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점포, 맘대로 없애지 마!”… 관치일까, 아닐까 [사자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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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점포, 맘대로 없애지 마!”… 관치일까, 아닐까 [사자경제]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3.04.14 15: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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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포 폐쇄하려면 이용객 의견수렴, 대체 점포 없어도 문 못 닫아… ‘점포 현황’도 공시해야

[사자경제] 각주구검(刻舟求劍). 강물에 빠뜨린 칼을 뱃전에 새겨 찾는다는 어리석고 융통성이 없음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경제는 타이밍입니다. 각주구검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게 경제 이슈마다 네 글자로 짚어봅니다.

금융당국이 은행들의 점포 무단 폐쇄에 제동을 걸자, 또 관치 논란이 뜨겁다. /이미지 사진=이미지투데이
금융당국이 은행들의 점포 무단 폐쇄에 제동을 걸자, 또 관치 논란이 뜨겁다. /이미지 사진=이미지투데이

“내가 초등학교 때 이사 왔을 때부터 상업은행이란 이름을 달고 한빛은행 우리은행까지 30년 이상을 한자리에서 유지한 은행이 없어지고 atm 몇 개도 아닌 달랑 한 개. 그것도 상가도 아닌 그 상가 주차장 자리에 만들고 사라져 버렸다. 그래서 요즘 인터넷 은행들이 많이 생겨 경쟁하느라 어렵나 하고 찾아보니 해당 은행은 작년 영업이익 4조4000억(원) 찍었고 최근 3년 연간 실적 영(업이)익 모두 증가하며 최고를 찍어 가는데 효율과 비용 문제로 점포를 줄인다네.”

앞으로 은행이 점포를 폐쇄하려면 이용고객의 의견수렴을 거쳐야 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한 누리꾼의 반응입니다. 여기에 더해 은행이 불가피하게 점포 폐쇄를 결정했다면, 대체 점포를 먼저 마련해야 합니다. 14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은행권의 사회공헌 활성화 및 점포 폐쇄 내실화 방안>이 다음 달 1일부터 시행됩니다.

앞으로 은행이 점포를 폐쇄하려면 이용고객의 의견수렴을 거쳐야 한다. /자료=금융위원회
앞으로 은행이 점포를 폐쇄하려면 이용고객의 의견수렴을 거쳐야 한다. /자료=금융위원회

해당 방안에 따르면, 점포 폐쇄 결정에 앞서 이뤄지는 사전영향평가를 강화했습니다. 폐쇄 결정 전 이용고객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마련하고, 그 결과를 반영해 대체 수단을 조정하거나 폐쇄 여부를 재검토해야 합니다. 아울러 점포 폐쇄 후 금융소비자가 큰 불편 없이 서비스를 계속해서 받을 수 있도록 적절한 대체 수단을 마련해야 합니다.

그동안 은행 점포를 폐쇄하면 주로 무인 자동화기기(ATM)를 제공해왔으나, 창구업무를 대체하기에는 역부족이란 지적이 많았습니다. 따라서 방문 고객이나 고령층 비율을 고려해 소비자 불편이 크다고 판단될 경우, 소규모점포나 공동점포를 마련해야 합니다. 그밖에 우체국·지역조합 등과 창구제휴를 맺거나, 이동점포·고기능 무인 자동화기기(STM)를 제공해야 합니다.

STM은 영상통화, 신분증 스캔 등 본인인증을 거쳐 예·적금 신규 가입, 카드발급, 인터넷·모바일뱅킹 가입 등 창구업무의 80% 이상을 수행할 수 있는 기기입니다. 다만 STM 설치도 소비자의 불편이 작은 경우 등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적용해야 합니다. 이와 함께 점포를 폐쇄할 때 해당 사유 등 이용객에게 안내하는 정보의 범위도 확대합니다.

또 은행들은 분기마다 전체 점포 수와 신설·폐쇄 현황을 공시해야 하며, 은행연합회는 누리집에 은행별 점포 신설·폐쇄 현황의 비교공시를 제공해야 합니다. 이밖에 폐쇄점포 이용고객을 대상으로 우대금리 제공, 수수료 면제 등 불편과 피해를 보상할 수 있는 직접적인 지원방안도 제공하도록 했습니다.

13일치 ‘“우리 동네 은행 함부로 못 없앤다”... 금융위, 은행 점포 내실화 방안 확정’ 기사에 달린 댓글들. /출처=네이버 포털뉴스 갈무리
13일치 ‘“우리 동네 은행 함부로 못 없앤다”... 금융위, 은행 점포 내실화 방안 확정’ 기사에 달린 댓글들. /출처=네이버 포털뉴스 갈무리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은행들이 더 많은 이익을 챙기려 점포를 없앤다면 안 될 말이라며 ‘공공성’을 환기하고 있습니다. 반면 자유시장경제에 지나친 간섭이라며 관치금융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습니다.

“은행 점포 더 이상 줄이면 곤란합니다” “점포 수 줄이지 말아라. 어르신들 힘들어 한다. 얼마나 수익을 극대화하려고 무인으로 돌리냐” “단물 쪽쪽 빨 때는 너도나도 지점 내고 돈 모으기에 여념 없더니 에이티엠 생기고 젊은이들은 주로 카드 사용하니 창구가 거의 필요치 않으니 철수?!!! 경제개발의 주춧돌이자 여태껏 한두 푼 모아서 예적금 넣어 배불렸더니만” “예대마진 줄이고 은행 점포 없애서 인건비 기타경비 줄인다면 OK이지만 그게 아니라 은행 다니는 행원들 돈놀이한다고 하는 짓거리라면 멈춰라”.

“시골에 슈퍼마켓도 마음대로 문 못 닫게 해라. 노인분들 불편하시다!! 명절에 아직도 떡 해 먹는 사람들이 남아있는데 방앗간도 문 못 닫게 하고” “그럼 정부가 수익성 떨어지는 지점 폐쇄하려고 할 때 임대료 지원해주면 되겠네. 수익성 떨어지게 해놓고 사회공헌 비용 늘리라면 해주겠나?” “관치금융 이제 역겹다. 은행이 국가 소유냐? 산업은행이나 하든가” “그냥 다 공기업으로 바꾸세요. 대한민국 금융산업이 발전 못 하는 이유를 모르나” “작은정부 추진한다고 공무원 줄인다면서 그 누구보다 민간에 개입 중인 정부”.

현금 자동지급기(ATM) 1979년 12월 신문광고. 2021년 4월부터 1년 동안 4대 시중은행에서만 1127대의 ATM이 사라졌다. 하루 3대 꼴이다. /출처=과학기술정보통신부 SNS
현금 자동지급기(ATM) 1979년 12월 신문광고. 2021년 4월부터 1년 동안 4대 시중은행에서만 1127대의 ATM이 사라졌다. 하루 3대 꼴이다. /출처=과학기술정보통신부 SNS

한편 1979년 12월 첫선을 보인 ATM도 내리막길입니다. 가장 최근 통계인 지난해 1분기 말 기준, 4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이 보유한 ATM은 1만8102대였습니다. 1년 새 1127대 줄어든 것으로, 자고 나면 3대씩 사라진 셈입니다. ATM이 떠난 자리에는 STM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창구업무의 8할을 해낸다지만, 여기에도 사람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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