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건강하다는데… ‘배당축소’에 뿔난 동학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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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 건강하다는데… ‘배당축소’에 뿔난 동학개미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0.12.08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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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은행 자본비율 4분기 만에 상승전환… 배당 줄이라는 은행주, 이틀째 하락
당국의 배당 축소 압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은행들의 건전성 지표는 되레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유상증자 덕을 많이 본 케이뱅크는 총자본비율이 25.90%에 달했다. /사진=케이뱅크
당국의 배당 축소 압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은행들의 건전성 지표는 되레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유상증자 덕을 많이 본 케이뱅크는 총자본비율이 25.90%에 달했다. /사진=케이뱅크

금융 당국이 은행권에 배당을 줄이라고 압박하는 가운데, 은행들의 건전성 지표인 ‘자본비율’은 상승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관치”라며 배당 축소에 반발하는, 이른바 ‘동학개미’의 저항은 더욱 거셀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흐름을 반영하듯 시장은 이틀째 ‘은행주’의 상승을 허락하지 않았다.

오늘(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말 국내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총자본비율은 16.02%로 직전 분기보다 1.46%포인트 상승했다. 기본자본과 보통주자본 비율도 전분기보다 각각 1.33, 1.30%포인트 올랐다. 은행이 총자본·기본자본·보통주자본 비율을 각각 10.5, 8.5, 7% 이상 유지해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규제비율을 4~5%포인트 가량 웃도는 수치다.

/자료=금융감독원
/자료=금융감독원

은행권의 총자본비율 등은 지난해 말부터 하락세가 시작돼 올해 2분기까지 3분기 연속 떨어졌다. 그러던 것이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은행들의 대출 급증이 상승 전환에 촉매로 작용했다. 여기에 ‘바젤Ⅲ’라는 국제 자본규제 기준이 빨리 도입되면서 위험가중자산이 99조2000억원(5.8%) 줄어든 점도 자본비율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은행별로 보면 케이뱅크의 총자본비율이 25.90%로 가장 높았다. 지난 7월 BC카드로부터 유상증자를 받아 자본금을 5000억원에서 9000억원까지 늘린 덕을 봤다. 이밖에 신한(18.77%), 우리(17.64%), KB국민(17.22%), 대구(18.20%), 부산(19.11%), 경남(18.52%), NH농협은행(18.12%)도 총자본비율이 전분기보다 2~3%포인트 올랐다.

다만 바젤Ⅲ를 도입하지 않은 하나은행의 총자본비율은 15.36%로 전분기와 같았고, 카카오뱅크는 13.45%로 0.58%포인트 떨어졌다. 또 지역은행인 광주와 전북은행도 각각 0.76, 0.09%포인트 하락했다. 국책은행인 산업(13.36%), 기업(14.47%), 수출입은행(14.33%)은 소폭 상승했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었다.

은행을 자회사로 둔 은행지주회사의 자본비율도 상승했다. 은행지주회사의 총자본비율은 14.72%로 2분기보다 1.02%보다 올랐고, 기본자본비율(13.30%)과 보통주자본비율(12.09%)도 각각 1.02, 0.90%포인트 상승했다. 총자본이 3조2000억원 늘어나고 위험가중자산이 68조원 줄어든 영향을 받았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금융권에 배당을 자제하고 위험에 대비해줄 것을 거듭 주문하고 있다. /자료사진=금융감독원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금융권에 배당을 자제하고 위험에 대비해줄 것을 거듭 주문하고 있다. /자료사진=금융감독원

한편 오늘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금감원은 코로나19 위기 극복 등을 이유로 은행 및 금융지주 회사의 배당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물부문 자금공급을 위해 손실흡수능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해야 하고, 현재 코로나19의 불확실성이 크다는 것이 금감원이 내세우는 이유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도 금융권에 배당을 자제하고 위험에 대비해줄 것을 거듭 주문하고 있다. 윤 원장은 주요 금융지주들의 배당 제한을 제도화하는 것과 관련해 금융위원회와 상의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전날엔 은행들의 배당과 관련해 “스트레스 테스트 등을 통해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지 점검해 나름대로 합리적 방안을 찾아보려 한다”라고 언급했다.

금융 당국의 배당 축소 및 자제 압박이 잇따르자 은행주에 대한 시장의 반응도 냉랭하다. 이날 KB금융(105560)은 2.75% 하락한 4만5900원, 신한지주(055550)는 0.73% 떨어진 3만3800원, 하나금융지주(086790)는 1.84% 내린 3만4750원, 우리금융지주(316140)는 1.00% 빠진 9950원에 마감했다. 이에 금융사들은 주가 방어를 위한 결산 배당을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8일 금융 당국의 잇단 배당 축소 압박에 은행주들은 이틀째 약세를 면치 못하고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8일 금융 당국의 잇단 배당 축소 압박에 은행주들은 이틀째 약세를 면치 못하고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이처럼 당국의 배당 축소 압박에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주식 관련 카페를 중심으로 “금감원이 작전세력인가”라며 당국을 직접 겨냥하고, “공산당식”이라는 표현도 서슴없이 사용하고 있다. 국내 은행의 건전성이 좋아졌다는 소식이 전해진 오늘도 이 같은 반발은 댓글로 이어지고 있다.

“멍청한 금감원 말 듣지 말고 배당이나 확실히 해라 주총에서 똥물 뒤집어 쓰지 말고” “이런데도 금감원에서는 금융지주 주주들한테 배당 적게 주라고 압박하고 있다고? 에라이!!” “소액주주 차등 고배당해라 ㅋ” “금융당국도 월급 축소 및 미지급 고려하자” “아 진짜 너무한 거 아니냐 금융권 좀 내비둬라” “하는 일 하고는 라임펀드 등 관리나 제대로 해라”.

“관치금융의 대표적 사례다. 세계경제 10위권인 대한민국이 은행권의 경쟁력은 30위권 밖이다는 통계가 여실히 말해준다. 국가의 지나친 개입으로 자율성을 상실 해 관치가 성장의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근데 왜 정부에서 은행 보고 배당하지 말라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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