는 이를 보는 이들로부터 불쾌감을 유발하는 것을 넘어 정작 본업에는 소홀하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할 것입니다.

관심이라는 ‘소탐’ 때문에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대실’하지 않을까 걱정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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