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는 쓴맛 봤는데… ‘맥주 신세계’ 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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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는 쓴맛 봤는데… ‘맥주 신세계’ 열까
  • 이경호 기자
  • 승인 2022.03.31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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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소주 인수 5년 만에 철수한 신세계L&B, 발포주 시장에 도전장
소주시장에서 쓴맛을 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이번엔 발포주 시장에 진출했다. /사진=신세계엘앤비
소주시장에서 쓴맛을 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이번엔 발포주 시장에 진출했다. /사진=신세계엘앤비

제주소주로 쓴맛을 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이번엔 맥주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3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정용진 부회장이 이끄는 이마트의 자회사 신세계L&B는 전날(30일) 발포주 브랜드 ‘레츠 프레시 투데이’(이하 레츠)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신세계엘앤비가 자체 발포주 브랜드를 선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창균 신세계엘앤비 대표는 “스페인의 유명 맥주 생산자와 협업해 개발한 발포주로 국내 맥주 시장에 새로운 활력이 될 것”이라며 “이번 발포주 출시로 신세계엘앤비가 와인 1위 수입업체를 뛰어 넘어 진정한 종합 주류 유통 기업으로 거듭나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레츠는 다음 달 1일 편의점을 시작으로, 이마트를 비롯해 일반 음식점으로 판매처를 넓힐 예정이다.

이번 신세계엘앤비가 발포주 시장에 뛰어든 것은 시장성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는 ‘홈술 문화’가 자리 잡은 가운데, 수입 맥주보다 저렴한 발포주 수요가 증가한 것을 겨냥한 것이다.

신세계엘앤비가 자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수입맥주 가격이 오르면서 올해 1~3월 기준 한 캔에 2000원 이하인 발포주 매출이 전년 대비 40%가량 증가했다.

이러한 시장 변화에 발맞춰 신세계엘앤비는 지난해 7월부터 맛과 가성비가 특징인 신개념 발포주개발에 착수, 8개월 만에 ‘레츠’를 내놓게 됐다.

하지만 정용진 부회장은 소주시장에서 쓴맛을 본 경험이 있어 이번 발포주 시장 도전이 어떤 성과를 이룰지 이목이 쏠린다.

정용진 부회장은 지난 2016년 제주소주를 인수하며 소주시장에 진출한 바 있다. 브랜드명은 ‘푸른밤’으로 바꾸고, 광고모델은 씨스타 출신 ‘소유’를 발탁해 야심차게 출발했다.

푸른밤은 알코올 도수를 구분하기 위해 ‘짧은밤’(16.9도)과 ‘긴밤’(20.1도)으로 구분해 출시했다. 짧은밤, 긴밤은 표현이 불법 성매매 과정에서 쓰이는 은어를 연상시킨다는 비난을 받았지만 오히려 노이즈 마케팅 효과를 누리면서 주목을 받았다.

실제로 출시 4개월 만에 300만병 판매를 돌파한데 이어 몽골 수출에 이어 군에 납품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속속 냈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주 무대인 제주에서조차 미미한 매출액과 시장점유율에 더해 향토기업이라는 한계에 부딪힌 것이다.

이마트가 인수하기 직전인 2015년 제주소주의 매출액은 1억4000만원에 그치면서 주력 무대인 제주에서도 점유율이 0.5% 수준에 그쳤는데, 이마트에 인수 후 첫해 실적인 2017년 매출액은 12억원으로 7배 뛰었다. 이는 정용진 소주라는 이름의 기대감 때문에 반짝 실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실제로 영업손실은 60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3배 늘었고, 당기순손실도 65억원으로 역시 3배 정도 증가했다.

2018~2019년에는 매출액이 각각 43억, 48억원으로 늘었지만, 영업손실은 각각 127억, 141억원으로 급증했으며, 당기순손실 또한 129억, 143억원으로 대폭 확대되는 등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소주시장 점유율은 0.2% 수준에 머물렀다.

차입금도 계속 늘었다. 2019년 말 차입금은 99억원으로, 전년 52억원 대비 2배 정도 늘었고 부채비율도 38.7%에서 90.7%로 대폭 증가했다.

모기업인 신세계 이마트는 제주소주의 연명을 위해 총 670억원을 수혈했다. 하지만 적자가 누적되자 결국 지난해 3월 사업 중단을 선언했다. 5년 만의 소주시장 철수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적자가 누적되면서 제주소주 사업을 철수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발포주 시장 진출이 어떤 성과를 낼지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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