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은 줄였는데… 금융권, 경고에도 ‘배짱 배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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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은 줄였는데… 금융권, 경고에도 ‘배짱 배당’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0.09.07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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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제외한 모든 기업 배당금액 축소… ‘연례행사’ 현대차·롯데지주는 포기
국민은행은 처음으로 중간배당… 하나금융은 당국 권고 무시하고 배당 실시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코로나19 여파로 국내 상장기업들은 중간배당을 줄이거나 아예 실시하지 않은 반면 금융권은 “자제해 달라”는 금융당국의 경고에도 잇따라 중간배당에 나서는 등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어 그 배경이 주목됩니다.

특히 금융권은 코로나 상황 속에서 자본 건전성을 유지하라는 취지에서 지난 4월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에 이어 7월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잇따라 엄중한 경고를 보냈으나 개의치 않는다는 분위기입니다. KB국민은행의 경우는 사상 첫 중간배당을 실시했고, 하나금융지주는 금융당국의 엄중한 자제령에도 배짱 좋게 중간배당을 이어갔습니다.

중간배당이란 회사의 영업 연도(1년) 중간에 이익금을 주주에게 나눠주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 중간배당금은 통상 7~8월에 지급돼 주주들 사이에서는 ‘여름 보너스’라고 불리는데요. 올해 상반기에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실적 악화 등을 이유로 중간배당을 포기하는 기업이 속출했습니다.

시총 순위 10대기업의 지주사(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 LG, 롯데지주, 포스코, 한화, GS, 현대중공업지주, 농협) 중 그동안 중간배당을 해왔던 기업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 롯데지주, 포스코 등 5개사입니다. 이 가운데, 현대차, 롯데지주는 중간배당을 하지 않았는데요. 중간배당을 실시한 SK와 포스코조차도 배당금을 줄였습니다. 코로나19에 따른 실적악화가 이유입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동일한 중간배당금액을 실시한 기업은 삼성전자가 유일합니다.

본지가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삼성전자가 올해 상반기에 지급한 중간배당금액은 2조4046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중간배당금액과 같습니다. 삼성전자의 연결기준 올해 반기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0.2% 줄어든 108조2913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올해 당기순이익은 전년에 비해 2.1% 늘어난 19조4400억원을 올렸습니다. 이익은 지난해에 비해 늘었으나 배당금은 동일한데요. 이를 보면 삼성전자는 이익 규모에 따라 배당을 조절하기보단 배당 규모를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어 보입니다. 2018년도 상반기 중간배당금액도 지난해 그리고 올해와 똑같은 2조4046원을 지출한 것이 이를 방증합니다.

현대차는 지난해에 상반기 중간배당금으로 2630억원을 지출했으나, 올해에는 중간배당을 하지 않았습니다. 중간배당을 처음 시행한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는 매년 실시한 중간배당을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경영환경이 악화하자 포기한 것인데요.

현대차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전년 같은기간에 비해 7.4% 감소한 47조1784억원, 당기순이익은 무려 52.4%나 쪼그라든 9300억원을 올리는데 그쳤습니다.

현대차 측은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 우려와 선제적인 유동성 확보 필요성 등을 고려해 올해 중간배당을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습니다.

SK는 지주사로 전환한 2018년 이후 쭉 중간배당을 실시하고 있는데요. 2018년 564억원, 2019년 564억원으로 같은 금액을 배당했으나, 올해에는 529억원으로 줄였습니다. 올해 중간배당금은 전년에 비해 6.2% 줄어든 수치지만 타사에 비해서는 안정적인 배당 정책입니다.

SK 관계자는 “중간배당은 주주와의 약속이며 투자자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수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SK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전년에 비해 15.2% 줄어든 42조5032억원을 올렸습니다. 반기순이익은 지난해 1조4664억원에서 올해는 -7148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습니다.

재계 4위 지주사인 LG는 중간배당을 실시하지 않고 있습니다.

롯데지주는 2017년 8월 지주사로 출범 이후 2019년 첫 중간배당(215억원)을 실시했으나 올해에는 중간배당을 포기했습니다. 롯데지주는 지주사로 출범 당시 배당 성향을 30%까지 늘리고 중간 배당을 실시하겠다고 선포한 바 있습니다. 특히 지난해 롯데지주는 연결기준 실적으로 적자를 봤음에도 배당을 강행하며 주주친화정책에 대한 의지를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실적 악화 등 대내외적 악재에 시달리면서 1년 만에 배당에 대한 의지가 꺾인 것입니다. 연말 결산배당 축소 가능성 분위기도 전해집니다.

롯데지주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전년에 비해 4.8% 감소한 4조843억원을 기록했고, 반기순이익은 전년 2568억원에서 올해는 -1017억원으로 적자 전환했습니다.

포스코의 올해 중간배당은 지난해 비해 4분의 1토막 났는데요. 지난해 1602억원에서 올해에는 399억원에 그쳤습니다. 이는 적자에 따른 것입니다.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이익, 반기순이익은 각각 12.6%, 61.6%, 63.1% 줄어든 28조2674억원, 8730억원, 5395억원을 기록하며 흑자기조를 유지했는데요. 문제는 개별기준 2분기 영업이익입니다. 개별기준 2분기 영업이익이 -1085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선 것입니다. 포스코가 영업적자를 낸 것은 1968년 포스코 창사 이후 처음입니다.

재계 순위 7~10위의 지주사인 한화, GS, 현대중공업지주, 농협은 중간배당이 없습니다.

이처럼 산업계에서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실적감소로 중간배당을 하지 않거나 줄이고 있지만 금융권은 엄중한 시기에도 배당금을 펑펑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KB국민은행과 하나금융지주가 꼽히는데요.

KB금융은행의 경우 사상 처음으로 올해 중간배당을 실시했습니다. 배당금 총액은 5985억원 규모입니다. KB국민은행은 100% KB금융지주의 자회사로, 중간배당금 전액은 KB금융지주가 수령합니다. 해당 중간배당금은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하는데 쓰인 것으로 보입니다. KB금융 관계자도 “공시에는 명시돼 있지 않지만 (국민은행의 중간배당은) 푸르덴셜생명 인수 자금 확보와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습니다.

푸른덴셜생명 인수가는 총 2조3400억원으로 알려졌는데요. KB금융은 지난 6월 회사채 발행을 통해 최대 1조9000억원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번 중간배당 금액을 더하면 총 2조4985억원이 되면서 푸르덴셜생명 인수 금액을 모두 운 것입니다. KB금융은 지난달 31일 인수대금을 납부하고 푸르덴셜생명을 13번째 자회사로 편입했습니다.

이번 KB국민은행의 중간배당은 푸른덴셜생명 인수건이 걸리면서 금융당국으로부터 큰 제재를 받지 않았습니다. 배당을 인수대금의 일부로 활용하는 것은 통상적으로 평가하기 때문인데요. 우리은행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지난해 우리은행은 2년 만에 중간배당을 실시했는데요. 그 규모가 직전 배당금(673억원) 대비 10배나 늘어난 6760억원 전액을 100% 지주사인 우리금융지주에 지급했습니다. 당시 중간배당금은 M&A를 위한 실탄으로 활용될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었습니다. KB국민은행도 같은 이유로 금융당국으로부터 특별한 제재를 받지 않은 것입니다.

하지만 하나금융지주의 중간배당은 KB국민은행과는 이유가 다릅니다. 하나금융 측은 “15년 간 지켜온 주주와의 약속”이라면서 “이미 손실흡수능력을 키웠고 비은행 부문 위주로 중간배당을 진행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해 1500억원에 이어 올해에도 1458억원을 중간배당으로 지출했습니다. 반면 하나은행은 지난해 4500억원을 중간배당했지만 올해에는 하지 않았습니다. 하나금융지주는 주요 금융지주 가운데 유일하게 매년 중간배당을 실시해왔습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올해에는 중간배당을 자제할 것을 강력하게 권고했습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정 등으로 금융회사의 손실흡수능력이 중요해졌기 때문입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7월 초 하나금융 중간배당에 대한 질문에 “코로나19 사태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은행이 배당을 조심해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지만 하나금융은 2주 만에 중간배당을 결정합니다. 사실상 경고에 가까웠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지만 하나금융은 이런 경고를 무시해 버린 것입니다.

한편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상장사의 상반기 배당금은 2조9208억원으로, 지난해(3조7128억원)보다 21.3%(7920억원) 줄었습니다. 반기 배당금이 3조원 밑으로 내려간 것은 2017년(2조1175억원) 이후 3년 만입니다.

조승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상반기는 (코로나19 여파로) 기업들의 실적 감소세가 이어졌기 때문에 배당을 기대하기 어려웠다“고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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