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태 100일’ 김영섭의 KT, 증권가도 “갖다 팔아라”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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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태 100일’ 김영섭의 KT, 증권가도 “갖다 팔아라”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3.12.22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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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가는 혁신에 ‘낙하산 기지’ 재연, 소비자·노조도 실망… 두 달 연속 “주식 매도” 리포트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필자는 KT보다 ‘한국통신’이라는 이름이 익숙하다. 친구와 약속하고 어머니에게 안부를 전하는 일을 휴대전화로 한다는 것을 상상하지 못하던 시절에는 길거리 공중전화에 새겨진 한국통신이라는 브랜드는 국민에게 정말 중요하고 유일무이한 ‘삶의 인프라’였다. KT는 원래 체신부 산하 부서인 전무국(電務局)이었으나, 필자가 대학 다닐 무렵인 1981년 ‘한국전기통신공사’라는 이름의 공기업으로 독립했으며, 1990년 이후 한국통신으로 불리다 무선통신이 활개를 펴던 2002년 현재의 KT 주식회사로 민영화됐다.

자료 1./출처=KT
자료 1./출처=KT

KT는 오랜 역사만큼이나 규모나 기능 면에서 한국 통신산업 발전에 중추적 역할을 해왔으며, 국민 생활에 깊숙이 뿌리박고 있다. 2022년 말 기준 임직원 수가 2만명이 넘고 유선과 무선 서비스 가입자가 3600만명 이상이다. 또한 KT는 2022년 25조원이 넘는 경제적 가치(영업수익)를 창출하며 협력기업에 15조원, 정부에 세금과 공과로 6조원, 임직원 급여로 4조5000억원, 주주와 투자자에게 1조5000억원, 지역사회 기부로 156억원을 배분했다. 한편 KT는 2023년 기준 공정거래위원회 지정 기업집단 순위 12위로 계열회사 수가 50개이며 공정자산 총액은 45조원에 이른다. 코스피에 상장된 KT는 12월 22일 현재 시가총액이 9조원이 넘고 시총 순위 43위이며 외국인 지분율은 42%를 넘는다. 지금까지 KT에 대한 설명을 듣자면 사회·경제적 영향력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고, 당연히 KT 기업에 엄격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는 데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그러나 어떻게 된 일인지 KT에서 들려오는 최근 소식은 심상치가 않다. 지난 2월 구현모 전 KT 대표가 물러나고 장기간 공백기를 거치며 우여곡절 끝에 김영섭 대표가 8월 취임했지만, 연말이 다된 지금까지도 ‘사법 리스크 회오리’에서 벗어나지 못한 KT의 경영은 더 악화하고 있다. 연초에 KT텔레캅의 일감 몰아주기와 비자금 조성 혐의를 수사하던 검찰은 담당 부장검사의 유고가 있자 수사 방향을 틀었다. 최근 검찰은 KT와 현대자동차 전·현직 경영진 사이의 ‘보은성 거래’를 배임 혐의로 수사 중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동서 회사를 KT가 인수하자 현대차가 KT 구 전 대표 친형의 회사를 고가 매입했다는 혐의다. 이 과정에서 수천만원 뒷돈을 받은 혐의로 서정식 현대오토에버 전 대표를 검찰은 압수수색한 데 이어 최근 소환 조사했다.

자료 2./출처=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계 재구성
자료 2./출처=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계 재구성

KT는 지난 2분기 이동통신(MNO) 가입 회선 수에서 LG유플러스에 역전당하는 치욕을 겪었다. 새로 선임된 김영섭 대표가 지난 8월 부임하자마자 받은 충격이 너무 컸다. 김영섭 대표는 분명 절치부심했겠으나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10월 MNO 가입자 현황에 따르면 LG유플러스와 KT의 격차는 최근 더 벌어지며 체면을 구겼다. 휴대폰과 단말장치 등의 회선 수에서는 KT가 절대적 우세지만, LG유플러스는 사물 지능통신(IOT)의 원격관제에서 회선을 빠르게 늘리며 KT와의 순위를 뒤집었다. LG유플러스는 한국전력 원격 검침기 LTE 회선을 수주하는 쾌거로 KT 대비 전략적 우위를 이어갔다.

자료 3./출처=소비자주권시민회의
자료 3./출처=소비자주권시민회의

소비자단체도 KT가 정상이 아님을 지적하고 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조사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10년 동안 KT에 부과한 과징금은 총 11건, 214억원에 이른다. KT는 소비자를 현혹하는 부당광고로 가장 많은 과징금(139억원)을 물었고, 고객 유인과 지위 남용 등 공정거래법 위반으로도 5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특히 민영화 이후 KT가 ‘비리의 온상’이었다고 시민단체는 개탄했다. KT는 초대 대표이사를 제외하고 전임 구현모 대표까지 4명이 모두 배임수재, 횡령, 업무방해,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물러나는 지배구조 대란을 겪었다. 임직원 18명도 비리 혐의로 처벌받거나 재판 중이다. KT는 민영화 이후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표적 ‘낙하산 기지’라는 논란을 불러왔고, 이는 결국 비리와 경영 부실로 이어져 공공기능 민영화의 대표적 실패 사례로 남을 우려가 커졌다.

자료 4.
자료 4.

한편 김영섭 대표의 취임 100일을 맞아 KT 새노조도 실망감을 드러냈다. 경영 공백 끝에 뒤늦은 출범이 KT 대혁신의 기회를 가져올 것으로 KT 새노조는 기대했으나 골든타임을 놓치고 이권 카르텔의 발본색원은커녕 오히려 과거 체제에 편승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김영섭 대표의 지난달 30일자 인사를 보고 혹평을 했는데, 윤석열 대통령 지인 법무실장, MB 특보 출신 경영지원본부장, LG CNS 출신 김 대표 지인의 컨설팅그룹장 임명 등 외부 인사 영입이 과거 낙하산 기지 KT를 재현하는 구태라고 KT 새노조는 지적했다.

자료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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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베스트 리서치센터로 평가받는 하나증권은 11월에 이어 12월에도 이례적으로 KT 매도 보고서를 발표했다. 하나증권은 올해 KT의 지배구조 대란 기간에 두 차례에 걸쳐 목표주가를 낮췄는데 최근 주가가 상승하자 재차 경고에 나섰다. 리서치센터에 근무한 경험이 있는 필자도 놀랄 만큼 이 보고서에는 ‘이걸 굳이 왜 사요?’라는 이례적인 제목이 달렸다. 보고서는 김영섭 대표 취임에도 2024년 KT는 가망이 없으니 적극 매도해서 수익률을 방어하라고 서슴없이 조언했다. 통신부문 분석으로 정평이 나있는 애널리스트의 공개적인 KT 미래에 대한 외면은 간접적으로 KT 김영섭 대표의 경영 능력에 대한 부정 평가가 담긴 것으로 볼 수 있다. 사면초가에 처한 KT의 미래가 위태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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