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이사가 웬일?… 금융지주의 속좁은 ‘고용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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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이사가 웬일?… 금융지주의 속좁은 ‘고용평등’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0.04.24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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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구성에 여성 이사 1명 이상 포함’ 새 자본시장법 7월 시행
여성 사내이사도 전무인 상황에 ‘사외’ 이사로 채워 법망 회피 속셈?
여성 사외이사, 신한 9년 만에 1명 선임·우리는 ‘0’… 금융 빅4, 4명 불과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울며 겨자 먹기였을까. 국내 4대 금융지주(신한, KB, 하나, 우리)가 올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여성 사외이사를 기존 총 2명에서 4명으로 늘렸는데요.

그동안 여성의 사외이사 진출에 철벽을 둘렀던 금융지주사들이 이렇게 여성 사외이사를 늘린 것은 오는 7월부터 본격 시행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때문이라는 시각입니다.

개정된 자본시장법은 ‘자산총액이 2조원 이상인 주권상장법인의 경우 이사회의 이사 전원을 특정 성(性)의 이사로 구성하지 아니하여야 한다’는 조항이 추가된 것인데요. 즉, 이사회를 구성할 때 여성이 최소 1명 이상 포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여성 사내이사(등기임원)를 선임하면 됩니다. 하지만 여성 사내이사가 단 한명도 없습니다. 금융지주사들의 여성 임원조차 각 사별로 1명꼴(5.3%)인 상황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무리인 듯합니다. 개정 법률은 오는 2022년 7월까지 2년간의 유예기간을 두고 있습니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19년 12월 31일 기준 금융지주사별 총 사외이사는 신한금융지주 11명, KB금융지주 7명, 하나금융지주 8명, 우리금융지주 5명 등 총 31명입니다. 이중 여성 사외이사를 둔 곳은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에서 1명씩 단 2명뿐으로, 여성 사외이사 비율은 6.5%에 불과했습니다.

올해 총 사외이사는 신한금융지주 10명(-1명), KB금융지주 7명, 하나금융지주 8명, 우리금융지주 6명(+1명)으로 전년과 같은 31명입니다. 이 가운데 여성 사외이사를 새로 선임한 곳은 신한금융지주 1명과 KB금융지주에서 1명을 추가로 선임해 총 4명이 됐습니다. 우리금융지주는 올해 주총에서도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남성 사외이사를 1명 더 늘렸더군요. 여성 사외이사 비율은 12.9%입니다.

◆신한금융, 윤재원 선임… 일본쪽 인사는 비상무이사로 전환

신한금융지주가 새로 선임한 여성 사외이사는 윤재원 홍익대학교 경영대학 교수인데요. 신한금융지주에서 여성 사외이사가 탄생한 것은 2011년 전성빈 서강대 교수 이후 9년 만입니다. 전성빈 사외이사는 이사회의장까지 맡으면서 활발히 활동했지만 당시 신한사태 때 경영진과의 갈등으로 물러났습니다.

새로 선임된 윤 사외이사는 1970년생으로 금융지주 사외이사 중 가장 젊은 피입니다. 고려대학교 경영학 박사와 회계학을 수료한 회계·세무분야 전문가로서, 조세심판원 비상임심판관, 기획재정부 공기업평가위원세심판원 등을 역임하고 현재는 한국세무학회 부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신한금융지주 측은 “젊음 여성 이사로 이사회의 성별 다양성과 폭넓은 시각의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습니다.

신한금융지주의 총 사외이사가 1명 줄어들었는데, 필립 에이브릴(BNP파리바증권 일본 이사) 이사가 임기 1년의 기타비상무이사로 신규 선임됐기 때문인데요. 이는 지분 관계가 있는 회사의 상근 임원을 사외이사로 두는 것은 이사회의 독립성을 저해한다는 국민연금의 의견을 반영한 것입니다. BNP파라바증권은 신한금융 지분을 3.55% 가지고 있습니다.

◆KB금융, 최명희 이어 권선주 선임… 금융지주 첫 2명

KB금융지주는 기존의 최명희 사외이사를 임기 1년의 중임 사외이사로 재선임한 데 이어 권선주 전 기업은행장을 여성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했습니다. 이로써 최초로 2명의 여성 사외이사를 보유한 금융지주사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권선주 사외이사는 기업은행 공채 출신으로 외환사업부장, 카드사업본부 부행장, 리스크관리본부 부행장, 금융소비자보호센터장 등을 거친 국내 최초의 여성 은행장입니다.

최명희 사외이사는 씨티은행 영업부 총지배인, 금감원 국제협력실장, 외환은행 감사 등을 역임하며 금융회사 내부통제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특히 금감원 재직시절 여성 검사팀장으로 화제가 됐습니다. 이헌재 금감위원장 사단으로 분류됐던 인물입니다. 현재 한국내부통제평가원 부원장을 겸임하고 있습니다.

KB금융 관계자는 “그동안 사외이사 선임에 있어 전문성, 직업, 성별 등 여러 방면에서 다양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왔다”면서 “의도적으로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한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하나금융, 8명 전원 유임… 여성은 차은영 1명

하나금융지주는 기존 사외이사 8명 전원이 유임됐습니다. 하나금융지주에는 차은영 이사가 유일한 여성 사외이사입니다. 차은영 사외이사는 미국 샌디에이고대학교 경제학 박사 출신으로, 한국여성경제학회장,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위원을 거쳐 현재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임하고 있습니다. 차은영 이사는 연임됨에 따라 내년 3월 만료되는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회장후보추천위원으로 활동하게 됩니다. 하나금융 내부규범 상 회추위에는 사외이사 전원이 포함되기 때문입니다.

◆우리금융, 남성 1명 더 추가… 6명 전원 남성

우리금융지주는 올해에도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하지 않았습니다. 4대 금융지주 중 유일한데요. 대신 남성 사외이사를 한명 더 추가했습니다. 국내 금융지주사 중 유일하게 운영하고 있는 ‘과점주주’ 체제 때문인데요. 우리금융의 사외이사는 모두 과점주주들이 추천한 인사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기존 사외이사는 모두 과점주주(예금보험공사(17.25%), 국민연금공단(7.71%) 제외)인 IMM PE(6.42%), 키움증권(3.74%), 한국투자증권(3.74%), 한화생명(3.74%), 동양생명(3.74%) 등에서 추천한 인물들이었습니다. 올해에는 지난해 푸본생명이 우리금융 지분 4.0%를 인수하면서 푸본생명이 추천한 천문악 중국 푸본은행 부회장 출신이 사외이사로 선임됐습니다. 이로써 우리금융지주의 사외이사는 5명에서 6명으로 늘어나게 된 것입니다.

국내 4대 금융지주의 여성 사외이사 비율은 신한금융지주 10%, KB금융지주 28.6%, 하나금융지주 12.5%, 우리금융지주 0% 수준입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여성 사외이사 비율을 2020년까지 40%로 권고하고 있는 것과 비교되는 수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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