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 장병규의 ‘노동관’ [마포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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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프톤 장병규의 ‘노동관’ [마포나루]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1.07.14 15: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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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에 주52시간 적용하는 것은 국가가 개인의 권리 뺏는 것”
‘공짜야근’ 악용 제도로 여겨지는 ‘포괄임금제’ 적용… 직원과 마찰
“야근 강요 등 도 넘는 노동 행태와 직장 괴롭힘”… 노동부에 신고
장병규 의장./사진=크래프톤
장병규 의장./사진=크래프톤

“나는 20대 때 2년 동안 주 100시간씩 일했다. 누가 시켜서 한 게 아니다. 내 인생을 위해서 한 거다. 스타트업에는 그런 사람들이 꽤 있다. 이런 스타트업에 주52시간을 적용하는 것은 그야말로 국가가 나서서 개인의 권리를 뺏는 거다.”

“중국은 200~300명이 야전침대 놓고 주2교대, 24시간 개발해 모바일게임을 만들어낸다. 한국에서 이렇게 하면 불법이다. 이러니 경쟁이 안 된다.”

게임 ‘배틀그라운드’로 유명한 게임회사 크래프톤의 장병규 이사회 의장이 2019년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 시절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한 말입니다. 장병규 의장은 2017년 9월부터 2019년 11월까지 현 정부의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는데요.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민간과 정부의 소통 창구로서, 변화의 주체인 민간의 의견을 담은 대정부 권고안을 마련하는 조언기구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장병규 의장은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 당시 정부에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은 대표적인 인물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특히 현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산업현장에서의 주 52시간제에 대해 비판을 쏟아내며 주목을 받았습니다.

일부 보수 언론에서는 당시 장병규 위원장의 인터뷰를 쏟아내며 현 정부를 비판하는데 동조하는 모습까지 보였습니다.

하지만 장 의장의 주52시간 반대 발언은 “나 때는 말이야”라는 표현을 쓰면서 젊은층으로부터 ‘꼰대’라는 소리를 들어야 했습니다.

장 의장이 주52시간제를 비판하면서 말한 “인재들의 요람인 실리콘밸리에서 출퇴근 시간을 확인한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는 발언은 유명한 어록으로 남고 있는데요.

장병규 의장의 이 같은 발언은 실제로 자신의 회사에서 그대로 적용되며 직원들과 마찰을 겪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주52시간제가 아닌 ‘포괄임금제’를 적용하고 있는 것인데요. 포괄임금제란 ‘근로계약 체결 시 정한 일정액의 제수당을 실제 근무시간에 관계없이 매월 지급’하는 임금산정방식입니다. 본래 임금은 정해진 기본임금에 노동자가 실제 일한 시간외수당을 합산해 지급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러나 포괄임금제는 노동자가 실제 일한 시간과 관계없이 근로계약 시 사용자와 노동자가 정한 일정액의 시간외수당을 매월 지급하는 것입니다.

즉, 일한 만큼 더 주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회사가 ‘공짜야근’을 마음대로 시킬 수 있도록 악용하는 제도로 여겨져 왔습니다.

때문에 대법원도 지난 2010년 ‘근로시간을 통해 계산할 수 있다면 실제 일한 시간대로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놓으며 포괄임금제 요건을 제한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한때 ‘크런치모드’(강도 높은 마무리 근무 체제)로 대표되는 게임업계에서 노동자 혹사 논란이 일자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등대규모 게임사들은 포괄임금제를 폐지했고, 여타 게임사들도 폐지하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크래프톤에서는 포괄임금제를 고수하고 있어 직원들과 마찰을 겪고 있는 것입니다. 올해 초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크래프톤이 주52시간을 피해 장시간의 노동을 강요한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는데요. 글의 요지는 “크래프톤이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가고 있다. 노동자의 과다 근로가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라는 내용입니다.

글을 종합하면 법정 근로시간을 초과하는 일이 굉장히 빈번하지만 이 모든 노동은 포괄임금제에 묶여있어 직원들이 합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심지어는 법정 근로시간을 초과하지 않기 위해 일한 시간을 조작했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통상적인 경우 업무망 PC에 접속할 때 근무 시간이 체크되는데, 정정 신청을 통해 자정이 넘도록 일했지만 자정에 퇴근한 것으로 보이게 했다는 것입니다. 정정을 통해 55시간을 넘게 일했지만 시간을 깎아서 51시간 55분으로 만드는 방식이었다고 합니다.​

크래프톤의 과도한 노동 행태는 결국 내부자의 고발로 지난 6월 노동부에 신고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신고된 내용에 따르면 상관들은 지난해 10월 조직 개편 이후부터 회사 제도로 보장된 반일 휴가를 사용하지 말라고 강요하거나, 인사고과 불이익 협박을 가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A 상관은 “앞으로 업무가 늘어날 것이니 더 쥐어짜야 한다”며 야근을 강요했고, B상관은 한 직원과의 면담에서 ‘위’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내가 마음만 먹으면 보고하고 당신을 일하는 동안 숨 막히게 만들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외에도 크래프톤의 과도한 업무량은 게임에서는 유명한데요. 성과주의에 밀려 사내 경쟁으로 인한 고용 불안감과 스트레스 등을 못이겨 퇴사가 잦다는 것입니다. 일례로 주어진 시간 안에 프로젝트를 찾지 못하면 근로계약을 한다는 내용의 ‘리부트셀’도 존재 했었습니다. 현재는 폐지됐습니다.

장병규 의장의 철학은 김창한 대표에게로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2월 사내 소통 프로그램 ‘크래프톤 라이브 토크’에서 김 대표는 “포괄임금제는 유지돼야 한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개인 성과에 따른 업무를 하는 게 궁극적으로 미래의 업무 환경일 것이다”라고 밝혔는데요.

크래프톤 같은 게임 회사는 컨베이어 벨트로 돌아가는 공장 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포괄임금제는 유지돼야 한다는 게 김창한 대표의 주장입니다.

크래프톤은 7월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는데요. 여러 상황을 종합해 보면 마치 안마의자업체 바디프랜드를 보는 듯합니다. 지난 2018년 바디프랜드는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가 사내 갑질이 언론을 통해 폭로되면서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을 받았고, 박상현 대표가 형사입건 되기까지 하면서 결국 상장이 철회됐습니다.

크래프톤 또한 상장을 앞두고 직장내 괴롭힘으로 노동부에 신고된 상태입니다. 크래프톤은 여기에 더해 희망 공모가 고평가 논란에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를 받았습니다.

크래프톤은 창업자인 장병규 의장이 지분 16.24%, 배우자 정승혜 0.98% 등 특수관계인이 34.11%를 가지고 있습니다.

크래프톤 직원들은 포괄임금제와 크런치모드로 오늘도 하루를 겨우 버티고 있는 상황에 과연 이들이 바디프랜드 전철을 밟을지 상장을 통해 돈 방석에 앉을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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