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A 벼랑에 선 현대차·기아의 ‘아동 착취’ 폭로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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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A 벼랑에 선 현대차·기아의 ‘아동 착취’ 폭로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2.12.19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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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미국이 지난 8월 전격적으로 통과시킨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시행되는 2023년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불이익을 받는 국가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 법의 골자는 내년부터 북미 현지에서 생산한 전기자동차에만 7500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 독일 숄츠 총리도 IRA 반대 의견을 공개적으로 드러냈고, 폰데어라이덴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유럽식 IRA를 도입하겠다며 미국에 선전포고에 가까운 발표를 해, 미-중에 이어 또 하나의 국제적 경제 안보 전쟁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올해 하반기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을 뒤집기 위해 총력전에 나서는 모습이다. 현대차·기아는 자사 전기차 판매에 유리하도록 미국 행정부에 IRA 우회 적용을 건의했다. IRA에서 문제의 소비자용 전기차 구매에 적용하는 제한 규정(30D)은 상업용 전기차에는 적용 배제하는데(45W), 이 상업용 차량 규정을 렌터카, 리스차, 우버(Uber) 등 공유 차량까지 폭넓게 적용을 하도록 하고, 상업용 서비스에 사용한 전기차를 소비자가 구매할 때 4000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건의한 것으로 알려진다. 미국 정부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현대차는 지난 10월 26일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 기공식을 앞당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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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현대차·기아의 건의안은 IRA 법 제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 조 맨친 상원의원이 지난주 재무부에 반대의 뜻을 담은 서한을 직접 보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현대차·기아 전기 자동차 보조금 적용은 난항이 예상된다. 조 맨친은 현대차 요구와 같은 전기차 보조금 우회 적용과 규정 신설은 IRA 본래 법 취지를 훼손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맨친은 상원 에너지·천연자원 위원회 의장으로 민주당이지만 IRA 전신인 BBB 법안을 끝까지 반대했고, BBB 법안을 축소한 IRA에 합의해 간신히 통과시킨 인물이다. 미국 상원에서 야당 속 야당이라는 독특한 입지로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는 인물의 공개적인 반대여서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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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로이터가 현대차·기아가 부품 공급망에서 미성년자 노동 착취를 자행했다는 고발 기사를 7월부터 연속 폭로하고 있다. 이 기사의 저의는 현대차·기아가 산하 부품 공급회사의 아동 착취를 방관하는 탐욕스러운 기업임을 고발하는 것으로 보인다. 왜 로이터가 현대차·기아의 아동 착취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걸까? 관련 로이터 기사를 추적해본 결과, 로이터의 고발 목표는 처음에는 현대차·기아가 아니었다. 로이터는 지난 2월 과테말라계 불법 이민자 아동들이 미국 닭 공장에서 위험한 일에 종사하고 있다는 특별보고 기사를 발표했다. 이 특별 취재를 담당하는 팀은 미국의 ‘불법 미성년자 이민(Undocumented and Underage)’에 관심을 가지고 시리즈 기사를 시작했다. 기사 흐름을 보건대 이 취재팀은 부모 보호도 없이 멕시코만 맞은편 앨라배마주의 닭 공장에 취업하고 있는 과테말라계 미성년 아동이 있다는 사실을 따라갔다. 현지 인터뷰 과정에서 현대차·기아 부품 공급회사에도 이 아동들이 일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로이터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미국의 노동 시장에서 가장 성공한 자동차 제조사가 미성년 아동을 고용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7월에 이어 이번 달 16일(미국 시간) 추가 확인한 사실을 기초로 특별 보고 기사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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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4 용지 14쪽에 이르는 로이터 특별 보고 기사에는 100명 이상의 전·현직 노동자와 관리자, 인력 알선업자, 주와 연방 공무원 등 방대한 취재를 바탕으로 한 사실과 분석 내용이 담겨있다. 보고에 따르면 현대차·기아 공급망인 아진, SL, 화신, SMART에서 광범위한 미성년자 아동 노동이 있었다고 한다. 특히 SMART는 현대자동차의 자회사로 로이터가 7월 기사에서 다뤘다. 이들 부품회사 중 SL과 인력 공급회사 JK는 앨라배마주 노동부가 혐의 사실을 확인하며 각각 1만7800달러의 벌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특히 로이터는 아동 노동 착취 원인으로 두 가지를 지적한다. 첫째는 현대차·기아가 고수하는 저스트인타임(just-in-time) 부품 공급 방식이다. 저스트인타임은 입하 부품, 재료를 재고로 남기지 않아 재고 비용을 최소화하는 공정관리 방식이다. 공장 생산 라인을 멈추지 않기 위해 현대차·기아는 부품공급회사에 공급 지연 벌금을 (때로 분당 수천달러까지) 물리는 것으로 로이터는 취재했다. 특히 코로나19로 부품과 인력 부족 현상이 빚어지자 이러한 부품회사 관리를 강화했고, 결국 부품회사가 아동 노동을 시도하는 원인이 되었을 거라는 분석이다. 사실 필자가 느끼기에 더 충격적인 것은 두 번째 원인인데, 현대 자동차 공장이 있는 앨라배마주와 기아 공장이 있는 조지아주가 법으로 노동자가 노동조합 가입을 거부할 수 있는, ‘일할 권리’를 적용하는 사법 지역이어서 조직적 노동운동을 피할 수 있는 곳을 현대차·기아가 선택했다는 추측이다. 한국에서 노동 저항을 경험한 현대차·기아는 미국에서 가능하면 노동 문제를 회피하고 싶었을 것이다.

로이터의 불법 미성년자 이민팀이 외치고 싶은 것은 제도적 허점을 파고드는 현대차·기아의 무자비한 경영방식이 구조적으로 초래하는 아동 착취라는 인권 유린의 원인이라는 점으로 보인다. 현대차·기아와 공급망 회사들은 일관되게 아동 노동은 없었고, 일부 사업장에서 확인된 아동 노동을 자신들은 몰랐으며 인력 공급업체의 문제라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사회문제가 발생하면 기업들이 보이던 국내에서 익숙한 장면이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신장위구르와 홍콩의 인권 문제로 중국 정부에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특히 바이든 정부는 인권을 강조한다. 미국 국민을 지킨다는 경제 안보 차원에서 시행하는 IRA를 미국 정부는 현대차·기아에게 전향적으로 적용하거나 개정하기 껄끄러운 상황인데, 아동 착취에 대한 현대차·기아의 대응은 인권 문제로 인한 거부의 빌미를 줄 수 있어 위태로워 보인다. 아동 착취는 서방세계에서 아주 민감한 인권 이슈이다. 자칫 현대차·기아에 불리한 방향으로 확산할 수 있으므로 현대차·기아 경영진은 슬기롭게 대처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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