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스지주 권씨 남매의 자산 증식에 숨겨진 ‘승계 비밀’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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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스지주 권씨 남매의 자산 증식에 숨겨진 ‘승계 비밀’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뉴스웰경제연구소장)
  • 승인 2024.01.22 1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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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운 회장 자녀 권민석·권지혜가 지배주주인 일신홀딩스, ‘JKL 지분 매각’ 비하인드 스토리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공정자산 총액 5조6120억원으로, 2023년 공정거래위원회 지정 기업집단 순위 75위인 아이에스지주 그룹. 지난해 아이에스지주 그룹의 공정자산 총액은 2022년에 비해 2690억원 증가했으나 계열사는 53개에서 42개로 줄었고 기업집단 순위도 세 계단이나 하강했다. 아이에스지주 그룹의 주력 기업은 아이에스동서로, 권혁운 지주 회장이 직접 창립하고 애써 키운 건설회사다. 이처럼 착실하게 성장한 아이에스지주 그룹도 여느 중견기업과 같이 승계 과정에서 심상찮은 잡음이 들린다. 2022년 12월 아이에스동서는 특별세무조사를 받았다. 국세청이 아이에스동서 총수 일가의 일감몰아주기로 인한 사익편취가 있었는지와, 아이에스동서와 해외 계열사 간 자금거래를 검증하고 역외탈세 의혹을 추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료 1.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자료 1.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이런 가운데 아이에스지주 그룹의 한 계열사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시한 공시자료가 연초부터 편법 기업승계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17일 아이에스지주 그룹 권혁운 회장의 아들 권민석과 딸 권지혜가 각각 70, 30% 지분을 가진 아이에스지주 계열사인 일신홀딩스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타법인 주식 및 출자증권 처분 결정>을 공시했다. 내용은 일신홀딩스가 제이케이엘파트너스(이하 JKL) 주식 9만1923주를 119억원에 처분했다는 것이다. 2001년 설립한 JKL은 사모펀드 운용회사로 13개 사모펀드에서 2조9000억원의 자산을 맡아 운용하며 36개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최근에는 하림그룹의 HMM 인수전에 참여하는 등 국내 대표적인 PEF 전문 기업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이런 투자 성과에 힘입어서인지 일신홀딩스는 JKL 지분 매각으로 약 100억원, 6배의 시세차익을 거뒀다.

자료 2.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자료 2.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그렇다면 권씨 남매가 지배주주인 일신홀딩스는 어떻게 이런 우량주를 가질 수 있었을까? 아이에스동서와 일신홀딩스의 2013년 사업연도 공시자료를 확인하면, JKL 지분은 아이에스동서가 2007년 33억원에 취득했다. 이 지분을 아이에스동서는 2013년 사업연도에 전량 매도했는데, 이 주식 전량을 일신홀딩스가 취득했다. 아이에스동서가 처분한 금액은 JKL 취득 금액의 40%에 불과한 19억8000만원으로, ‘일신홀딩스가 그룹 계열사 자산을 저가에 매수해 약 10년 만에 600%의 차익을 남길 수 있었다’라는 의혹을 받기에 충분해 보인다.

자료 3.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2012 아이에스동서 사업보고서
자료 3.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2012 아이에스동서 사업보고서

그러나 아이에스동서가 손실을 보고 일신홀딩스에 저가로 넘긴 것 같지만 세부 사정은 다르다. 2013년 공시자료에 JKL은 2011년 주주총회에서 100억원을 유상 감자했다. 당시 아이에스동서 회계상 장부가액은 66억원이었고, 아이에스동서의 JKL 지분율 46.15%에 해당하는 약 46억원을 감자에 따른 배당으로 받아 장부가액은 이 금액을 차감한 19억8000만원이 된 것이다. 감자 차익만으로도 이미 아이에스동서는 약 40% 이상의 투자 차익을 획득했다. 아이에스동서는 주택사업으로 명성을 얻고 있었고, JKL 지분투자에서 이미 충분한 차익을 얻었으므로 잔여 지분을 계열사에 넘겨 현금을 확보할 명분이 충분했다.

자료 4.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2012 JKL 감사보고서
자료 4.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2012 JKL 감사보고서

그럼에도 의혹은 여전히 남는다. JKL 지분을 넘겨준 곳이 하필 일신홀딩스였기 때문이다. 2011년 일신홀딩스(당시 아이에스건설)는 이미 권씨 남매가 최대 주주였다. 2012년 6월 말 기준 JKL 재무제표에 따르면 100억원 감자 당시 약 13억8000만원의 손실을 처리했으나, JKL 회계에는 연결이익잉여금 약 36억8000만원이 잔존하고 있을 만큼 충분히 가치가 있는 기업이었다. 또한 JKL은 2009년부터 PEF를 운용하며 하림그룹 계열사 팜스코 투자에서 수익을 거두는 등 다양한 투자 성과를 올리고 있었고, 2015년 하림과 팬오션 인수 참여, 2019년 롯데손보 인수 등으로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미래 고배당이 예상되며 평판 좋은 사모펀드 운용사의 22% 지분을 선뜻 넘긴다는 것은 투자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이해가 쉽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아이에스동서가 상장회사이고, 최대 주주와 장남이 사내이사로 있는 상황에서 권씨 남매 소유인 일신홀딩스에 고수익 자산을 헐값에 넘긴 것은 이해 상충과 더불어 주주에 관한 업무상 배임 의혹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업무상 배임의 공소시효는 최대 10년이므로 법적 책임은 공교롭게 피한 것으로 보인다.

자료 5.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자료 5.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주식회사의 자본거래는 사소한 것이라도 기록이 남는다. 그럼에도 무리해서 JKL을 권씨 남매에게 넘긴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해 말 아이에스지주의 지분 변동에서 작은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종전 권혁운 회장(56.33%)과 장남 권민석(30.57%), 장녀 권지혜(13.10%)가 100% 보유하던 아이에스지주 지분 구조에 일신홀딩스가 끼어들었다. 이로써 권씨 남매의 총지분율이 50.1%로 과반을 넘기며, 아슬아슬한 지배구조 변화가 있었다. 공시 내용에 따르면 일신홀딩스의 취득단가는 18만8000원이며, 이를 근거로 추정한 지분 11.3%의 취득 금액은 약 715억원이다. 일신홀딩스가 JKL 매각에서 얻는 100억원 차익을 일신홀딩스의 아이에스지즈 지분 매수(2023년 10월과 같은 가격으로 제삼자 배정)에 사용한다면, 지분율 1.4% 증가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추정한다. 결과적으로 권씨 남매 총지분율은 51.5%로 확실한 과반을 확보할 수 있다.

아이에스동서는 지난해 10월 1차 지분 구조 조정 이후 올해 1월 2일 장남 권민석씨가 대표이사로 등장하며 3년 만에 총수 경영체제로 복귀했다. 그리고 보름 후 일신홀딩스가 JKL 매각으로 현금확보에 나섰다. 전반적으로 볼 때 아이에스지주 그룹에 치밀한 후계 전략이 진행되고 있다는 합리적 의심은 무리가 아닐 것이다. 모쪼록 무리수를 두다가 사회적으로나 총수 일가에도 부작용이 없기를 바란다. 비싼 돈을 들여 전문가 머리와 손을 빌려 작업을 정교화하겠지만, 사람들이 인지하는 것은 시간이 걸릴 뿐이지 완전히 덮을 수 없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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