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자동차 범죄율 한몫’ 현대차·기아, 미국투자 잘 굴러갈까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상태바
‘최악 자동차 범죄율 한몫’ 현대차·기아, 미국투자 잘 굴러갈까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3.07.24 10: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미국 정부는 지난해 청정에너지 산업 육성을 위한 대대적인 보조금 지급 정책을 발표했다. 그 일환인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 공포로 지난 1년간 미국 내 청정에너지 육성에 약 1100억달러에 달하는 기업 투자 계획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같은 해 7월 20일 월스트리트저널은 천문학 규모의 미국 정부 보조금 지급의 최대 수혜자가 외국기업이라고 보도했다. 기사 내용은 다분히 해외 기업 비중이 높은 것을 우려하는 미국 내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어 해외 기업의 미국 투자 계획 중 일부는 난관에 봉착했다고 지적했다. 포드자동차를 통한 중국 배터리 회사 CATL의 투자가 중국 강경파 여론에 직면했고, 켄터키주에 5억달러 이상의 배터리 부품 공장을 세울 계획이었던 Microvast는 2억 달러의 지원금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으나 미국 에너지부에서 승인 신청을 반려했다고 전했다. 그 이유는 이들 기업에 대한 지원금이 중국으로 흘러가고, 우회적으로 미국민 세금을 낭비한다는 공화당과 여론의 반대 탓으로 알려졌다. 표면적으로는 중국 패권을 견제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반중국 정책이 원인이며, 그 배경에는 미국민의 중국 혐오가 있다. 그러나 행간을 한 걸음 더 들어가면 정치의 여론 민감도가 중요한 이유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교조적 법치 국가를 주장하는 한국과는 달리 미국 사회는 대중 여론이 더 우선이다.

월스트리저널(2023.7.20.) 기사 내용 재구성
월스트리저널(2023.7.20.) 기사 내용 재구성

외국기업의 정부 지원 집중을 우려하는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미국에 전기자동차와 배터리 공장을 세우겠다고 발표한 상위 10개 기업 가운데 한국 기업의 투자 비중은 압도적으로 높다. 특히 배터리 전문회사인 LG와 전기차 수출에 사활을 건 현대차·기아의 투자 규모는 단연 눈에 띈다. 미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블록화 속에서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기업의 절박함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러나 모난 돌이 정을 맞는다는 얘기가 있다. 미국 사회와 정치 특성을 생각할 때 바람에 갈대처럼 바뀔지 모르는 이들 기업에 대한 미국 대중의 평판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자료=CCJ
/자료=CCJ

그러나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해 로이터가 미성년자 고용 문제를 집중적으로 취재하여 보도(2022년 12년 19일 기사 참조)한 이후, 또 한 번 이미지를 훼손할 악재가 발생했다. 지난 20일(현지 시간) 미국 사법정의위원회(Council on Criminal Justice, CCJ)는 37개 도시의 범죄 추이를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우려스러운 내용이 담겼다.

/자료=CCJ
/자료=CCJ

CCJ 분석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범죄 증가율은 살인이 1년 전보다 10% 이상 감소하는 등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대부분 줄었다. 반면 자동차 도난은 오히려 급증했다. 자동차 도난은 다른 범죄를 촉발하는 ‘핵심 범죄’(Keystone Crime)여서 중요한데, 많은 사건이 현대차와 기아 모델에서 일어난 것이다. 이들 차량은 특히 도난 방지 장치가 결여된 채 출시되어 SNS에서 ‘차량 훔치는 법’ 모델이 되기도 했다. 이후 현대차와 기아는 다양한 도난 방지 및 피해자 구제를 위해 노력했고, 2억달러 규모의 집단 소송에 합의하기도 했다.(본지 6월 1일, 5월 19일, 1월 30일 기사 참조)

이번 보고서는 미국 사법 정책의 오피니언 리더인 CCJ가 범죄 원인으로 현대차·기아를 공식 거론한 것이어서, 미국 대중이 바라보는 이미지에 커다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도난 차량의 우상이 된 현대차·기아에게는 설상가상이다. 우리 기업들이 국내에서 정부 비호를 받던 시절 국민 여론을 가볍게 여기는 버릇을 미국에서도 반복한다면 대규모 투자에도 불구하고 미국 진출 전략이 차질을 빚을 것은 자명하다. 2023년 IT와 반도체가 수출에서 죽을 쑤는 상황에서 그나마 한국 경제를 버티고 있는 것이 자동차 산업이다. 현대차·기아가 별 탈 없이 잘 대응하기를 바란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