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사돈’ 삼표그룹 정도원의 갈길 먼 경영 승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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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사돈’ 삼표그룹 정도원의 갈길 먼 경영 승계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1.02.22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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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업체 노동자 잇단 사망사고 이어 문화재 훼손 논란… 내년 시행 ‘중대재해처벌법’도 변수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왼쪽)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장인과 사위 관계다. /사진=삼표, 현대자동차그룹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왼쪽)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장인과 사위 관계다. /사진=삼표, 현대자동차그룹

“공정위는 부당하게 부(富)를 이전하는 사례의 제재 방안을 적극 검토하라.”

2016년 10월 10일, 채이배 의원은 10대 대기업집단의 일감 몰아주기가 심각하다고 지적합니다. 특히 현대자동차그룹은 ‘삼표’라는 기업으로의 지원이 유독 많습니다. 일반인에게 생소한 삼표그룹은 정의선 당시 현대차 부회장의 처가입니다. 삼표 정도원 회장은 정몽구뿐 아니라 포스코 박태준, LS가문 구자명과도 사돈을 맺은 ‘재벌가 혼맥’의 표본입니다.

지난해 삼표시멘트 삼척공장에서만 3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사진=YTN 뉴스영상 갈무리
지난해 삼표시멘트 삼척공장에서만 3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사진=YTN 뉴스영상 갈무리

“추운 겨울 광산에 매몰돼 우리 곁을 떠난 아빠의 억울함을 호소합니다.”

지난달 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20일 전 강원도 삼척 광산 사고의 진상을 밝혀달라는 글이 올라옵니다. 청원인은 사고 당시 안전요원이 없었고 하청업체는 산재보험에 가입시키지도 않은 아버지를 작업에 투입시켰다고 주장합니다. “나 몰라라 하는” 원청업체 ‘삼표’시멘트 사업장에선 지난해만 하청 노동자 3명의 목숨을 앗아간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이 지난해 잇따라 터진 하청업체 노동자 사망 사고에 이어 올해도 문화재 훼손 논란으로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지난달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중대재해처벌등에관한법률> 시행을 1년도 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경영권 승계가 숙제인 삼표로서는 사면초가인 상황입니다. 1947년생인 정 회장의 나이가 일흔다섯이기 때문입니다.

삼표그룹의 계열사 ㈜삼표산업이 국가보물로 지정된 국내 유일의 ‘쌍미륵불’ 인접지역을 대규모 채석단지로 허가 받으려 해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앞서 <서울신문>은 삼표산업이 경기도 파주시 용미리 마애이불입상(국가지정문화재 보물 제93호) 인근 채석사업을 재추진하고 있다고 지난달 12일 보도했습니다.

삼표그룹이 대규모 채석단지 조성을 추진하면서 훼손 우려가 커지고 있는 국가지정문화재 보물 제93호인 경기도 파주 용미리 마애이불입상. /사진=위키피디아
삼표그룹이 대규모 채석단지 조성을 추진하면서 훼손 우려가 커지고 있는 국가지정문화재 보물 제93호인 경기도 파주 용미리 마애이불입상. /사진=위키피디아

이에 파주시민들은 물론 불교계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습니다. 채석작업은 통상 발파와 절취 등의 방식으로 진행되어 문화재 훼손은 물론 자연환경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삼표산업이 이번에 확장을 추진하는 채석단지는 마애불상과 짧게는 270미터까지 맞닿아 있습니다. 발파 작업 영향권인 500미터의 절반보다 조금 넘는 가까운 거리입니다.

삼표산업은 2013년에도 쌍미륵불로부터 320미터 떨어진 곳에 채석단지를 지정 받으려고 시도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마애이불입상에 미칠 영향을 이유로 파주시가 반대하면서 문화재심의위원회에서 부결 판정을 내려 무산됐습니다. 당시 지역 고등학생들까지 나서 “파주 천년의 보물을 살려 주세요”라는 캠페인을 벌이면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문제는 삼표산업이 이번에는 채석장 면적을 더욱 늘려 파주시가 아닌 산림청으로부터 단지 조성 허가를 받으려 해 ‘꼼수’ 논란까지 제기되고 있습니다. 30만㎡ 이상의 채석단지 지정은 산림청장 권한으로 법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조계종 총무원과 관할 교구인 제25교구본사 봉선사는 결코 용납할 수 없는 행태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습니다.

2018년 1월 2일 삼표시멘트 대표이사 취임식을 갖는 정대현 당시 부사장. 정도원 회장의 외아들인 정 부사장의 장인은 고인이 된 구자명 LS니꼬동제련 회장이다. /사진=삼표시멘트
2018년 1월 2일 삼표시멘트 대표이사 취임식을 갖는 정대현 당시 부사장. 정도원 회장의 외아들인 정 부사장의 장인은 고인이 된 구자명 LS니꼬동제련 회장이다. /사진=삼표시멘트

삼표그룹이 경영권 승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와중에 이처럼 논란이 잇따라 터지면서 오너 3세인 정대현 사장의 승계가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커지고 있습니다. 삼표시멘트는 2019년 1월 29일 정 사장을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게 하고, 전문경영인 문종구 사장을 새로운 대표이사로 맞았습니다. 정 사장이 대표에 취임한 지 딱 1년 만입니다.

당시 삼표시멘트는 경영정상화를 위함이라고 설명했지만, 실적 부진 등 정 사장의 경영 능력에 대한 비판 여론을 희석하기 위한 것이라는 시각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일감 몰아주기와 고배당으로 편법 승계 추진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는 삼표그룹으로서는 내년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도 큰 변수입니다. 하청 노동자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15일 세상을 떠난 백기완 선생의 유언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이었다. 백 선생은 우리나라 민주화운동의 대명사인 유월민주항쟁의 선봉에 섰다. 사진은 성공회 서울대성당 사제관 앞의 '유월민주항쟁진원지' 표지석. /사진=서울특별시, 통일문제연구소
지난 15일 세상을 떠난 백기완 선생의 유언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이었다. 백 선생은 우리나라 민주화운동의 대명사인 유월민주항쟁의 선봉에 섰다. 사진은 성공회 서울대성당 사제관 앞의 '유월민주항쟁진원지' 표지석. /사진=서울특별시, 통일문제연구소

한편 산업재해로 사망한 노동자의 8할은 영세 사업장 소속이었습니다. 어제(21일) 윤준병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산재 사망자의 77.6%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했습니다. 내년 1월 50인 이상 사업장부터 적용되는 <중대재해처벌등에관한법률>이 산재를 줄이는데 한계가 있을 거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정의당은 지난달 10일 노회찬 전 대표의 묘소를 참배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김종철 대표는 “노 대표님께서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을 제출하셨는데 ‘중대재해처벌법안’으로 내용이 변화됐다”라며 “대단히 죄송하다”라고 말했습니다. ‘노나메기’ 세상을 외치며 일주일 전 우리 곁을 떠난 백기완 선생의 유언도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이었습니다.

“너도 일하고 나도 일하고, 너도 잘 살고 나도 잘 살되, 올바로 잘 사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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