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이자장사” 비난이 억울한 ‘비정규직’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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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이자장사” 비난이 억울한 ‘비정규직’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3.01.18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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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한국은행이 새해 시작부터 기준금리를 올렸다. 2021년 8월부터 0.5%였던 기준금리를 올해 1월 3.5%까지 3%포인트나 급격한 속도로 올렸다. 한은이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는 배경에는 과도한 물가 상승을 억제하려는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를 비롯한 글로벌 중앙은행의 동조적 금리 인상이 있다.

자료1(한국은행)
자료1(한국은행)

한국 경제의 지난해 3분기 기준 가계 신용은 1870조원을 넘는다.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가계대출 규모가 과다한 한국 경제는 가계부채 관리에서 가계의 이자 부담으로 자연스레 관심이 넘어갔다. 자료에서 보는 것처럼 가계 신용 증가율은 특히 코로나19의 집중 확산 기간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코로나 위기 해소를 위한(금융당국은 청년 투기가 원인이라고 하지만) 가계대출 증가가 가계부채 상황을 악화한 가운데, 금리 인상은 가계가 부담할 이자 금액 증가를 통해 가계 가처분 소득을 감소시키고, 고스란히 국민 경제 부담으로 나타나고 있어 원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경제적으로 불평등한 처지에 놓인 대부분 국민은 고물가, 부동산 가격 폭락, 고금리라는 3중고를 겪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 악화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부와 여당은 긴장할 수밖에 없다.

자료2(한국은행)
자료2(한국은행)

은행업이란 예금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이를 대출로 운용해 각각 예금이자와 대출이자의 차이인 순이자 마진을 수익원으로 하는 금융 비즈니스다. 절박한 상황에서 늘어난 가계부채 총량과 뒤따른 금리 인상은 누구나 쉽게 예상하는 것처럼 은행의 수익 증가에 이바지했다. 지난달 한은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순이자 마진율이 금리 인상기부터 급격하게 상승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은행 산업은 국민이 어려운 가운데도 이자 장사에 대한 유혹을 버리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자 장사에 대한 비난 보도가 쏟아지자 금융당국과 정치권이 재빠른 대응에 나섰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0일 임원 회의에서 ‘은행 성과보수 체계가 단기 성과에 치우쳐 있음’을 지적한 데 이어, 16일에도 “은행은 전 국민을 상대하는 서비스로 발생한 이익을 직원 성과급, 주주 환원, 금융소비자 간에 공정하게 배분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지난 12일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 비상대책회의에서도 한 비대위원은 “국민은 대출이자에 비명을 지르고 있는데 은행권은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다”라며 금융당국의 행동을 촉구하기도 했다.

자료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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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지난 주말에는 2021년 은행 직원 평균 연봉이 1억원을 넘었다는 기사가 은행의 대출금리 인상에 대한 비난을 더욱 고조시켰다. 금융 전공 교수 출신인 국민의힘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근거한 기사인데, 5대 시중은행 평균 연봉은 1억원이 넘었고 상위 10% 은행원 평균 연봉은 1억7800만~1억9800만원이었다. 언론이 전하는 뉘앙스는 국민이 고통받는 순간에 이자 장사로 은행 직원이 고액 연봉을 받았다는 것이다. 특히 상위 10%와 평균 연봉 차이는 1.8배 이상으로 각 은행이 유사한 수준이었다. 이마저도 본격적인 금리 인상은 지난해 이뤄졌기 때문에 은행원의 연봉은 더욱 올라갈 전망이다.

자료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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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 자료를 세밀하게 분석해보면 은행 산업 내부의 불평등이 보인다는 것이다. 각 은행의 근로 조건 구조와 역사적 배경이 다르겠지만 시중은행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평균 연봉 차이는 크다. 비정규직 대우가 가장 좋은 곳은 우리은행으로 연봉 평균이 6600만원이었고, 신한은행도 6300만원으로 비교적 좋은 대우를 해주고 있다. 반면 평균 연봉이 가장 적은 곳은 농협은행으로 약 3000만원이었고, 상위 10% 은행원 급여가 가장 높은 국민은행도 평균 3800만원 수준이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의 비정규직 연봉은 농협은행의 2배를 넘는다. 같은 비정규직에도 은행 간 불평등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 자료를 보는 농협은행 비정규 직원의 충격이 전해지는 듯하다.

은행 내부로 시선을 돌려 각 은행 연봉 상위 10%와 은행 평균 연봉을 비교하면 5개 시중은행이 유사한 약 1.8배 수준이었다. 특히 비정규직과 상위 10% 연봉을 비교했을 때는 의미하는 내용이 심각하다. 비정규직 연봉이 가장 낮은 수준인 농협은행은 이 비교 수치가 6배 수준이어서 충격을 던져준다. 상위 10% 은행원 연봉이 가장 높은 국민은행도 5.2배 수준이다. 반면 비정규직 연봉이 높은 우리은행은 상위 10%와의 비교치가 2.8배로 가장 낮았다. 우리은행은 회사 내 소득 불평등이 시중은행 중 가장 덜한 곳으로 평가될 것이다. 각 은행이 직원, 더 나아가 사람을 보는 시각의 차이가 느껴진다. 그렇다면 그들이 고객을 보는 온도 역시 다르지 않을까?

자료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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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자료 기준 시점인 2021년 말 각 은행의 비정규직 비중은 농협은행이 약 16%를 차지했다. 우리은행은 비정규직 비율이 가장 낮은 5% 수준이었다. 생산요소 가격이 싼 곳에서 고용이 느는 것은 경제학적 논리다. 이상의 불평등 수치를 확인한 각 은행의 비정규직 직원이 고급 간부를 어떻게 쳐다볼지 궁금하다. 은행별로 특별한 사정이 있겠지만 어떻든지 은행 내에는 엄연히 커다란 소득 불평등이 존재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어쩌면 은행 경영권에 근접한 직원들은 우등한 은행원과 열등한 은행원 간의 격차를 조직 발전 동기를 위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할지 모른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기본적인 임금 인상을 제외하더라도 지난해 은행 평균 급여는 전년보다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최대 실적이 예상되는 가운데 단체 협상을 마친 은행부터 성과급을 속속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성과급 지급률을 400%(2021년 350%), 신한은행은 361%(2021년 300%)로 올리기로 했으며, 국민은행은 성과급을 20% 낮추는 대신 특별격려금 34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다만 필자 경험에 비춰보면 비정규직은 성과급 배분 대상에서 제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과적으로 은행의 이자 장사로 배를 불리는 주범은 경영진과 정규직이다. 평소에도 불평등 대우를 받는 은행 비정규직이 이자 장사로 국민에게 고통을 줬다고 욕먹는 것은 상당히 억울할 것이다. 이런 불평등한 상황에서 우리은행의 비정규직 대우는 눈길을 끌 만하다. 새해에는 우리은행 사례가 본보기가 되어 다른 은행에서도 비정규직 처우가 개선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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