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림 KB금융 회장 후보, ‘낙마’보다 더 큰 악재는? [마포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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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림 KB금융 회장 후보, ‘낙마’보다 더 큰 악재는? [마포나루]
  • 이경호 기자
  • 승인 2023.06.01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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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라임펀드 사태 제재 심의 재개… 문책경고 이상땐 '도전' 실패
불법 자전거래 의혹 등 금감원 검사… 박정림 사장 책임론 면치 못해
포트코리아 펀드 480억 환매 중단 사태에 투자자 "불완전 판매" 주장
/사진=KB증권
/사진=KB증권

금융위원회가 라임펀드 사태 관련 제재 수위를 놓고 막판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박정림 KB증권 사장이 윤종규 KB금융 회장을 이을 차기 회장 후보군에서 제외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옵니다. 여기에 최근 ‘만기 불일치 자산운용’과 ‘불법 자전거래’ 혐의까지 받는 상황이어서 박 사장이 낙마할 거란 관측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입니다. 증권업계 첫 여성 CEO로 유명세를 탄 박 사장이 KB금융 차기 회장 유력 후보군에까지 이름을 올린 상황에서 잇단 악재로 발목이 잡힐 수도 있게 된 것입니다.

금융위는 지난달 임시 소위원회를 열고 박정림 사장을 불러 진술을 들은 바 있습니다. 당시 박 사장은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피해자 배상도 열심히 했다”며 선처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때 박 사장에 대한 징계가 경감될 수 있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지만, 최근 금융당국이 시장 교란행위에 대해 엄정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박정림 KB증권 사장. /사진=KB증권
박정림 KB증권 사장. /사진=KB증권

박 사장은 2020년 11월 라임펀드 사태와 관련해 금감원으로부터 이미 문책경고 제재 결정이 났지만, 금융위가 지난해 3월 심의를 일시 중단한 상태였습니다. 금융위가 라임펀드 판매 증권사 CEO에 대한 징계를 유보하면서 박 사장은 2021년 말 연임에 성공할 수 있었는데, 금융위가 제재 심의를 다시 하겠다고 나선 겁니다. 증권가에선 KB증권이 라임펀드와 관련해 항소심 절차를 진행중인 상황에서 제재 절차가 재개된 점에 대해 이미 내부에서 징계 수위가 정해진 것 아니겠냐는 해석이 분분합니다.

만약 금융위가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결정할 경우 박 사장의 KB금융 회장 도전은 물 건너갈 뿐 아니라 3~5년간 금융권 취업도 하지 못하게 됩니다.

박 사장이 마주한 악재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금융당국은 최근 KB증권과 하나증권 등 주요 증권사의 불법 자전거래 의혹을 검사해 위법 사항이 나오면 엄정 조치하기로 했습니다. KB증권은 MMW(머니마켓랩) 등 랩어카운트 단기 투자상품을 팔았는데, 장기 채권에 투자하는 ‘만기 불일치 자산운용’ 거래를 하면서 수백억원에 이르는 손실을 냈습니다.

이 과정에서 평가손실을 감추기 위해 하나증권과 불법 자전거래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KB증권이 하나증권에 있는 KB증권 신탁 계정으로 KB증권 법인고객 계좌에 있던 장기채를 평가손실 이전 장부가로 사들여 수익률을 높였다는 것입니다. 지난해 시중금리 인상으로 장기채 가격이 급락하자 평가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술수를 부렸다는 게 시장의 추측입니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KB증권은 만기 불일치 운용에 불법 소지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상품 가입 시 운용 전략을 설명했고 고객 설명서에 계약 기간보다 잔존만기가 긴 자산이 편입돼 운용될 수 있다는 내용을 고지했다고 해명합니다. 어찌됐든 불법 여부는 금감원 검사에서 밝혀질 일이지만 이번 논란과 관련해서도 박 사장이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습니다.

지난 3월에는 KB증권·신한투자증권과 함께 판매한 포트코리아 그린에너지 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불거졌습니다. 이 상품은 지난해 6월 만기였으나 이보다 앞선 3월부터 이자가 지급되지 않다가 환매가 중단됐습니다. 환매 중단 규모는 480억원에 달했습니다.

당초 펀드 자금은 영국 신재생에너지 발전소 건설 프로젝트에 사용될 예정이었으나 건설을 맡은 업체의 경영 악화로 계획에 차질이 생기면서 펀드 만기에 투자원금과 이자가 지급되지 않았습니다. 펀드 투자자들은 상품 판매 시 원금 보장이 가능하다고 안내했다며 불완전 판매를 주장하며 법적 싸움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차기 KB금융 회장 후보군에 포함된 박 사장이 마주한 잇단 대형 악재들을 피해갈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금융당국이 그 어느때보다 자본시장 교란 행위에 대해 강경 대응 입장을 밝히고 있어 박 사장이 이번에 불거진 의혹들의 책임에서 쉽게 벗어나긴 어려워 보입니다.

한편 KB금융 차기 회장 내부 후보군으로는 허인·이동철·양종희 KB금융지주 부회장 3인과 박정림 KB증권 사장 등이 거론되는 상황입니다. 박 사장은 KB금융 총괄부문장도 겸하고 있습니다.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선별과정을 거쳐 예비 후보군을 정하고, 8~9월쯤 인터뷰 등 평가를 가진 뒤 최종후보자 1인을 내정자로 올려 11월 중순쯤 임시주총에서 차기 회장을 선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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