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과 갈등, 산은 지원사격… 금융위원회의 ‘세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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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과 갈등, 산은 지원사격… 금융위원회의 ‘세장면’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0.11.27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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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성수 금융위원장, ‘금융감독 체계 개편 논의 필요’ 지적에 “조치 이행 중”
은성수 금융위원장(왼쪽). /자료사진=금융위원회
은성수 금융위원장(왼쪽). /자료사진=금융위원회

#1. “한국 경제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빅데이터 활성화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 지난달 12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전자금융거래법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밝힙니다. 그러면서 이름도 생소한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 등을 새로 허가해 디지털 뉴딜을 위한 핵심 인프라로 육성하겠다고 덧붙입니다.

#2. “금감원과 안건을 논의했고 차기 증선위에서 추가논의를 계속하기로 했다”. 지난 25일 금융위원회는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를 판매한 증권사 3곳에 대한 최종 제재 결정을 다음 달로 미룹니다. 금융시장뿐 아니라 정치‧사회적 파장까지 검토한다는 것이지만, 제재에 따른 금융사들의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한 ‘절차적 배려’라는 게 업권의 시각입니다.

#3. “국유화를 방지하고 국내 항공산업을 정상화시키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지난 26일 도규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산업은행에 힘을 실어줍니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특혜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자, 전날에 이어 또 지원사격에 나선 것입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오른쪽)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3월 23일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한 금융지원 협약식’에서 손목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은성수 금융위원장(오른쪽)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3월 23일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한 금융지원 협약식’에서 손목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다시 첫번째 장면에서 이어집니다. 지난달 12일 국감에서 은 위원장이 밝힌 전자금융법 개정안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어제(26일) 금융통화위원회를 끝낸 이 총재는 ‘지급결제’ 감독권을 가져가려는 금융위에 이렇게 맞섭니다. “중앙은행에 대한 과도하고 불필요한 관여다. 고유기능에 관한 근본적이고 중대한 사안이다”.

이날 이 총재는 특히 금융위의 일방적인 업무 처리에 대해서도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사전협의 과정에서) 수차례 의견을 전달하고 개진했는데, 의견이 좁혀지지 않고 한은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라고 감정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이 총재는 더 나아가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한은법 개정까지 추진할 뜻을 밝혔습니다.

중앙은행과 권한 다툼이 시작된 금융위의 또 다른 모습은 두번째 장면에 숨은 ‘부실 감독 책임론’입니다. 문제의 사모펀드를 판매한 증권사에 대한 징계수위를 높일수록 금융당국의 책임론도 커집니다. 증권사들이 불완전판매에 대한 책임을 마땅히 져야 하지만, 금융당국이 이들에 대한 중징계로 책임론을 면피하려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금융권에서는 ‘제재’를 놓고 금융위와 금감원의 미묘한 시각 차이가 있다고 봅니다. 금감원은 금융사에게 ‘잘못하면 응분의 대가를 치른다’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어 하는데, 금융위는 ‘벌주는 것보다 미리 감독하는 게 중요하다’라는 인식이 강하다는 것입니다. 다음 달 9일 열릴 증선위의 제재수위가 낮춰질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입니다.

금융위는 세번째 다음 장면에서 ‘일심동체’를 보여줍니다. 전날 도 부위원장에 이어 은 위원장까지 한 몸이 됩니다. 은 위원장은 오늘(27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합병안에 대해 “다른 대안이 없다”라며 국책은행인 산은을 엄호했습니다. 그러면서 “혈세를 줄이고 고용을 유지하는 방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홍남기 부총리, 은성수 금융위원장, 윤석헌 금감원장, 이주열 한은 총재(왼쪽부터 시계방향)가 지난 3월 13일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긴급 거시경제금융회의를 갖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홍남기 부총리, 은성수 금융위원장, 윤석헌 금감원장, 이주열 한은 총재(왼쪽부터 시계방향)가 지난 3월 13일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긴급 거시경제금융회의를 갖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국내 금융 분야 최고 의사결정 기구입니다. 2007년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재정경제부·금융감독위원회·금융감독원의 3원화된 금융정책 조직 구조가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하고 조직 개편에 착수합니다. 그리고 이듬해 3월 금융위원회를 출범합니다. 금융위원장은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합니다.

‘관피아’(관료와 마피아 합성어)와 ‘정피아’(정치인과 마피아 합성어)가 잇따라 은행연합회와 손해 및 생명보험협회의 우두머리가 되면서 금융권이 술렁이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로 금융위원회 등 당국의 부실한 관리·감독이 입방아에 오른 시기여서 금융소비자와 투자자의 불만과 불안감은 커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금융당국 간 갈등이 드러나고 정부와 여당을 중심으로 12년 전 사라진 ‘금융감독위원회’의 부활설까지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습니다. 지난달 12일 국감에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금융감독 체계 개편 논의가 필요하다’라는 감사원 지적 사항에 “조치를 이행 중”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앞서 열거한 세 장면 속 금융위원회의 분주함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도규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도규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금융위원회가 최근 보여준 세 장면, 그 장면을 엿본 누리꾼들의 반응에서 금융위의 미래를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금융위 바쁘네.. 한은업무도 월권으로 가져와야 되고 아시아나인수건도 월권으로 관여해서 여기저기 인터뷰하러 다니고...”.

“금융위는 라임과 옵티머스 펀드 사기사건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나?”.

“전 금융위원장 출신 김석동씨가 현재 한진칼 이사회 의장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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