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물갈이?… 연기 커지는 ‘금감원장 교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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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헌 물갈이?… 연기 커지는 ‘금감원장 교체설’
  • 김인수 기자
  • 승인 2020.06.02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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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이근영, 6대 김용덕·10대 진웅섭은 정권 교체기에 퇴임
법정 3년 임기 채운 금감원장은 3대 윤증현·7대 김종창 단 2명
문재인정부 들어서만 세번째 교체?… 최운열·김오수·정은보 거론
윗줄 왼쪽부터 이헌재, 이용근, 이근영, 이정재, 윤증현, 김용덕, 아래 왼쪽부터 김종창, 권혁세, 최수현, 진웅섭, 최흥식, 김기식. /사진=금감원
윗줄 왼쪽부터 이헌재, 이용근, 이근영, 이정재, 윤증현, 김용덕, 아래 왼쪽부터 김종창, 권혁세, 최수현, 진웅섭, 최흥식, 김기식. /사진=금감원

공식 임기를 1년 남겨둔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의 교체설이 금융권 안팎에서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습니다. 라임사태와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판매 등 굵직굵직한 금융사고의 부실 대응, 그리고 금융권이나 금융위원회와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교체설이 나오기 시작한 것인데요.

라임이나 DLF 사태 대응과정에서 과도한(?) 금융권 때리기 논란으로 인한 금융사들의 법적 공방에 이은 금융위와의 갈등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여기에 최근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윤 원장을 불러 DLF 사태를 둘러싼 금감원의 대응 등에 대해 조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교체설은 연기가 커지는 상황입니다.

윤석헌 13대 금감원장
윤석헌 13대 금감원장

윤석헌 원장의 임기는 내년 5월까지인데요. 만약 ‘설’이 사실이라면 임기 3년을 모두 채우지 못하는 이전 원장들의 전철을 밟게 되는데요. 그동안 12명이 금감원 수장을 거쳤으며, 윤석헌 원장은 제13대입니다. 12명의 원장 중 임기를 채운 인물은 5대 윤증현, 7대 김종창 등 2명에 불과합니다. 금감원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는 이유로 정권교체에 따른 학연·지연 위주의 물갈이가 꼽히고 있지만 각종 사건사고도 빼놓을 수 없다는 것이 금융권의 시각입니다.

금융감독원은 1997년 ‘금융감독기구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전 은행감독원, 증권감독원, 보험감독원, 신용관리기금 등 4개 감독기관이 통합돼 1999년 설립된 후 2008년 개정된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현재의 금융감독원으로 거듭났습니다.

초대 원장은 김대중 정권에 의해 발탁된 이헌재로, 재직 기간은 1999년 1월부터 2000년 1월까지 1년입니다. 2000년 1월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옮겨 가면서입니다.

이헌재 초대 원장의 바통을 이어받은 2대 원장은 이용근으로,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을 거쳐 금융감독원장으로 선임된 것인데요. 하지만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선임된 2000년 8월 터진 한빛은행 불법대출 사건에 금감원 국장이 연루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용근 원장이 교체된 것입니다. 재직기간은 고작 8개월입니다.

2000년 8월 3대 원장에 취임한 이근영은 외풍으로 인해 임기 6개월을 남기고 옷을 벗었는데요. 김대중정부 시절에 금융감독위원장과 금감원장을 겸직했으나 참여정부 출범과 동시에 금감원을 떠난 것입니다. 2003년 3월입니다.

4대 원장 이정재도 1년 6개월만인 2004년 8월 전격 교체됐습니다. 5대에 가서야 비로소 최초로 법정 임기(3년)를 채운 원장이 나옵니다. 바로 윤증현입니다. 2004년 8월 선임돼 2007년 8월 퇴임을 합니다.

김용덕 6대 금감위원장은 2007년 8월 취임한 지 7개월 만인 2008년 2월 물러나는데요. 이명박정부가 들어서면서입니다.

7대에 들어서 2번째 임기 3년을 채운 원장이 나오는데요. 김종창입니다. 2008년 3월 취임해 2011년 3월까지 임기를 꽉 채운 뒤 자리에서 물러납니다.

권혁세 8대 금감원장은 임기 1년을 남기고 금감원을 떠났는데요. 이명박정부에서 박근혜정부로 바뀌는 정권 교체시기인 2013년 3월입니다. 대구 출신인 권혁세 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TK인맥으로 한껏 주목받았지만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금감원이 배제되면서 그의 입지가 좁아진 것입니다. 3월 15일 임시회의를 소집하고 전격 사표를 제출하면서 1년의 임기를 남기고 금감원을 떠납니다.

최수현 9대 금감원장은 취임 1년 8개월 만인 2014년 11월 사표를 제출하는데요. 이유는 일신상의 사유로만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취임 이후 동양사태, 정보유출사고, KB금융 사태 등 금융권의 대형사고 때문에 끊임없이 교체설에 시달리면서 사실상 경질이라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었습니다.

진웅섭 10대 금감원장은 임기 두달을 남긴 2017년 9월 사퇴하는데요.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뒤입니다. 이로써 3대 이근영, 6대 김용덕에 이어 정권이 바뀌면서 물러나는 3번째 금감원장으로 이름을 남깁니다.

문재인정부 들어서는 금감원장이 3명에 이를 정도로 교체가 잦았는데요. 11대 최흥식 원장과 12대 김기식 원장, 그리고 현재 13대인 윤석헌 원장입니다. 최단명 원장 재임기간도 잇따라 경신되는 기록도 세웁니다.

최흥식 원장은 채용비리에 연루돼 취임 6개월 만인 2018년 3월 금융위원회에 사의를 표명합니다. 하나금융지주 사장으로 재직 중이던 2013년 당시 대학 동기의 아들을 하나은행 채용과정에서 추천한 사실이 밝혀진 것입니다. 최 원장은 “외부에서 채용과 관련한 연락을 받아 단순히 전달했을 뿐이다. 채용과정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지자 결국 사의를 표명한 것입니다. 취임 6개월 만으로 역대 금감원장 재임기간 중 최단기간입니다.

최흥식에 이어 김기식 전 국회의원(제19대)이 2018년 4월 12대 금감원장으로 임명되는데요. 하지만 19대 국회의원 시절 때 피감기관으로부터 지원을 받은 외유성 해외출장 등으로 물의를 일으키면서 취임 2주 만인 4월 16일 사의를 표명합니다. 역대 최단기간 금감원장이라는 불명예 타이틀도 안게 됩니다. 또 5000만원 셀프 후원 의혹도 불거집니다.

3월 12일 최흥식, 4월 16일 김기식 사의 표명. 한달 만에 2명의 금감원장이 잇따라 사표를 제출한 것입니다. 최단 금감원장 재직기간도 잇따라 경신되죠. 최흥식 6개월, 김기식 2주일.

이후 5월 4일 금융위 예결위를 거쳐 윤석헌 13대 금감원장이 나흘 뒤 취임합니다. 하지만 취임 이후 각종 금융사고에 대한 부실 대응으로 교체설이 불거지면서 임기 1년을 앞두고 술렁이는 분위기입니다. 윤 원장에 대한 후임 인사평까지 나돌고 있을 정도입니다.

후임으로 지난 4월 치러진 총선에 불출마한 최운열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 정은보 한미방위비분담 협상 대표 등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중 가장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는 인사가 최운열 전 의원인데요. 최 전 의원은 서강대학교 경영학부 경영학과 부교수 출신으로, 한국증권연구원장,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금융감독선진화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 더불어민주당 경제민주화 태스크포스 위원장, 더불어민주당 국가경제자문회의 부의장 등을 역임하면서 여권 내에서도 경제통으로 불렸던 인물이죠. 최 전 의원도 차기 금감원장에 대한 질문에 “필요한 곳이 있다면 열심히 하겠다”로 여운을 남겼습니다.

김오수 전 차관은 2018년 한차례 금감원장 하마평에 오른 바도 있어 또 한번 금감원장 후보에 오를 것이란 소문이 곳곳에서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금융권에서 1960년대생 광주 대동고 출신 인사들이 약진하고 있으며 김 전 차관에 대한 정부의 신뢰가 두텁다는 것이 꼽히고 있는데요. 서태종 전 금감원 수석부원장,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 정규일 한국은행 부총재보, 허영택 신한캐피탈 대표, 최동수 우리금융지주 부사장, 정찬암 광주은행 부행장 등이 광주대동고 출신입니다. 여기에 정치권에서는 강기정 현 청와대 정무수석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동북아평화협력특별위원회 위원장이 광주 대동고 출신입니다.

하지만 이런 인맥에도 김 전 차관은 금융 관련 경력이 전무하다는 것이 약점으로 금감원장 후보군에 오를 가능성이 쉽지 않다는 여론이 많습니다.

반면 정은보 한미방위비분담 협상 대표는 제28회 행정고시 출신으로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기획재정부 차관보, 금융위 사무처장·금융정책국장 등을 역임한 정통 경제 관료라는 것이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권 내에서는 정은보 대표가 박근혜정부 시절 금융위 차관을 지낸 '박근혜 사람'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것이 약점입니다.

금융권에선 “지난해에도 윤석헌 교체설이 나왔지만 인사가 나지 않은 만큼 이번에도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대두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문재인정부 3년 만에 세번째 금감원장 교체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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