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집값 불안정을 원한다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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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집값 불안정을 원한다 [조수연의 그래픽저널]
  • 조수연 편집위원(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승인 2023.01.30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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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1(출처-KB금융)
자료1(출처-KB금융)

2022년 주택매매가격 변동률은 –1.8%였다. 2020년 8.3%, 2021년 15% 큰 폭 상승에 이어진 마이너스 변동률이어서 국민의 충격은 클 수밖에 없다. 새해가 시작되고 1월 말이 다 지나가고 있으나 주택 매매가격 하락과 함께 전세가격 폭락도 이어지고 있어 대다수 국민은 불안하기만 하다. KB금융이 발표한 1월 부동산시장 리뷰에 따르면 2000년대 들어서 몇 차례 주택매매가격 상승이 있었지만, 이번처럼 상승 이후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하며 변동성이 커진 적은 없었다.

자료2(출처-KB금융)
자료2(출처-KB금융)

그러나 더 과거로 돌아가면 자료2에서 보는 것처럼 주택가격의 불안정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자료는 주택정책과 아파트매매가격 지수 변동 추이를 보여주는데 88올림픽 특수 이후에는 전국 기준 아파트 가격이 30% 가까이 상승을 기록했다가 92년 15% 이상 하락하기도 했고, 98년 외환위기 전에는 20% 가까이 폭락하기도 했다. 대략 1988년 시점을 기준으로 10년 간격으로 대변동과 안정기가 반복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주택 관련 부동산은 주거라는 대다수 국민의 필수적 생활 요소인 필수재에 가까우므로 과거 어느 정권에서든 주택가격 안정을 얘기하지 않은 적이 없다. 경제학 설명에 의하면 필수재는 가격 변화가 커도 소비해야 하므로 가격에 수요가 비탄력적이다. 사람이 '주' 없이 살 수 없으므로 주택가격은 수요에 얽매이지 않을 수 있다. 이러한 특성을 배경으로 자료에서 보는 것처럼 부동산가격은 때가 되면 크게 용트림할 수 있었다. 자기 소득 수준과 가족 이용 면적에 적합한 집 한 채면 대부분 국민의 개별 수요는 충족할 것임에도 사람들은 여러 주택을 소유하거나 더 비싼 주택을 원한다. 왜 그럴까? 주택가격 변동성에는 또 다른 원인이 있음이 틀림없다.

자료3(출처-한국은행)
자료3(출처-한국은행)

이런 궁금증의 단서를 2022년 5월 한국은행 보고서(‘자산으로서 우리나라 주택의 특징 및 시사점’)에서 찾아볼 수 있다. 자료3은 2006년부터 2021년까지 국가별 주택가격 상승률 및 변동성을 2차원 평면에 분포도로 보여준다. 여기서 변동성이란 주택가격 상승률의 분산(또는 표준편차)으로 해당 기간 국가별 주택가격 상승률의 평균에서 국가별 상승률의 진폭을 보여주며 변동성이 클수록 주택 보유 위험이 커진다. 자료3에서 한국은 청색 점선(회귀선) 아래 위치하여 측정 기간에 주택가격 상승률도 매우 높고 변동성도 평균치 이하임을 보여준다. 한마디로 한국 주택은 안전한 고수익 자산이라는 것이다.

자료4(출처-한국은행)
자료4(출처-한국은행)

같은 기간 국내 다른 자산 가격 상승률 및 변동성을 비교하면 주택 자산에 대한 믿음은 더 짙어진다. 서울 아파트는 자산으로서 위험 대비 가장 좋은 투자 성과를 보인다. 자료4에서 2006년 1분기에서 2021년 3분기까지 약 15년 동안 코스피(거래소 상장주식)는 상승률에서 가장 앞섰으나, 주택에 비해 코스피 변동성이 40배 이상 커서 안전한 투자 수단으로 아파트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다. 한국에서 주택은 거주 수단이자 국민이 가장 애호하는 자산 투자 수단일 수밖에 없다.

자료5(출처-KCMI)
자료5(출처-KCMI)

한편 자본시장연구원(KCMI)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주택가격의 상승 영향을 분석하며 아주 중요한 통찰을 제시했다. 주택의 자산증식 수단 특성으로 한국에서 강한 주택가격 상승은 가계부채 관리, 금리 상승과 함께 심각한 사회 문제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자산증식 특성을 주택이 가지는 출발점은 부동산에 관한 한국 가계의 현실이다. 자료5에서 보는 것처럼 한국의 가계는 실물자산 비중이 주요 선진국과 큰 차이가 있다. 실물자산 비중이 미국 34%, 일본 39%, 영국 45%이지만 한국은 64%나 된다. 실물자산과 금융자산에 대한 선호와 영향력에서 한국과 주요 선진국에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은 한국 가계에서 부동산가격 상승의 영향을 설명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자료6
자료6

높은 실물자산 선호 때문에 가계의 부는 주택가격 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자료6은 부동산가격 상승으로 최근 수년간 가계 자산이 급증했음을 보여준다. 한편 부채 증가율이 자산 증가율보다 높았으나 가계 자산 규모(2021년 1경3837조원)가 부채(2245조원)를 크게 초과하므로 규모 면에서 순자산은 빠르게 상승했다. 특히 순자산 증가율은 소득 증가율을 크게 앞섰는데, 소득 대비 순자산 비율은 2019년 8.8배에서 2021년 10배로 급상승했다. 가계 재산형성의 결정요인이 개인 노력이 반영된 경제활동 결과인 소득 흐름보다 상속, 증여나 불공정 또는 부패, 불법, 정경유착 등의 결과인 초기 불평등 자산 배분 상태가 원인일 개연성이 높다.

자료7
자료7

자료7은 주택가격 상승이 불평등을 확대한다는 주장을 구체적으로 확인해준다. 먼저 2017년을 기준으로 순자산 상위 40% 이상의 가구의 순자산은 급격히 상승했다. 소득 증가 속도를 앞선 순자산 상승 속도는 순자산 상위 그룹일수록 빠르고 그 격차도 더 크다. 그 격차의 주요 원인은 실물자산 가격 변동이며 순자산 상위 그룹일수록 부동산 비중이 과거에도 높았고 지금은 더욱 높아졌다. 즉, 대한민국 국민 대부분인 하위 60% 순자산 그룹의 부동산 비중 변화는 2017년과 비교해 3.2% 하락했으나 상위 10% 비중은 4.8% 상승해 순자산 그룹별 부동산 비중 곡선의 기울기는 더욱 가파른 모양새다.

자료8
자료8

한편 연령별로 부동산 비중 변화를 살펴보면 부동산가격 상승이 왜 청년 계층의 분노를 불렀는지 알 수 있다. 자료8에서 보면 2017년에 비해 2021년 부동산 비중은 순자산 하위그룹 60%의 대부분 연령층에서 감소했는데, 하위그룹에서는 젊을수록 감소 폭이 상대적으로 컸다. 참고로 통계청의 주택 소유율 통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30세 미만은 11.7%, 30대는 39.7%, 40대는 59.6%, 50대는 63.9%, 60세 이상은 67.6%였다. 이러한 주택 소유상황에서 주택가격의 폭등은 연령별 순자산 격차 상승을 확대하고 주택을 소유하지 못한 청년층의 주택 소유 가능성을 희박하게 할 것이다.

자료9
자료9

또한 2021년 기준 순자산 상위 20%의 순자산 비중을 연령별로 비교하면 먼저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사회 초년 계층은 비중이 60%로 악화했다. 그러나 35~54세 동안 상위 20% 순자산 비중은 다소 낮아지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점차 그 비중이 높아져 65세 이상에 연령에는 67.6%로 그 비중이 정점에 달했다. 즉, 대한민국 사회는 경제활동이 왕성한 기간에는 불평등을 어느 정도 낮출 수 있지만, 경제적으로 가장 취약한 초년과 말년 시기에 자산 불평등이 높아진다. 아마 부자 사회에서 부의 대물림 수단인 상속과 증여가 유행하는 영향으로 추정할 수 있다. 한편 25~34세의 상위 20% 순자산 그룹의 비중은 2017년 56%에서 2021년 60%로 다른 연령층에 비해 크게 악화해 충격을 준다.

자료10
자료10

불평등 척도 중 하나인 지니계수 추이를 원인별로 세분화해보면 장기적으로 소득 기준 불평등은 지속 완화됐다. 이것은 부자들이 사회가 좋아지고 있다고 흔히 들먹이는 근거이다. 그러나 순자산 기준 불평등은 2017년 이후 급격하게 악화했다. 기울어진 운동장에 의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더욱 가속하고 있으며 이른바 인적 자본 개발 노력에 의한 소득 상승으로는 자산 불평등을 따라잡기 힘들다는 것을 이 표는 알려준다. ‘개천에서 용이 난다’라는 것은 이제 옛 속담에 불과하며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하다는 것을 이상의 여러 보고서는 보여준다.

한 해외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가계 자산에서 실물자산 비중이 작고 금융자산 비중이 높은 미국 등 선진국은 부동산가격 상승이 가계 불평등을 낮추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한국은 역사적, 사회적 이유로 자산 보유 불평등도가 높은 상황이므로 부동산가격 상승은 자산 보유 상위 그룹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이렇게 축적한 부를 바탕으로 부자는 기득권을 유지하는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구조를 오랫동안 형성했다. 이러한 사회 지배구조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부동산 부자는 부동산 고수익을 생산하고 그들의 독점 비중을 높일 독특한 부동산 경기 사이클을 유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회적 배경이 부동산 불패 신화를 만들어 왔고 주택은 특히 중요한 투자 자산으로 완전히 정착했다.

한편 부동산가격의 높은 변동성은 경제학적으로 위험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상위 자산 그룹의 부동산 비중 확대를 위해서는 꼭 필요한 과정이다. 금융부채 비중이 높은 중산층 이하 가계는 부동산가격이 폭락하면 생계를 위해 보유 부동산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자산 덤핑 시기에 자산 상위 그룹은 보유 자산을 늘리는 약탈적 과정을 통해 현재와 미래의 투자 수익률을 높이기 쉽다. 이 때문에 부동산 비중이 크더라도 자산 상위 그룹에 부동산가격 변동성은 미래 투자 수익 제고를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다. 한편 자산 부자가 누리는 주택의 안정적 가치 증식 기능과 성과는 자산 보유 하위그룹의 접근 가능성이 작음에도 그들에게 일확천금의 꿈을 심는다. 이 때문에 부자에게 유리한 부동산 정책에 하위 자산 그룹도 열광한다. 자산 하위그룹의 꿈은 부동산가격의 상승을 여건이 맞으면 언제든지 다시 불붙일 연료로 작용한다.

순자산 상위그룹과 하위그룹의 기울어진 자산 보유 현황은 역설적으로 전 국민이 부동산 특히 주택을 가치 저장은 물론 부의 증식 수단으로 특별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한다. 한국에서 부자는 더 큰 부를 추구하고 빈자는 부자 등극의 꿈을 좇는 과정에 정권 쟁취라는 정치 역학이 작동하며 부동산가격은 경제정의와는 동떨어진 궤적을 반복해 그릴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자산 상위그룹은 이러한 부동산 경기순환 과정을 조리하는 요리사 임무를 기꺼이 맡고 있음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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