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공공재” 팽개친 메리츠금융의 ‘빨대 본능’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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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공공재” 팽개친 메리츠금융의 ‘빨대 본능’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3.02.09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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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츠금융지주·메리츠증권 위법 행위로 나란히 과태료… “영업·성과 지상주의 문화 팽배”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최근 곤란에 빠진 롯데건설에 대한 메리츠금융그룹의 자금 지원 성격을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금융시스템 안정에 선제적으로 이바지했다는 평가가 있지만, 지나친 성과주의나 기업이익 문화로 인해 금융의 공공성을 생각지 않고 자금 사정이 어려운 기업에 빨대를 꽂은 ‘샤일록’다운 행위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기자들 사이에서 ‘메리츠답다’라는 표현으로 통하는 메리츠금융그룹만의 차별화를 가장한 경영 행태와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금융감독원 올해 업무 보고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금융은 공공재’라고 개념 정리를 한 것으로 알려지며, 메리츠금융의 영리 추구 행위가 앞으로도 지속 가능할지 주목된다. 대부분 금융은 권력에 추종적이지, 대항적이지 않은 것을 필자는 평생 목도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메리츠금융그룹의 과도한 영리 추구 행위에 관한 우려가 헛걱정이 아니었다는 일들이 드러났다. 금융위원회가 메리츠금융과 메리츠증권이 각각 법규를 위반했다며 제재를 심의했는데, 필자가 보기에 위법 내용이 가볍지 않아 보인다.

먼저 최희문 부회장이 이끄는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12월 7일 22차 금융위원회에서 자본시장법 제71조, 제98조 등의 위반으로 6억89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금융위 제재 결과를 확인해보니 메리츠증권은 2018년 랩어카운트(Wrap Account)라는 투자일임 계좌를 운용하면서 계좌 일임 수수료 외에 해당 계좌에서 투자한 회사채, 기업어음의 매도·매수 수익률 차액, 펀드 선취 수수료 등으로 수억원을 수취했다.

랩어카운트는 원활하고 안정적 종합자산관리를 목적으로 통상 분기별로 고율의 수수료를 수취하며, 그 이외에는 계좌에서 발생하는 거래 건별 수수료 수취를 금지하고 있다. 랩어카운트에서 거래 건별 수수료를 받는다면 회사의 수수료 수입 증대를 위해 투자 종목의 회전율을 높여 고객 포트폴리오는 시장위험도 커지고, 빈발하는 수수료 발생으로 고객 자산 수익률도 위태롭기 때문이다. 메리츠증권은 금융상품의 본래 취지와 법규를 무시하고, (판매직원 인센티브를 경유한) 회사 이익을 더 얻기 위해 이러한 영업행위를 감행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필자의 경험으로 보면, 금융회사 판매직원은 고객 이익과 회사 이익의 경계에 서 있다. 그러나 그들은 보수와 인사권을 영업 실적에 연동하는 회사의 영업 방침을 결코 거부할 수 없다. 대부분 판매직원은 회사의 영업 정책을 통해, 금융당국의 제재와 회사가 부여할 이익을 저울질하며 불공정 영업행위를 선택할 수밖에 없도록 내몰린다. 특히 성과주의 문화가 강한 곳일수록 이러한 법규 위반 불감증도 강했다.

메리츠증권은 2021년 11월 자산운용사로부터 부당이익을 받은 것이 들통나 과태료 6000만원을 부과받았고, 2022년 8월에도 자산운용사의 펀드 헤지 회피를 도와주고 재산적 이익을 받아 과태료 4억4300만원이라는 제재심의 결과를 받았다. 실수나 잘못에 의한 단순 업무 규정 위반이 아니라 금융시스템 내에서 대가를 수수하는 아주 죄질이 좋지 않은 법규 위반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미루어, 성과주의 문화 부작용이 금융회사 기업문화에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조정호 회장의 메리츠금융지주도 금융지주회사법 제54조, 제56조, 제72조 등 위반으로 2억64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제재 결과에 따르면 메리츠금융지주는 자회사 상호 간 채권매매, 신용공여 및 신용공여의 이자수익 내역에 대한 보고와 경영공시 의무를 어겼다. 그룹 내 계열사 간의 금융 거래는 금융회사의 재무안정성을 해치거나 부풀려 주주, 채권자 등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고, 금융의 속성에 비추어 부작용이 외부로 확산할 때 금융시스템 안정성도 약화할 수 있으므로 금융지주의 정직한 보고와 공시는 아주 중요한 책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메리츠금융지주는 자회사 간 금융 거래를 반복적으로 빠뜨리거나 허위로 제출했고 또한 경영공시도 위반했다고 금융위는 지적했다. 같은 날 언론은 메리츠증권의 제재 내용만 주로 다루었으나 메리츠금융지주의 보고, 공시의무 위반도 사안이 절대 가볍지 않다. 금융 현장 경험으로 볼 때 메리츠증권, 메리트금융지주의 제재 내용에서 자본시장 질서 유지는 개의치 않고 이익이 생기면 일단 저지르는(오히려 이를 도전으로 여기는), 영업과 성과 지상주의 문화가 팽배하고 있다는 개연성을 읽을 수 있다.

필자는 ‘영업’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이를 견제할 감사조직도 영업 우선 논리에 힘을 못 쓰는 경우를 보아왔다. 전반적으로 이러한 금융사는 소비자의 거래 상대방 위험을 키운다. 특히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져 경영이익이 박해지는 환경에서는 금융사가 초래하는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윤 대통령의 언급처럼 ‘공공성’을 경시하는 금융사는 경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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