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다표’ 일본 통화정책 딜레마의 영향과 대책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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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다표’ 일본 통화정책 딜레마의 영향과 대책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3.01.23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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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지난 18일 한국은행의 통화정책회의격인 일본 중앙은행(BOJ) 금리정책 결정 회의가 있었다. 세계 금융시장에서 엔화와 일본 경제의 영향력으로 이날 회의는 외신이 주목하기에 충분했다. BOJ는 일본 경제의 장기 저성장, 저물가로 미국 중앙은행(연방준비제도·Fed)을 비롯한 글로벌 중앙은행의 동조적 움직임을 따르지 않고 독자적인 통화 완화를 지속해왔다. 현재 세계 통화시장은 매파적 서방세계와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일본, 중국 때문에 민감한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해 12월 BOJ의 통화 완화 정책 태도에 변화를 가늠하는 조치가 있었고,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인정받는 엔화 표시 자산에 어떠한 변화가 있을지 세계 금융시장은 올해 1월 BOJ 조치를 주목했다.

자료1(일본 국채 10년 금리, 출처=INVESTING.COM)
자료1(일본 국채 10년 금리, 출처=INVESTING.COM)

자료2는 10년 만기 일본 국채 금리를 보여준다.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성장 전망, 물가 등 장기 경제 전망을 반영하는 대표적 금리로 각국 중앙은행이 중요한 경제 판단 지표로 활용한다. 일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무제한 국채 매입 등 극단적인 통화 완화 정책으로 2022년 이전에는 국채가 마이너스 금리 수준을 유지했다. 현재도 정책금리는 마이너스 수준이다. 통상 통화 공급이 증가해 통화 가치가 하락하고, 확장적 재정 정책으로 국채 공급이 증가하면 국채의 가격은 하락해야 한다. 채권의 가격과 금리는 수학적으로 역(逆)관계를 가지므로 국채 가격이 하락하면 국채 금리가 상승해야 하지만, 국채 금리가 마이너스를 보이는 것은 BOJ의 독특한 국채 수익률 곡선 통제정책(Yield Curve Control, YCC)을 시행하기 때문이다. YCC는 한마디로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 국채를 매입해 억지로 금리를 낮추겠다는 것이다. 미국이 상습적으로 위기 때마다 돈을 찍어 경기를 부양하니 경제 원리에 벗어난 정책이지만 욕먹을 리 없으니 일본도 이름만 그럴싸하게 포장한 정책이라는 생각이다.

자료2(일본 국채 Yield Curve, 출처 =INVESTING.COM)
자료2(일본 국채 Yield Curve, 출처 =INVESTING.COM)

한편 수익률 곡선이란 기간별 금리가 그리는 데카르트 평면의 곡선이다. 이론적으로는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높아야 하니 이 곡선은 우상향하는 기울기를 갖는다. 일본 국채는 만기가 1월부터 40년까지로 촘촘한 간격으로 발생한다. YCC는 일본의 정책금리가 마이너스 수준이므로 장기 불황 상태인 경기를 자극하기 위한 통화정책이 마땅치 않은 BOJ가 도입한 고육지책이다. 국채 금리는 무위험 수익률로 위험 보상율, 신용위험 등을 반영한 가산금리(스프레드)를 추가하여 지방채, 회사채 등 시장 금리를 형성한다. BOJ는 국채를 지정한 금리에서 무제한 매입하여 국채 금리의 수익률 곡선을 정책 수준에 적합하도록 낮은 수준으로 통제하고 시장 금리에도 영향을 미치겠다는 것이다.

자료3
자료3

BOJ의 YCC는 미국 중앙은행의 위기 대응을 위한 통화정책인 ‘초저금리+양적완화’ 조합과 같이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이다. 미국, EU 등과 일본이 함께 극단적인 통화 완화 정책을 시행할 때는 문제가 표면화하지 않았으나, 달러의 물가와 금리가 지난해 급격하게 상승하자 상황이 달라졌다. 엔화는 급격하게 가치가 떨어졌고 달러 표시 금융자산과 금리 격차가 커지자 일본 금융시장의 불안 심리가 높아졌다. 자료4에서 보는 것처럼 YCC를 통해 BOJ가 10년 만기 국채 금리를 0.25%에 묶어두고 있지만, 미-일 금리차 확대로 YCC 정책 유지 가능성에 대한 부정적 시각으로 10년 만기 이자율 스와프금리는 2022년 10월 0.64%까지 치솟았고, 엔화는 달러당 150엔까지 가치가 떨어졌다. 여기에 YCC로 인한 BOJ의 국채 보유량도 급격히 늘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는 글로벌 투자은행의 평가다. YCC 정책으로 일본 국채의 44%, 10년 만기 국채는 70%를 BOJ이 보유하고 있다. 또는 글로벌 기관투자가는 일본 국채 시장의 거래상대방이 사라지고 일본 국채 시장 유동성도 약화하고 있어 YCC 정책이 지속되기는 어렵다고 평가하며 국제시장 금리에 해당하는 이자율스와프(IRS) 금리가 상승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12월 BOJ가 10년 만기 국채 금리의 YCC 금리 상한을 0.5%로 올리자, 자료1 청색 화살표가 지적하는 것처럼 국채 금리가 크게 요동쳤다.

글로벌 투자은행 또는 헤지펀드로 대표되는 글로벌 투자가는 금리, 환율 등 금융시장 가격이 정상적인 상태를 벗어난 시장 상황이 발생하거나 이를 촉발하는 금융정책을 시행할 때, 가격은 결국 균형으로 복귀한다는 기대에 베팅하고 그 차익을 노린다. 시장 불균형으로 과대한 가격 고평가 상태일 때 기관투자가는 공매도한다. 특히 부정적 경제 여건이 반영되지 않고 통화 가치가 왜곡될 때 이의 정상화 방향으로 헤지펀드는 집중적으로 공격하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1990년대 영국 중앙은행을 굴복시킨 조지 소로스의 파운드와 공매도 사건이고 동아시아 금융 위기 발단이 된 태국 밧화 폭락 사태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글로벌 투자은행을 비롯한 기관투자가의 BOJ 통화정책에 대한 적정성 평가가 중요한데, 최근 금리 상황이 YCC를 BOJ가 유지하기 쉽지 않다고 분석한다. 즉, YCC에 의한 국채 금리 통제 상단을 상향해 국채 금리 상승을 허용하거나 결국 YCC 정책을 포기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배경에 1월 BOJ의 통화정책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초미 관심사였다.

자료4(출처=Bank of Japan)
자료4(출처=Bank of Japan)

그러나 시장의 기대와는 달리 BOJ는 12월 정책금리와 YCC 통제 금리 수준을 동결했다. YCC 정책 유지를 위한 대규모 국채 매입, ETF와 J-REIT 매입 한도도 유지했다. 한편 BOJ는 2% 물가 안정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현 통화 완화 정책을 계속한다고 선제적 정책방침을 발표했다. ‘2% 물가 안정’이 미국 Fed와 같은 목표인 것 같지만 양국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미국은 고물가에서 2% 수준 아래로 유지를 희망하는 것이며 일본은 장기적인 저물가 상태를 벗어나 2% 수준 위로 물가를 올리기를 원한다. 물가 상승률은 장기적 관점에서 경제성장률을 의미한다. 즉 미국은 경기 과열을 걱정하는 것이고 일본은 장기 불황 탈출을 희망한다는 정책 배경의 차이가 있다. 그러니 정책도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자료5(출처=Bank of Japan)
자료5(출처=Bank of Japan)

이러한 관점에서 BOJ의 1월 통화정책 근거는 일본 경제 상황 전망에 담겨있다. 일본 정부 회계연도는 4월 1일부터 다음 해 3월 말이다. 자료6에서 보는 것처럼 BOJ 회계 기간별(2022년→2023년→2024년) 경제지표는 실질 GDP 성장률이 하락하며, 물가도 2% 아래로 하락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YCC 정책 포기로 일본 금리가 상승하면 일본 경제활동이 더욱 악화하고 또한 엔화 가치가 절상하면 일본 수출기업 경쟁력은 떨어진다. 일본 물가 상승률은 2022년 12월 4%로 1991년 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BOJ는 엔화 가치 하락에 의한 수입 물가 상승이 원인으로 일시적인 현상으로 주장한다. 한편 경제학자들은 2021년 미국 Fed가 물가 상승이 일시적이라고 주장했으나 결국 이를 철회하고 2022년 정책금리를 급격하게 올린 장면을 떠올리며 BOJ의 정책 실패를 우려하기도 한다.

현재의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는 아베 신조 전임 총리의 확장적 경제 정책인 아베노믹스를 뒷받침한 인물로 2013년 총재로 취임했다. 이러한 정치적 배경으로 구로다 총재는 단호하게 여러 가지 딜레마 상황에도 통화 완화를 유지하겠다며 금융시장과 정면 대치하는 모습이다. 다만 그는 3월 말로 임기가 끝난다. 후임 BOJ 총재의 경제관에 따라 YCC 정책의 운명이 결정되고 4월 이후 엔화 가치는 큰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국제 경제 전문가들의 의견이 외신에 흘러나오고 있다.

자료6(출처=국제금융센터)
자료6(출처=국제금융센터)

이러한 일본 금융환경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먼저 엔화 가치 변화는 수출 경쟁력 측면에서 한국경제에 영향을 미친다. 엔화 강세는 한국 수출기업에 긍정적이다. 그러나 문제는 국제 금융시장에 엔 캐리 트레이드로 알려진 엔화 자금의 영향이다. 일본 국채 금리 상승과 엔화 가치 상승은 일본 해외 투자의 방향을 일본 국내(또는 상대적으로 조건이 좋은 국가 자산)로 전환할 수 있어 국제 금융 시장의 큰 변화 또는 급격한 무질서가 동반할 때 혼란이 예상된다. 일본의 대외 금융 순자산은 3.3조달러가 넘고 미국 국채 보유금액도 1.2조달러에 육박한다. 막대한 자금이 국제 금융 시장에서 움직이면 통화 가치, 금리 등 금융시장 변화가 예상된다.

자료7
자료7

한편 하나증권의 경제 전망에 따르면 엔화는 2023년 달러 대비 강세를 보이다가 2024년에 소폭 약세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한다. 원화는 2023년은 1분기 약세를 보일 것이나 이후 2024년까지 달러 대비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자료에 표기하지 않은 달러와 엔 사이의 교차환율로 계산한 원/엔 환율은 2023년 1분기 큰 폭으로 상승했다가(원화 약세) 이후 하락하며 2024년에는 큰 폭 하락(원화 강세)을 보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 전망에 따르면 2023년 국제 금융시장은 달러→엔화로 자금 흐름이 발생할 확률이 높으며, 2023년 2분기 이후 엔화 자산 투자는 환차손이 발생할 확률이 높다. 일본 대비 수출 경쟁력은 2023년 전반적으로 2022년보다 우세하나 2024년으로 가면서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상의 내용에 따르면 2023년 1분기 엔화는 단기적으로 큰 변화가 예상된다. 또한 미국처럼 물가 예측에 대한 정책 실패 위험도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일본의 성장률과 엔화 환율은 투자 성과를 서로 상쇄할 전망이다. 순수 통화 투자 이외에 자산에 투자하는 총수익(total return)은 매력적이지 않다고 판단한다. 일본과 관련한 경제적 의사결정에 참고하길 바란다. 물론 개인적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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