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가 내다본 ‘2050년 한국 경제’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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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만삭스가 내다본 ‘2050년 한국 경제’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2.12.16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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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일러스트=조수연 편집위원

2022년도 얼마 안 남은 시점인데 세계 경제 시계는 안개가 가득하다. 2008년 리먼 브러더스 파산보호 신청으로 시작한 글로벌 금융위기는 2011년 유럽 재정위기로 이어지고 나서야 간신히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로부터 꼭 10년 만인 2020년, 감염병 대유행 위기가 닥치며 세계 경제는 역사상 유례가 없는 속도로 동시에 침체에 빠졌다가 회복 과정을 밟았다. 그러나 회복 과정에서 감염병 재확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 우여곡절이 겹치며 전 세계는 물가 급등, 달러 가치 절상, 급격한 통화 긴축 등을 겪으며 경기침체의 목전에 다가갔다. 종속변수와 결과가 상승작용으로 복잡하게 뒤얽힌 상황 속에 세계 경제에 대한 전문가 전망을 여간해서 신뢰하기는 쉽지 않다.

자료1(출처-골드만삭스)
자료1(출처-골드만삭스)

코앞에 닥친 내년도 내다보기 힘든 상황에 세계 최고 영향력을 가진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가 깜짝 놀랄 만한 보고서를 12월 들어서 내놓았다. 이 보고서는 자그마치 약 50년 후인 2075년까지의 세계 경제 전망을 제시하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이런 초장기 전망을 발표한다는 것은 골드만삭스가 자신의 분석력에 관한 자신감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지만, 다른 면에서는 세계 경제의 단기적 변동성이 증폭하고 있는 만큼 이를 회피하기 위해서 투자자들에게 초장기 전망에 근거한 자산관리를 강조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장기 투자자는 골드만삭스 보고서 내용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자료2(작성-조수연, 자료-골드만삭스)
자료2(작성-조수연, 자료-골드만삭스)

골드만삭스는 2075년까지 세계 경제 경로를 중점으로 분석하고 그렸지만, 보고서에는 충격적인 한국 경제의 미래도 담겨 있다. 자료2는 골드만삭스의 실질 GDP 추정 데이터를 기반으로 2030년, 2050년, 2075년 각 미래 시점별 실질 GDP와 순위를 필자가 재정리한 것이다. 골드만삭스 추정에 따르면 세계 실질 GDP는 2020년 기준으로 2030년 40.2%, 2050년 163%, 2075년 364% 증가한다. 그러나 2075년까지 한국은 불과 100% 증가에 그치는 것으로 추정한다. 한국은 실질 GDP에서 2020년 캐나다와 공동 10위였으나 2030년 13위, 2050년부터 20위권 밖으로 주변부로 멀찌감치 밀려나고 말 전망이다.

자료3(출처-골드만삭스)
자료3(출처-골드만삭스)

한국 경제의 실질 GDP 순위 추락 원인은 자료3에서 보는 것처럼 경제 성장률의 상대적 열세가 다른 국가들에 비하여 빨리, 급격하게 올 거라는 분석에 근거한다. 골드만삭스 성장률 추정은 Y = A·Lα·K(1-α) 형태의 콥더글러스 생산 함수를 기반으로 하는데, 성장(ΔY)은 노동(ΔL)과 자본(ΔK) 그리고 생산성 요소(ΔA)에 의해서 결정한다는 것으로 성장에 노동력 변화는 아주 중요하다.

한편 이미 한국 경제의 성장을 발목 잡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인구감소와 고령화라는 것은 너무도 잘 알려진 회색코뿔소 같은 존재다. 그러나 다행인지 불행인지 경제 규모가 감소해도 인구가 줄어든 효과로 1인당 실질 GDP는 2020년 3만3000달러에서 2050년 6만7700달러로 8위를 지킬 것으로 골드만삭스는 추정한다. 한편 1인당 실질 GDP는 한국이 일본을 2030년 추월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실질 GDP 규모는 일본이 2075년 12위 한국 24위로 양국 사이 큰 격차를 보일 전망이다.

자료4(출처-골드만삭스)
자료4(출처-골드만삭스)

한국이 주변국으로 크게 밀리는 2050년부터 세계에서 가장 큰 경제의 서열 역시 큰 변동이 온다. 중국이 미국을 앞서고 인도가 3위, 인도네시아가 4위로 등극한다. 이후 2075년의 세계 경제 지도는 더욱 낯설다. 중국이 1위, 인도가 2위, 인도네시아가 미국에 이어 4위를 지키며 그 뒤를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이집트, 브라질이 잇는다. 2022년 현재는 명함도 내밀기 어렵던 국가들이 세계 경제 규모 상위권을 차지하는 것이다.

이러한 급격한 세계 경제 지배구조 변화가 발생하는 이유와 배경 그리고 결과에 관하여 골드만삭스는 세계 경제의 4가지 테마를 제시하고 있다. 테마의 첫째는 약한 인구 성장이 세계 경제 성장률의 둔화를 가져오며, 둘째는 아시아 신흥 성장국의 선진국 성장률 추월이 지속한다는 것이다. 세 번째 세계 경제 테마는 향후 잠재성장률 하락으로 지난 10년 이상 지속한 미국의 예외주의(exceptionalism)는 지속하지 않을 거라는 점이다. 예외주의는 특정 국가, 지역, 민족이 경제적으로 일정 기간 차별적으로 우대받는 것으로 우월성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마지막 테마는 세계화 진행으로 국가 간 불평등은 약화했으나 국가 내 불평등은 더욱 커졌다는 것이다. 네 가지 테마와 함께 유의해야 할 장기적 핵심 위험으로 보호주의(protectionism)와 기후변화(climate change)를 골드만삭스는 지적한다. 포퓰리스트 내셔널리즘(populist nationalism)이 보호주의 경향을 강화하고 세계화를 역행하도록 하는데 아직 세계화는 역행보다는 둔화하고 있는 수준으로 골드만삭스는 평가한다. 또한 기후변화에 노출된 저소득 국가는 이에 대응하는 자본 부족과 함께 인구 유출이 발생하여 경제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보고서는 설명한다.

자료5(출처-골드만삭스)
자료5(출처-골드만삭스)

한편 골드만삭스는 투자자에게 장기적으로 신흥국 경제를 주목할 것을 권고한다. 신흥국은 2000년 이후 계속해서 선진국 경제 성장률을 앞섰으나 2010년 이후에는 주식 성과가 선진국이 신흥국보다 우위에 있었다. 이유는 신흥국 성장률 추세가 2010년 이전보다 2010년 이후 둔화했기 때문이다. 또한 성장률과 주식시장 성과의 차이 원인으로 선진국의 신흥국 직접투자(FDI)가 신흥국 경제 성장률을 높이지만, 그 결실은 선진국 기업이 가져간다는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하기도 한다. 그러나 결국 장기적으로 경제 성장률이 기업 이익 성장에 반영할 것이고 지난 10년은 오히려 예외적 상황이었다고 설명한다. 향후는 경제 성장률이 기업이익평가와 주가에 반영하는 정상화가 일어날 개연성이 높다는 점이 신흥국 경제를 투자자가 장기적으로 주목해야 하는 이유로 해석된다.

자료6(출처-골드만삭스)
자료6(출처-골드만삭스)

2021년 생명표에 따르면 만 60세인 필자는 현재 기대 여명이 23.5세, 2050년 생존확률이 25%에 불과하다. 아마 필자가 2050년 세상은 보지 못할 가능성이 아주 크지만 한 세대 후에 우리 자식들에게 닥칠 큰 변화이기에 골드만삭스의 분석은 큰 걱정으로 다가온다. 또한 골드만삭스의 분석은 많은 국제 기관투자가에게 영향을 주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신흥국에 속한 한국 자본시장에서 자금이 이탈해 장기 전망이 우수한 중국, 인도, 미국, 인도네시아 등으로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 경제 규모와 성장은 곧 투자성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편 전통적 경제 강국임에도 2075년까지 경제 규모 상위권을 지키는 미국, 독일, 영국 등의 성장전략도 연구 검토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30년 후가 멀어 보이지만 정책 효과 발현의 시차를 고려할 때 지금부터 대책을 인구감소,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보존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아무리 자본력이 우수해도 한국 경제는 주변부로 밀려나는 흐름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람을 중시하고 살기 좋은 환경이 필요하다는 경제 철학으로 한국 인구도 증가하고 해외 우수 인력도 끌어들여 한국 경제 노동력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극단적인 청년, 국민 홀대 경향은 우려가 크다. 10·29 참사도 국민 홀대의 단면으로 비쳐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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