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조사 유예 SK브로드밴드에 ‘저승사자’ 들이닥쳤다
상태바
세무조사 유예 SK브로드밴드에 ‘저승사자’ 들이닥쳤다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2.03.02 11: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서 특별 세무조사… 회계장부 확보
2020년 티브로드와 합병 전 지분 변동과정서 세금 탈루 의혹
이호진 전 회장 등으로부터 매각 지분보다 비싼 값에 다시 매수
SK브로드밴드가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으로부터 특별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이 주목된다. /사진=인터넷커뮤니티
SK브로드밴드가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으로부터 특별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이 주목된다. /사진=인터넷커뮤니티

지난해 고용노동부 선정 ‘일자리 으뜸기업’으로 선정되면서 ‘세무조사 유예’ 혜택을 받은 SK브로드밴드가 국세청으로부터 강도 높은 특별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이 주목됩니다. 일각에서는 SK브로드밴드가 2020년 티브로드를 합병하기 이전 지분 변동 과정에서 일어난 세금 탈루 여부를 들여다보기 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습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지난 1월 중순부터 SK브로드밴드 본사에 들어가 회계 장부를 확보하는 등 세무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조사4국은 비정기조사(특별세무조사)를 전담하는 조직인데요. 주로 기업 탈세, 비자금 조성, 횡령 및 배임, 리베이트 등의 의혹이 있을 때 긴급 파견되는 부서로 관련 혐의나 첩보를 받고 움직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저승사자’로 불리는 특수부입니다.

이번 조사4국의 SK브로드밴드 특별세무조사는 합병 전 티브로드의 지분 변동 과정에서 일어난 세금 탈루 등을 들여다보고 있을 것이란 게 업계의 관측입니다.

SK브로드밴드는 지난 2020년 4월 30일 케이블방송 5위였던 티브로드를 인수합병하면서 유료방송사 빅3에 편입됐는데요. SK브로드밴드는 유선방송 업계 시장점유율 24.03%로, KT·KT스카이라이프(31%)와 LG유플러스·LG헬로비전(24.72%)과 3각 구조를 형성하게 된 것입니다.

SK브로드밴드 합병법인의 지분은 SK텔레콤이 74.4%, 태광산업이 16.8%, 미래에셋대우 8%, 자사주 및 기타 0.8%로 구성됐습니다. SK브로드밴드의 대주주인 SK텔레콤에 티브로드 대주주인 태광산업과 이들 회사가 보유주식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인수합병이 진행됐는데요.

문제는 티브로드가 SK브로드밴드와 합병 전 상장을 추진했는데, 상장을 위해 자금을 수혈받는 과정에서 생겼습니다.

티브로드는 2014년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를 통해 사모펀드 IMM PE·JNT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IMM 컨소시엄)으로부터 투자를 받았습니다. 티브로드는 1000억원 규모의 전환우선주를 발행하고 IMM 컨소시엄에 팔았습니다. 동시에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도 소유지분(24.47%) 중 11.96%를 IMM 컨소시엄에 1000억원을 받고 넘겼습니다. IMM 컨소시엄은 2대 주주(20.13%)로 올라섰습니다.

하지만 티브로드는 상장에 실패했습니다. 여기서 콜옵션이 걸림돌이 됐습니다. 티브로드가 상장에 실패하면 태광그룹이 콜옵션을 행사해 IMM 컨소시엄이 보유한 지분을 되사는 조건이 포함된 것입니다.

상장이 실패로 돌아가자 태광그룹은 콜옵션을 행사했습니다. 티브로드는 2019년 5월 IMM 컨소시엄의 지분 20.13%를 자사주 형식으로 3000억원에 사들였습니다. IMM 컨소시엄은 2000억원에 지분을 사들여 3000억원에 되팔면서 투자 5년 만에 50%의 수익률을 올렸습니다.

상장 실패의 리스크는 티브로드가 떠안았습니다. 2014년 신주 10%가량을 발행해 1000억원에 팔았는데, 4년 뒤엔 이호진 전 회장의 지분까지 포함해 20%를 3000억원에 되산 것입니다. 결국 티브로드는 자사가 매각한 지분과 이호진 전 회장의 매각 지분을 더 비싼 가격에 매수하게 된 것이죠.

다시 말해 이호진 전 회장은 IMM컨소시엄에 지분을 팔아 1000억원의 수익을 올린 반면, 티브로드는 2000억원의 손해를 본 셈입니다.

2020년 2월 티브로드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았습니다. 현재 SK브로드밴드가 특별세무조사를 받는 부서인 조사4국입니다. 당시 티브로드 측은 정기세무조사라며 선을 그었지만, 티브로드의 상장 실패과정과 연관 짓는 시각도 있었습니다.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의 합병 2개월 전 일입니다.

종합해 보면 합병법인의 곳간에 있어야 할 현금 3000억원이 고스란히 빠져나간 셈이 된 것입니다. 해당 자금은 IMM 컨소시업과 이호진 전 회장의 주머니로 들어갔습니다. 이번 SK브로드밴드의 특별세무조사가 이 같은 자금의 흐름 속에 세금 탈루 의혹을 받는 대목입니다.

한편 SK브로드밴드는 지난해 고용노동부로부터 일자리 으뜸기업으로 선정돼 신용평가·금리 우대, 세무·관세조사 유예, 정기 근로감독 면제 등 210개의 행정·재정적 지원을 제공받고 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