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등 켜진 현대차 거버넌스… ‘정의선 리스크’ 오나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상태바
경고등 켜진 현대차 거버넌스… ‘정의선 리스크’ 오나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4.02.21 0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KT-현대차 ‘보은 투자’ 검찰 수사에 ‘지분 동맹’ 흔들… 현대차 주가 ‘디스카운트’ 요소로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최근 현대차의 주가가 지난해 실적과 올해 가이던스를 발표한 지난달 25일 이후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최저가 17만9800원에서 20일 종가 기준 40% 이상 뛰어올랐다. 2023년에 이어 2024년에도 현대차는 하이브리드, SUV 판매 등을 중심으로 양호한 영업이익을 창출할 전망이며, 주주 환원 정책에 시장의 호응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현대차가 대표적인 저PBR 종목이란 점에서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도 높다.

자료 1. /출처=KRX 자료 재구성
자료 1. /출처=KRX 자료 재구성

현대차의 투자자 순매수 동향을 보면 최근 1개월, 6개월, 1년 모두 외국인 매수세가 거래를 압도했다. 그에 반해 개인은 매도 일색이었다. 이른바 동학개미는 현대차를 외면한 대신 외국 기관투자가는 열광적으로 현대차를 매수했으며 이 때문에 최근의 주가 상승의 원인과 주가 상승의 수혜자는 모두 외국인이었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러한 외국인 순매수는 글로벌 경쟁사의 실적 부진으로 인한 반사이익일 개연성이 높다는 것이 시장전문가의 분석이다. SK증권은 테슬라는 모델이 3/Y의 노후화와 AI(인공지능) 사업 불투명 전망으로 주가가 부진한 상황이며, 도요타는 각종 테스트, 데이터 조작 사건 등으로 신뢰성에 타격을 입어 외국인 시각에서 저평가된 현대차가 매력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현재 현대차의 외국인 지분율은 37%로 1년 전과 비교해 7%나 상승했다. 외국인을 포함한 기관투자가의 투자 비중이 증가하고 개인 투자자가 외면한다는 것은 앞으로의 현대차 주가 향방에 특별한 의미가 있다. 즉 최근 미국 증시에 자주 등장하는 FOMO의 영향이 줄어들 전망이다. FOMO는 ‘기회를 잃는 공포’(fear of missing out)라는 뜻으로 미국 증시의 애플, 메타, 구글, 아마존 등 -지금은 ‘놀라운 일곱’(magnificent seven)으로 불리는- 주로 IT, 온라인 유통 등의 주식이 전통적 주가 분석이론의 고평가 논란에도 불구하고 계속 상승하며 투자수익을 키우자, 개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열광적 추종 매매 분위기를 생성한 것을 얘기한다. FOMO는 해당 주식의 비정상적 경영활동을 비롯한 기업 가치 변동 위험을 무시하고 일방적 믿음으로 주가의 상승을 견인한다. 이때 FOMO의 최대 적은 공매도다. 이에 비해 기관투자가는 냉철한 과학적 평가에 의한 투자전략을 구사하므로 FOMO에 의한 주가의 우상향 기대에 의한 추종은 있을 수 없다. 기관투자가는 기업의 사소한 실수나 작은 외부 경제 변화에 민감하고 미세하게 반응한다. 따라서 해당 기업 주식은 민감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다.

한편 최근 현대차 주가를 단기간에 40%나 끌어올린 외국인 기관투자가는 차익실현 동기가 강해졌다. 다다익선을 추구하는 개인과 달리 기관투자가는 사전에 승인된 룰에 따라 목표 수익률을 달성하면 수익을 실현하는 것이 관례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투자 기준으로 부상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거스르는 기업행태는 외국인 이탈을 촉진할 가능성이 높아 뒤늦게 현대차 주식 투자에 FOMO 욕구를 느끼는 개인 투자자는 유의할 대목이다. 그런데 최근 현대차에 G, 즉 지배구조(governance) 문제를 일으킬 사건이 벌어져 더 주의가 요구된다.

자료 2.
자료 2.

공공연한 사실이지만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분에 의한 그룹 지배력이 아주 약하다. 정의선 회장은 현대차 2.0%, 기아 1.7%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주회사 역할인 현대모비스 지분은 단 0.3%에 불과하다. 현대모비스(16.7%)→현대자동차(33.9%)→기아(17.3%)→현대모비스의 순환 출자 구조에서 부친 정몽구 명예회장이 현대차 5.39%, 현대모비스 7.24% 지분으로 정의선 회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여차하면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어 정의선 회장에게 지배구조 강화는 상시 해결하고픈 과제일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2022년 9월 현대차그룹과 KT는 각각 7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맞교환을 했다. 이로써 KT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지분 1.0%와 1.5%를 보유하게 됐다. UAM(도심항공교통) 등 양사의 사업 협력이 ‘지분 동맹’의 명분이었으나 정의선 회장의 우호 지분 확보가 적어도 부차적으로 추구한 효과였을 것이라는 게 재계의 평가다.

문제는 이런 유대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자사주 맞교환과 같은 시기에 KT 자회사 KT클라우드가 정의선 회장의 동서인 박성빈씨가 설립한 ‘스파크엔어소시에이츠’(현 오픈클라우드앱, 이하 스파크) 지분을 정상가보다 높은 가격에 매입했다는 혐의로 지금 검찰이 조사하는 중이다. 또한 스파크는 거래 물량 대부분을 현대오토에버에 의존하고 있는데, KT클라우드의 고가 인수를 위해 매출을 유지해달라는 청탁으로 현대오토에버에 수천만원을 건넨 혐의도 스파크는 받고 있다. 한편 이에 앞선 2021년에는 현대차그룹이 적자에 허덕이던 구현모 전 KT 대표의 형 회사 ‘에어플러그’ 지분 99%를 매입했는데, 이 때문에 2022년 KT 자회사의 스파크 지분 매입은 ‘보은’ 성격의 매입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지난해 12월부터 KT와 현대차그룹 관련자들을 배임 피의자로 소환 조사하고 있다.

결국 일련의 검찰 수사가 박성빈 전 스파크 대표와 동서지간인 정의선 회장으로 이어질지 현대차는 긴장하고 있고, 시장도 주목하고 있다. 구현모 전 대표가 벌인 일들의 설거지를 해야만 하는 처지인 KT도 현대차그룹 지분 정리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따라서 KT와의 지분 동맹 관계 정리 과정에서 사법 리스크와 지배구조 불안이 동시에 불거질 수 있다. 삼성의 지배구조가 초래하는 기업 가치의 디스카운트가 모처럼 날개를 단 현대차 주가에도 작동할 위험이 있으니, 투자자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